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이랑 이어짐




첫날은 그렇게 할머니랑 같이 잠. 그리고 두번째 밤엔 부모님도 얄짤없다 하셔서 나는 또 내 방에 이불보 펴놓고 누웠음. 이번엔 불도 끄고 그래서 오늘도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잠.

근데 자던 도중에 또 눈이 번쩍 뜨임. 이번에도 이불은 저 발치에 밀려나 있고 이번엔 어두운 천장이 보였음. 나는 야밤에 왜 자꾸 일어나지지? 라고 생각하면서 이불을 발로 끌어올리고 있는데 그 순간 투둑. 툭. 하고 갑자기 책상 위에 있던 알림장같은 공책들이랑 필통이 떨어짐. 나는 여기서 진짜 깜짝 놀라서 스프링같이 튀어오름. 그리고 일어난 뒤에 쥐죽은 듯 조용한 방에서 나는 딱딱하게 굳은 채로 방 안을 둘러봄. 그런데 어두컴컴해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 와중에 무언가 위화감이 느껴졌음. 내 머리에 무언가 닿고 있었음. 이걸 깨닫자마자 바로 위를 올려다 보니 웬 머리채가 내 바로 위에 매달려 있음. 얼굴에 닿는 머리카락의 감촉을 느낌과 동시에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깼음. 뭐지? 나는 벌떡 몸을 일으켜 앉음. 한밤 중이었는지 방 안은 어두컴컴했고 땀범벅으로 깨어난 나는 조금 뒤에서야 방금 있었던 일이 꿈이라는 걸 인지함. 아무튼 꿈이라도 무섭고 해서 나는 오늘도 할머니랑 같이 자야겠다고 생각함. 그렇게 몸을 일으켜서 문 쪽으로 걸어가는데 발에 뭐가 채임. 잘 보니까 공책이랑 필통이 떨어져 있음. 진짜 이때 어렸어도 본능적인 감이란게 있었는지 그 순간 내 등 뒤로 무언가가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낌. 그에 경직된 채로 내가 못 움직이고 있자 거짓말 안하고 등 뒤에서 끕끕거리며 웃는 소리가 들려옴. 진짜 적막한 와중에 킥,, 끕,, 끄흑,,, 힉,,, 이런 소리가 등 뒤에서 들림. 너무 비현실적인 상황에 나는 공포에 몸을 덜덜 떨면서도 이번에도 꿈이 아닐까 했다. 그 왜 악몽은 꿈이란 걸 알아도 잘 안 깰 때가 있잖음. 그래서 나는 눈이랑 귀를 막고 웅크려 앉은 채로 속으로 빨리깨라빨리깨라빨리깨라만 미친듯이 되뇌였음. 근데 꿈에서 안 깨어나는 거임. 그러는 동안 이번에도 내 위로 무언가가 닿는 느낌이 들었고 나는 이게 아까의 악몽으로 머리카락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결국 여기서 참지 못하고 내가 비명을 지르니까 머리 위에서 걸쭉한 여자 목소리로 하지마!! 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귀를 막고 있는 내 손을 잡았음. 차갑지도 않고 뜨끈한 큰 손이 내 손까지 잡으니 나는 진짜 경기를 일으키는 것마냥 아악!! 악!!! 소리를 질러댔는데 그 소리를 듣고 달려온 할머니가 방문을 열고 나한테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자신의 품 속에 나를 품음.

"아니, 저, 이, 미친년이 왜 여기에 들어왔냐? 어떻게 들어왔냐?"

"엄마! 00아! 무슨 일이고?"

그 뒤로 어머니가 할머니를 부르는 소리와 함께 탁. 불이 켜지는 소리가 들림.

"세상에, 미쳤나? 니 뭔데? 니 뭔데 어떻게 기어쳐들어왔노?"

이윽고 달려오신 어머니가 외쳤고,

"뭔데? 저 여자가 왜 여기에 있는데?"

