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들어가기 전.. 한 5,6살 때였나..


 


분명 서울에 있던 우리 셋방살이집 앞에는 적당한 크기의 산이 있었습니다.


 


셋방은 단칸방으로 저와 엄마 아버지 셋이 한방에서 살았습니다.


 


방문은 창호지였는데 열면 바로 바깥이었습니다. 집앞의 산에서 꼬마들은 산의 개울에 여름엔 물놀이를,겨울엔 산비탈에서 썰매를 탔습니다.


 


바로 이 산에서 제가 본 어떤 것이 그로부터 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산비탈을 올라가면 먹을 수 있는 배나무가 몇그루 있었고. 그 배나무들 옆에는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집같은 집 한채가  있었습니다.


 


그 집엔 사람이 사는 건지 안 사는 건지 그곳을 매일같이 뛰놀던 우리중 아무도 아는 아이가 없었습니다. 그럼 호기심에 그 집안에 들어가 확인해볼만도 한데.. 나이가 좀 있어봤자 초딩 입학내지 그 아래인 아이들 중에 그곳에 들어가 볼 용기까지 내는 아이가 없어 그냥 미스테리였을 뿐이었죠.


 


그러나.. 전 호기심을 도저히 억누를 수가 없었습니다.


 


어느날 작심하고 그 집 안에 어느 아이(그런데 이 아이의 이름이 어렴풋이 생각나는데 재인이라는 이름이..@@)와 함께 들어가기로 하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해가 분명 하늘 한가운데 걸려있는 시간이었는데도 나무들이 빽뺵한 그 곳의 그 집은 어둠침침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부엌 비슷한 곳에 들어가도 빛이 하나도 없어 문을 열자마자 두 꼬마는 좌절감에 휩싸였습니다. 그래도 맘먹은 계획을 그자리에서 중단 못하고 두 아이는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부엌문을 열면 방안으로 들어가는 작은 문이 있어 그걸 열었습니다. 방안 역시 매우 어두웠습니다. 거길 들어가 볼까 말까 다시 망설임의 시간이 흘렀고... 두 아이는 침넘기는 소리조차 못 내고 서로를 붙잡고 망설이고만 있었죠.


 


결국 그 재인이가 방안에 기어들어가기 시작했고 저도 그 뒤를 따라 들어갔습니다. 밖에서 볼 때와 달리 들어서서 조금 있으니 생각보단 빛이 들어와서 방안의 사물이 어렴풋이 보였습니다.


 


낡은 전등같은 게 천정에 붙어있었고 당시 흔했던 자계장 같은 게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자계장위엔 원형의 쟁반정도 크기의 거울이 얹혀 있던 것도 기억납니다.


 


그 방안을 통과하면 마루로 나갈 수 있는 것 같아 우리는 방안을 가로질러 움직였습니다.


 


넓지도 않은 방안인데 방안을 움직이는 내내 얼마나 심장이 울렁이던지 지금 생각해도 힘드네요..


 


특히 그 거울. 거울엔 아깐 어두워 안 보였는데 자꾸만 뭔가 비치는 것 같아 너무나 신경 쓰였습니다.


 


그래도 용감한 재인이 뒤를 따르면서 내색 않고 탐험을 계속했습니다.


 


문을 열고 마루로 나오는데 성공하여 드디어 이 집을 정복했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마루에서 바깥으로 나가는 문을 보고 다시 한숨을 쉬어야 했습니다.


 


당시 흔했던 유리나 창호지 문이 아니라 두터워 보이는 나무문 외엔 없었는데.. 그 문틈으로 빛이 안 보였습니다. 아무리 어둠침침한 나무숲속이라지만 이렇게도 빛이 안 들어온다니..?


 


마루 삐걱거리는 소리도 너무 신경 쓰이고 그 문을 열었을 때 아마도 앞마당일 장소도 어두우면 어쩌나 싶었습니다.


 


어둡기만 한 장소에 너무 오래있으니 신경이 곤두선 것입니다.(실제론 10여분 정도에 불과했을 테지만..)


게다가 마루 삐걱거리는 소리뿐 아니라 나무숲속의 바람소리가 계속 들려왔는데 그 소리가 집 안에선 상쾌한 소리가 아니라 라우드니스가 걸린 소음처럼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린아이들에겐 좀 힘겨운 저음소리 아니었을까 생각이 됩니다. 그 마루문을 열고 다시 다음스테이지로 갈 엄두가 도저히 나지 않아 결국 거의 동시에 뒤돌아서 다시 나가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찌걱거리는 마루 탐험까지 성공한 것만도 대단한 모험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분명 내가 혹시나 해서 열어둔 문이 닫혀있는 걸 보게 됩니다.


