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데 별 생각이 다 들더라
내가 매복지 서던곳이 실제 간첩들 침투 루트였거든
북한에는 포항-울산 해안을 똑같이 재현해놓은 침투 연습장도 있대
그중 실제로 사용된 루트가 여기
점점 머리속에서 가능성의 구름이 짙어지고
비가 되어 내린다
기분 좆같더라
부모님 생각도 나고
친구들 생각도 나고
저번 휴가때 나이트에서 만난 누구는 내가 죽어도 모르겠지 시발
내가 죽으면, 만약 죽으면,
아래매복지, 윗매복지 애들은 어떻게 될까
총소리 듣고 와서 싸우겠지
얘네 아직 어리한테 죽지나 않을까.. 우리 소초 애들은 괜찮을까
이게 무슨 시그널이면 본대 오는게 아닐까 .. 아 우리애들 죽으면 안되는데
개 별 잡생각 시나리오를 쓰면서 천천히 등대로 다가갔음
기도비닉 특성상 걸음이 존나 느려짐
그리고 땀이 존나 나는데 긴장빠니까 진짜 땀이 무슨 비오듯 쏟아짐
그래도 개의치 않았다
난 멋찐 용사였어 그 순간에
눈에 땀이 들어가도 숨죽이고 천천히 다가갔어
드디어 등대 도착
머리 속에 저 사람이 등대지기가 아닐까 하는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제발 그랬음 좋겠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등대를 제일 먼저 살폈어
근데 이런 씨발
등대는 밖에서 잠그는 식으로 되어있는데
걸쇠가 채워져 있고
중간에 해치같이 되어있는데
그건 육각렌치로 돌려야 열리는 구조였음
...
절대 안에 들어갈수가 없다
아.. 시발
아니구나
그때부터 해안가를 이잡듯이 뒤졌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혹시 부유물이나, 침투흔적이 있는지 수색정찰하기 때문에
아직도 그 해안선 구조가 다 생각나는데
아무리 뒤져도 없어
진짜 바다 까지 내려가서 다 뒤졌는데
하반신 다 젖어가면서 절벽 아래까지 살폈어
주먹만한 갯강구만 존나 있더라
찝찝하지만 없으니까 어떻게 해
자꾸 뒤통수만 따끔거리지만 다시 매복진지로 돌아갔어.
3까지 쓰겠음
매복 진지로 돌아가서
일단 지통실에 다시 보고했지
선조치 후보고의 일환으로 나 혼자 갔다왔습니다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냥 잘했다 계속 주시해라 그러더라고
시발.. 자고있나.. 난 지금 죽겠는데
딱 보고하고 끊으려는데 갑자기 이병이 어! 하는거야
뭐야 하면서 보니까 다시 빨간 불빛이 세번 깜빡인다
머리속이 노래짐
아 시발.. 저새끼 어디서 튀어나온거야
진짜 다 뒤졌는데
다시 나타났다고 보고하고 이쪽 지날때 암구호 하겠다고 했더니
하지 말래 위치 노출된다고
난 속 터지지
저 새끼 간첩이고 지금 시그널 하는거 같은데
다시 그 놈이 랜턴을 키고 왔던 길로 천천히 돌아왔어
난 거의 노이로제 걸린 사람처럼 노려보다가
우리 진지 지나칠 때 도저히 못참겠더라
나가서 좀 따라가다가
뒤통수에 대고 꼼짝마 움직이면 쏜다! 했지
ㅋㅋㅋㅋㅋ
이게 존나 어이없는게
진짜 간첩인데 꼼짝마 움직이면 쏜다! 하면 보통 총알날아오겠지?
근데 이게 정식절차임
그 새끼가 갑자기 뛰는거야
진짜 속으로 욕이란 욕은 다했다
수류탄은 캔통에 다시 넣었고
실탄 삽탄한 K-2 가지고서는
존나 뛰어서 쫒아갔어
팬션있는 큰길에서 우리 매복지 가는 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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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코너 좀 있는 옥수수밭이었는데
거의 다 잡가아는데
저새끼가 코너를 딱 돌았어
이 시발년! 요시 잡았다! 하면서 나도 코너를 돌았는데
없더라
저 코너 돌면 쭉 가는 직진 길에 묘지만 몇개 있는데
갑자기 없어졌어
진짜 귀신에 홀린 기분이더라
결국 그 날은 그렇게 마무리 되었어
나중에 해안정보하사한테 얘기 들으니까
포항-울산 일대 고정간첩 리스트까지 다 있더라
아마 니가 본건 고정간첩이고 지령받는 거였을거라고
아니면 밀수하는 사람이던가 ㅋㅋ 하던데
진짜 그때부터 내 수꼴라이프는 시작된거같다.
생각보다 우리나라로 간첩 많이 들어옴
TOD애들은 잠수함도 가끔 본다더라
그게 우리나라껀지, 중국껀지, 북한껀지는 해경이랑 해군이 까봐야 아는거지만...
우리는 결코 안전하지 않음
재밌네 - dc App
암구호?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