벌써 20년쯤 다 되가는 고등학생 때 이야기야
내겐 한 번도 입 밖으로 얘기해 본 적없지만 아직까지도 머리속에 똑똑하게 그려지는 경험이 있어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학원까지 다녀오느냐 11시가 넘은 시각이었어
우리집은 지하철에서 넉넉하게 15분쯤 거리에 있었는데 지하철에서 바로 나오면 어둑한 골목과 환한 골목이 있었어.
난 평소 공포영화도 좋아하고 겁도 없는 편이라 어두운 골목이 전혀 무섭지 않았어.
그리고 요즘처럼 흉악범죄가 자주 일어나던 때도 아니었어. 아니다 그 땐 인터넷이 발달되지 않았던 때라 내가 모르는 것 일 수도 있어.
여튼 어두운 골목이 집까지 가는 거리를 5분정도 줄여주기 때문에 그 쪽으로 걷고는 했지.
그 날도 그 골목을 통해 집을 가고 있었어
근데 왠 아이가 세발자전거를 타고 노는거야
아이는 4살쯤 되보였는데 내 앞에 언제 나타났는지도 모르겠어.
그 아이는 내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주택 사이의 골목으로 쏙 들어갔어
그 아이와 난 거리가 얼마 차이나지 않아 나도 곧 그 아이가 들어간 골목을 지나쳤지
그 골목을 지나치면서 그 골목을 쳐다봤는데 그 아이는 안 보였어. 몇 초 차이가 안 났었던 터라 얼레 어디갔지? 하는 생각이 순간 들더라고 그러면서 쎄한 느낌도 들었지.
그런 느낌이 들었으면 그냥 집에나 갔으면 됐는데 아이가 어디갔지란 호기심이 드는건 왜였을까...
잠깐 멈춰서서 그 아이가 들어갔을 만한 곳을 찾아봤어
오른쪽
그리고 왼쪽
조금 더 멀리 오른쪽
그리고 조금더 멀리의 왼쪽...
다가구 주택을 둘러싼 낮은 벽과 포스터로 창문을 가린 상점의 옆면 그리고 닫혀진 문들....
그 짧은 시간안에 아이가 들어갈 곳은 안 보였지
내가 그 걸 왜 확인했는지...
어라? 했던 기분이 이거 뭐야? 란 기분으로 바뀌고 난 바로 빠른 걸음으로 그 곳을 벗어나 집으로 갔지
다음 날 아침 등교할 때도 그 곳을 지나치며 살펴봤지만 역시 아이가 갈만한 곳은 없었어.
그 뒤론 그 곳으로 일절 지나가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이 얘기를 하지않았지
그런데 이제와 이렇게 글을 쓰는거냐고?
불현듯 깨달은 게 있어서야
지금 옆에 우리 4살 아들이 낮잠자고 있거든
딱 그 때 그 아이 또래지
아이엄마가 되고 나니 난 절대 11시 넘는 시각에 우리 아이 혼자 자전거를 타라고 내보내지 않을거란 사실을 지금 알아버렸거든.....
소름돋네
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