 


그걸 보고 재인이도 나도 헉 소리 냈던 것 같습니다.


 


바로 옆 사람이 진심으로 놀라는 소릴 내니 공포감은 순간 극대화됐습니다.


우리들은 잘 보이지 않는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려 서로 곁눈질 했습니다. 어둠속에 상대방의 커진 눈망울이 비쳤는데.. 차라리 그냥 서로 안보느니만 못했습니다. 어둠속 얼굴이란 게 무슨 얼굴이든 기괴해 보였고 놀란 얼굴은 더더욱 그랬거든요. 재인이의 얼굴이 마치 탈바가지처럼 보였습니다. 아마 재인이도 내 얼굴을 그렇게 봤겠죠.


 


두 꼬마의 공포심속에 아마도 내가 먼지였나 흐느껴 울었던 모양입니다. 재인이가 울면 어떡하냐고 했던 것 같습니다. 지도 울면서.ㅋㅋ


 


역시 용기있던 재인이가 그 닫힌 문을 다시 열었습니다. 이미 지나온 방이 다시 보였습니다. 그 거울도 다시 보였고...


 


우리는 다시 온 길 그대로 방안을 가로질러 갔습니다. 아까 들어올 때는 미처 못봤던 병풍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둠속에 병풍속에 사람들 모습이 들어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병풍에 글씨는 봤어도 사람 그림도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문득 불길한 생각이 들어 옆으로 눈을 돌려 그 거울을 봤습니다.


 


아 보지 말았어야 했는데.. 왜 이런 순간엔 꼭 알아서 화를 자초하는 걸까요.


 


거울 속엔 방금 병풍에서 본 어떤 인물이 들어있었습니다.


 


게다가 그 인물이 뚫어지게 우릴 쳐다보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약간 옆모습의 어떤 남자의 모습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내가 비명을 지르자 앞서있던 재인이도 놀라 비명을 질렀습니다.


거울좀 봐!! 내 비명에 재인이가 거울을 봅니다. 그 와중에 재인이가 거울을 보길 기다린 내 자신의 당시 심정은 뭐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재인이도 거울속 남자를 확인  한 것이 틀림없는 눈빛을 내게 보내며 냅다 뛰더군요. 몇발짝이면 그 부엌문이 있었고 재인이는 맹렬히 뛰었습니다.나도 울고만 있을 수 없어 붕뜬 걸음으로 재인이 뒤를 따랐습니다.


문을 열자 다시 부엌안의 어둠이 덮쳐왔지만 지금은 단순한 어둠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우린 부엌 안에 들어서며 둘다 우당탕 걸려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으나.. 아픔도 잊은 채 마지막 관문을 향해 내달렸습니다.


뒤를 돌아보는 건 전혀 가능하지 않았던 건 물론입니다.


 


밖에 나오자 나무들의 형상이 마치 거인들이라도 되는듯 으르렁 거렸고 우린 여전한 기세로 쉬지않고 달려 다시 빛의 세계로 돌아왔습니다.


 


 


..........


 


 


문제는 그 이후였습니다.


 


그 날밤 나는 집안에서 엄마 아빠의 사이서 오들오들 떨었습니다.


 


집의 창호지 문 밖에 그 옆얼굴의 남자 그림자가 드리워져있었거든요...


 


화장실을 가려면 문을 열고 마당의 재래식변기화장실에 가야하지만 그것때문에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바람에 아마도..조금씩 흘렸던 모양입니다.


 


다음날 매타작을 당했던 것 같습니다.


 


 


이날의 기억이 혹시 내 꿈이기라도 한 듯 하여 성인이 된 후 어머님께 물은 적이 있습니다.


 


엄마 내 어릴 때 재인이란 애가 있었어?


 


어머니가 답해주었습니다.


 


아 재인이. 머리 쪼매고 다니던 애 있었지.너랑 자주 다니던 아이.


 


........


 


 


재인이의 실존은 확인 됐고.. 그때 거울속 그리고 병풍속 남자는 실존이 맞


.......


 


 


 


 


 


 


기는요. 그냥 어린 시절 환상이겠죠 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