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엘베 관련 사건이 제일 무서움. 요새도 가끔 엘베에 갇히거나 엘베 오작동하는 악몽을 꾸곤 함.



일단 꼬꼬마때 이야기를 해 보자면


내가 4살부터 6살때까지 살던 아파트 엘베가 자주 고장나는 편이었음


진짜 1~2달에 한번은 갇혀서 비상벨 누르고 꺼내달라고 할 정도였음


그 동만 그런 것도 아니었고 그 아파트가 전체적으로 그런 엘베 잔고장이 꽤 잦은 편이었음




내가 3-4라인에 살았었고 친구가 1-2라인에 살아서 엘베를 총 2번 탔음


울집은 12층이었고 걔네집이 9층인가 그랬던걸로 기억함


보통은 유치원도 안간 애새끼를 혼자 보낼리가 없기 때문에


엘베에 갇혀도 엄마나 누나랑 같이 갇혔었기 때문에 많이 무섭진 않았었는데


유치원 들어간 뒤로는 종종 혼자 놀러가기도 했었음. 애초에 같은동 옆라인이기도 하고



물론 혼자 간다고 해서 운이 특별히 좋진 않았기 때문에 여지없이 엘베가 멈춰서 비상벨 누르곤 했음


근데 옛날 엘베는 비상벨이 아래에 없고 위에 있어서


그 비상벨 누르려면 꼬맹이들 밟고 올라가라고 있는 보조 발 받침대? 대충 계단같이 생긴거


그거 없으면 급식도 못 먹어본 꼬맹이가 누를 수가 없는 높이임


근데 그 날따라 아파트에 물청소를 한다고 그걸 빼 놓은건지 그 받침대가 없는 상태였는데


그런걸 애새끼가 알 리가 없으니 버튼만 보고 누르고 기다렸음.


근데 2층이랑 3층 사이에서 엘베가 멈춰버림


비상벨을 누르려고 했지만 발판이 없으니 키가 안 닿아서 비상호출 버튼도 못 누르고


날도 더운데 그때 엘베는 에어컨도 없던 시절임




처음 5분 정도는 무섭진 않았고 그냥 짜증나서 갇혀서 꺼내달라고 큰 소리로 외쳤음


근데 계속 소리를 질러도 밖에서 반응도 없고, 좀 지나서는 엘베 전등도 나가버리더라고


엘베가 층과 층 사이에서 멈춰서 문 틈으로도 아무것도 안 보이고


야광으로 된 비상벨이 유일하게 보이는 물체였음



엘베에 보면 구석에 손잡이 있지? 그걸 밟고 올라가서 버튼 눌러보겠다고 똥꼬쑈를 했는데


애초에 거기를 밟고 올라갈 수 있을 키면 비상벨도 점프해서 누를 수 있는 키임


놀이공원 가서 롤러코스터도 못 타는 키였으니 닿을리가 없지


그렇게 불 꺼진 채로 계속 있으니 분명히 30도가 넘는 덥고 습한 날인데도 한기가 느껴지면서 심장이 벌렁벌렁거렸음


겁이 나서 막 소리도 지르고 꺼내달라고 하다가


나중엔 진짜 패닉에 빠져서 살려달라고 죽기 싫다고 막 고래고래 소리질렀음. 엘베 문 막 쾅쾅 두들기면서


나중엔 미쳐가지고 엘베 문을 양손으로 벌려서 한 10cm 정도 열었는데


문을 열어봤자 보이는건 바깥이 아닌, 콘크리트 벽이었음. 층과 층 사이였으니.


이게 어른 입장에서 보면 웃긴데 6살짜리 애새끼 입장에선 공포 그 자체임


그때 스타일로 말하자면 비오는날 밤 혼자서 토요미스테리 전편 연속시청급 공포였음



나중엔 엉엉 울면서 주저앉았다가 한 30분쯤 뒤에 갑자기 엘베 불이 들어오면서 엘베가 움직이더라


그러더니 3층에서 엘베가 멈추더라고


근데 그 아파트는 당시에 2층과 3층은 엘베가 서지 않는 층이었음.


어쨌든 허둥지둥 3층 누르니까 문이 열리더라. 거기서 문 열리는거 처음 봄


그리고 내가 내리기가 무섭게 엘베 문이 닫히더니 층수 표시하는 패널의 불이


3, 2, 1 그러고는 불이 꺼져버리더라.


놀란 가슴이 진정이 안 돼서 그대로 집으로 돌아왔는데


집으로 올 때도 엘베에 갇힐거 같아서 12층까지 걸어올라갔는데 ㅈㄴ 힘들었음




그 다음해에 이사갔는데 그 동네 엘베는 멀쩡해서 다행이었음


근데 이 때의 경험 때문인지 악몽 꾸면 높은 확률로 엘베 관련 악몽을 꾸게 됐음


단순히 엘베에 갇히거나, 오작동하거나, 엘베가 폭주하거나, 없는 층에 가거나 살인마에게 쫓기는데 엘베가 고장나거나, 엘베가 추락하거나


별의별 바리에이션이 다양한데 쓸데없이 다양해서 이런 꿈 꾸면 진짜 하루 종일 ㅈ같을때가 많음


올 여름은 좀 시원하게 지나가서 그런 꿈 거의 안 꿔서 다행. 희한하게 날 더울때만 그런 꿈 꾸는 편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