아버지가 방 안으로 들어오면서 말씀하셨음. 나는 부모님의 목소리에 할머니 품에 매달린 채로 살짝 눈을 뜸. 그리고 뒤를 보니 머리를 산발로 풀어헤친 옆집 아주머니가 잔뜩 구겨진 울상으로 거기 서있었음. 울먹이는 목소리로 무어라 말하고 있었는데 당시엔 무슨 소린지 못알아들었으나 후에 할머니가 말씀하시길.

데려갈 수 있었는데... 나도 가지고 싶은데...  잘 키울 수 있는데...

대충 이런 말이었다고 함. 아무튼 이 뒤로 아버지가 아주머니를 붙잡고 있는 동안 어머니가 경찰서에 연락했음. 워낙 외진 곳이라 경찰이 좀 늦게 도착했는데 도착할 때까지 아주머니는 계속 알 수 없는 말을 하면서 목놓아 울었음. 그리고 그 소리에 옆집 아저씨가 먼저 찾아오고 그 뒤에 경찰들이 중년 부부랑 부모님을 데리고 갔음. 그 날 나는 또 할머니랑 같이 잤고, 같이 경찰서로 간 부모님들에게 사건의 전말을 들을 수 있었음.

사건의 전말은 내 방 책상 앞에 창문 하나가 있는데 워낙 옛날 집이라 방법용 쇠창살이 없었음. 그리고 옆집과 우리집 사이에 있는 담에 대문이 위치해 있었는데 아주머니가 술에 취한 상태로 대문도 넘고 창문을 열어서 내 방에 들어왔던 거임. 그러는 도중에 내가 책상 위에 올려뒀던 공책이랑 필통이 떨어졌던 거고.

아주머니는 술로 인한 심신미약과 초범이고 해서 처벌까진 어렵다고 했었음. 그리고 술에서 깬 아주머니가 아저씨랑 같이 미안하다고 다신 안그러겠다고 연신 고개숙여 사과하는 모습에다 개인 사정까지 듣고 부모님께서 일단 한 번은 봐주기로 했음. 사정은 아주머니의 아드분이 군대에서 뭐 수리하다가 떨어져서 실족사했는데 아주머니는 그 소식을 접한 뒤에 충격받아서 실신까지 하셨다함. 그리고 그 뒤로 우울증에 걸려서 알코올 중독급으로 술을 달고 사시던 도중에 이사오는 나를 보고 본인 아들을 떠올렸다함. 아들을 떠올리긴 했어도 본인이 그런 짓까지 할 줄은 몰랐던 터라 진심으로 당황스럽고 죄송하다 했음. 우리집은 이 날 이후로 바로 업체 불러서 방범창 다 달았고 이제 이상한 일은 여기서 시마이날 줄 알았음.

내가 첫날에도 필통이 떨어졌다고 하니까 아저씨가 말씀하시길, 아주머니 첫날엔 집에서 일찍 곯아 떨어지셨다고 함. 여기서 좀 찜찜하게 끝난다 했는데 본격적으로 이상한 일이 한두개씩 일어나기 시작함. 후에 내가 자는 도중에 자꾸 깬다고 말하니까 부모님이랑 할머니도 그랬다고 하심. 그리고 이런 일이 우리 가족이 다시 이사나가기 6개월 전까지 빈번히 일어남. 또, 물건 위치가 조금씩 바뀐다거나 벽에 걸린 달마도사 그림 액자가 떨어져서 깨지는 일도 있었고. 집단 가위, 11살때 처음 가족들이랑 같이 가위눌려봄 ; 새들이 문에 부딪혀 죽거나, 옥상에서 물려죽은 새끼 고양이의 시체를 발견하는 등 연속적으로 재수없는 일들을 겪다가 이사가기 한달 전에 정점을 찍었다. 이 일은 점심밥 먹고 쓰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