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상선에서 근무중인 좋게말해 항해사 나쁘게말해 뱃놈임.

배타면서 들은 괴담 썰을 풀까하는데..

배라는게 처음 만들어지고 10년 20년 시간이 지나면서
그 배 고유의 사연들도 생기고 분위기가 만들어지는거 같다.

같은 설계도로 같은 조선소에서 만든 배라도
다른배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어떤배는 이상하게 느낌이 싸하고 그럴때도 있고,

같은 크기에 똑같이 생긴 공간이 층층이 쌓여있는 구조라도
다른 층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어떤 곳에서는 뒷덜미가 서늘할때도 있고

어떤 배는 밤에 쓰레기 버리러가는길에
다른 더 어두운 곳도 있는데 이상하게 거기만 지나가면
온몸에 소름이 돋아서 나이 쳐먹고 쫄아서 눈감고 뛸때도 있고

그래도 나는 겁은 오지게 많아도 귀신을 직접 보거나 한적은 없다.


첫번째는 처음 실습생으로 배 탔을 때 선장님께 들은 이야기.

배가 침몰할때를 대비해 거의 모든 상선에는 구명정을 탑재하고 있다.
배 양쪽에 하나씩 달린 타입도 있고,
선미, 그러니까 뱃꼬리 부분에 한척이 달려서 장치만 풀면
바로 낙하하게 되어있는 타입도 있다.

모든 구명정은 한달에 한번 크레인을 이용해 살짝 내렸다가 올리는 훈련을 하고
(원래는 데비트라고 하는데 크레인이 표현이 더 쉬울거같다)

세달에 한번씩 크레인을 사용해 수면까지 내려서 시동도 걸어서
운전해보는 훈련도 있는데

구명정 강하라는게 까딱하면 목숨이 날아갈만큼 위험한데
특히 바로 낙하하게 되어있는 타입은 더욱 위험하다.

실제로 훈련중에 죽은 사람도 많고..
사고사례도 많이 있다.
(유툽에 lifeboat accident 치면 아찔한 영상들 많이 나오는데 위험성을 직접 확인해보기바람)

그 당시 내가 있던 회사에서도 몇 척에선가
자유낙하식 구명정 훈련중에 죽은 일등항해사(이하 일항사)들이
몇 있었는데

우리 선장님이 그런 사고가 있었던 배에 올라가게 되셨음.
(몇 년 전에 훈련중 갑자기 낙하하여 안에 타고 있던 일항사가 목뼈가 부러지며 즉사함.)

타고 나서 얼마 안돼서 어느 날 밤

선장님은 외장하드에 받아온 시간떼울 영화한편 보다가
소파에서 잠이 들었는데

누가 노크를 하는 소리가 들려서 잠에서 깨셨어

배에서 일과시간이 끝난 밤에 문을 두드리는 건
예의가 없는 녀석이거나, 긴급한 상황이거나 둘 중 하나기에

정신이 번쩍들어서 "무슨일이야?" 하면서 문을 열었는데

문앞에는 그때 죽은 그 일항사가 서있었어.
부러진 목을 가슴팍까지 축 늘어뜨리고
훈련때 입는 스즈끼 작업복과 하이바가 온통 피투성이가 돼서는
"선장님.. 선장님..."하면서 서 있었단다.

누구나 기절했을 그 상황에서도
뱃사람이라 기가 센건지 담이 큰건지
"이 밤중에 웬 지랄이야!!!" 하면서 오만 욕을 고래고래 질렀단다.

그러고 정신을 차려보니 자기는 어느샌가 문앞에 드러누워 있었고
큰 소리에 놀라서 달려온 선원들이 자기를 깨우고 있었다고.

그렇게 기절했으면서도 다음날 아침식사때
"그놈 그게 나 승선했다고 인사하러 왔나보다!" 하고 껄껄 웃어넘기는 그 담이 참...
(전에 같이 배를 탄적이 있어서 안면식이 있으셨다고)

그 얘기들 들은 나는
당연히 새파란 실습생 놀리려고 하는 얘기인 줄 알 았는데

그 배를 그 사고 이후로 한번이라도 탔던 사람들은
다 이상한 기분을 느끼거나 귀신을 봤다고 한다.

구명정 점검하러 혼자 선미로 가면 대낮인데도
이상하게 싸늘하고 기분이 안좋다던가

항해사들 줄줄이 복도 지나가는데 사람이 5명이라 던가
(그 배에 항해사는 총 4명, 항해사는 옷이 달라서 티가 남)

밤에 브릿지에서 당직서고 있으면 옆에 창문으로 작업복이 지나간다던가


배에서 죽은 사람은 영원히 배를 떠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먼 이역만리 대양 한가운데서 죽은 목숨이 한스러워서 인지..
소금기 가득한 바다가 무서워 배 밖으로 나갈수 없는지..

미신에 민감한 뱃사람들인지라 그 뒤로 몇몇 선장들이
고사를 지내고 했다는데

그뒤로도 그 일항사가 아직 나오는지 어떻게 됐는지는
이제 다른회사로 옮기 나로서는 알수가 없게 되었다.




담에는 내가 탄배에서 일어난일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