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웃대 리비아의 개구리 http://huv.kr/fear73382




<wrap_copy id="wrap_copy" style="display: block;">안녕하세요,

시작

이 이야기는 군 제대 후 겪은 일입니다.

군 전역 후 대학 복학을 하고싶었지만..

살짝 힘들어진 집안사정으로 부모님께 부담주기 싫었던터라, 전역 이틀 후 제 고향 시골에서 한참 더 촌구석에 위치한 양조장에서 일을 하게 됐습니다.

그 당시 심정은 하루하루가 짜증 그 자체였었죠.  

봄의 중턱쯤이라 낮엔 덥기도 더웠고..  

복학해서 마음에 두고 있던 그녀를(ㅋㅋ;)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던 기대감도 무너졌고, 양조장 일도 생각 외로 너무 힘들었었습니다.

이가 악 물릴 정도로.  

누구나 그렇듯 전역할땐 뭐든 다 쉬워보이고, 이쯤이야 하며 시작하죠.

저도 좀 쉬었다 했으면 아마 몇일 하고 그만뒀을겁니다.  

엄청난 촌구석에 있던 양조장이었지만, 나름 전통의 방식으로 제주를 하여 청주같은 경우는 일본에서 비싼값에 주문을 하던 사람도 제법 많았었습니다.

사모님께서 일본사람이었기도 하고, 숙성법이 일본과 달라서 주문이 많을땐 혹여나 술이 쉴까봐 한시간이나 삼십분에 한번씩 일어나서 온도 확인을 했었습니다.

자동화가 아니라서, 소맥분을 사서 해도 되는걸.. 일일이 꼬두밥을 찌고.. 숙성시키고 술병에 술 담는것까지 모두 수작업이었습니다.  

이럴땐 주 7일 24시간 근무였죠. ㅋ

당시 술도가 주인을 저는 사장님이라 부르지 않았고 그냥 장씨아저씨라 불렀었습니다.

두어달쯤 버티고 있던 어느날, 장씨아저씨가 불러서 갔더니.. (일 시킬때 어찌어찌 하라는 설명 말고는, 워낙 말씀이 없는 분이셨음)      

"후제 할꺼 없으믄 술이라도 맹글어 팔아무라.  
저셰끼들(당시 같이 일하던 형님들)은 원체 게을고 힘들게 돈벌어가 술집 가스나들 똥꿍게이(똥꼬)나 닦고 댕기고 갈챠주바야 말짱 헛일이란 말다. 쯧쯧쯧.."

이런 뉘앙스를 풍기시며 그 시각 이후, 주걱으로 싸대기도 아무렇지 않게 때리고 말통도 집어던지면서 술 만드는 기술을 알려주셨습니다.  

후에 말씀 하셨는데, 장씨아저씨 눈엔 제가 어디 죄짓고 빵에 갔다가 출소해 살길 없어 막 시골에 쳐박힌줄 아셨답니다.

그렇게.. 그렇게..  넉달 정도를 영혼없이 일만 하다보니 저에게도 문득 갑갑함이 찾아왔었습니다.

반복된 생활은 역시 힘들더군요.ㅎ  

늦여름 쯤이었습니다.  

이웃동네 노인정에서 잔치가 있다고 술을 한말 배달시켰었는데 그쯤의 전 아저씨 대신 술을 돌보며.. 양조장의 별채에서 먹고자고 했었습니다.

같이 일하는 형들은 다 퇴근을 했던 시간이라, 동동주 한말을 싣고 이웃동네에 배달을 가게 됐었지요.

대략 넉달만에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배달 후 살짝 이웃동네의 시내를 구경했는데, 좁은 시골이었지만, 사람들도 걸어다니고.. 당시엔 참 번화가로 느껴졌었습니다.

나름 밖에 나간다고 옷은 안 입던걸 꺼내서 깨끗하게 입었지만, 넉달 기른 머리는 비누로 감아봐도 별 소용이 없더군요.

끌베이죠.

뭐 그렇게 이웃동네의 시내를 자전거 끌고 구경다녔습니다.

모습이야 어떻든간.. 넉달만에 사람이 좀 다니는 곳에 왔고..   저녁이었고.. 평소 발효주만 마시다 보니.. 증류수가 문득 땡기는겁니다.

사람이 이럴때 미친다고 하지요.

제가 스님도 아니고.. 참을 수 있겠습니까..?

해서 그때까지 단 한번도 가본적이 없었던 'Bar'라는 곳을 하필 그날 그꼴로, 무슨일이 있을까 싶어 챙겨나온 약간의 비자금과 술 한말 판 돈을 들고 기어들어갔습니다.

바에 손님은 아무도 없고,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여자 한분이 그 긴 바에 앉아서 신문을 보고 있었습니다.

처음 가는 바라서 여자가 앉아있는 맞은편의 긴 바에 앉아야되는지, 아니면 뒤에있는 테이블에 앉아야되는지를 생각하다, 테이블에 앉아서 '여기요' 하고 불렀습니다.

소주없냐 물어보니 소주는 안 판다길래 그럼 메뉴판을 갖다달라 해서 j&b jet 라는 제 형편에 맞는 양주를 한병 시켰습니다.

안주는? 하고 묻길래.. 돈이 모자라서 안 먹겠다고 하니 사과를 두개 깎아주더군요.

그리고 그 여자분은 혼자 저쪽에서 신문을 보고 저는 창밖풍경과 사과향을 음미하면서 두어잔 즈음 마셨을때..

여자분이 앞에 앉으면서 본인도 한잔 달라길래 주거니 받거니 하다, 그 여자분이 짱박아둔 양주도 나오고 감사하게도 사과랑 뭐 과일도 새로이 몇개 무료로 더 제공 해 주시고..  

이러쿵 저러쿵 하면서 재미있게 마셨던것 같습니다.

안 마시던 증류수를 마시니 확실히 취기가 오르더군요.

더 마시면 있다가 양조장 가면 술도 한번 봐야되는데 안되겠다 싶어서, 다음에 혹시나 시간나면 한번 더 놀러오겠다 하고 나갔습니다.

옆마을에서 양조장까진 자전거로 30~40분정도 걸리고.. 그냥 논길이었으며 가끔 옆에 석골도 드문드문 있었습니다.

석골은 돌무더기가 있는 조금 가파른 계곡? 같은 곳이예요.

그런데 논길따라 시골냄새 맡으며 가다보니 술이 점점 되는겁니다.

촌에 사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논길의 밤은 정말 껌껌하고 아무것도 안보여요.

그당시엔 가로등도 전혀 없었고.. 밤눈에 의지해서 노래도 이것저것 부르다가, 꽤나 속력을 내니 오히려 잘 보이고 술이 깨는것 같아 술기운에 팍팍 밟았죠.

그러다 길이 아닌길로 가서 돌을 밟았는지 날라버린겁니다.

공중에 붕 뜬 기분이 잠깐 들었고..

그 뒤로는 머리가 깨질듯이 아프고 다리도 어디가 다쳤는지 골반부터 정강이까지 시큰시큰거렸습니다.

정신차리고 자전거를 찾다보니..

자전거가 논길 중간에 똑바로 서 있는겁니다.

노랠 흥얼거리며 속도감 있게 진행하다가 갑자기 날랐고 정신차려보니 자전거는 논길 중간에 서있는데.. 그 장면이 너무 이질적이라 오싹오싹한거예요.

그래서 일부러 에이씨 날랐네, 등신, 어쩌고 혼잣말을 하면서 자전거를 타고 다시 가려는데 체인이 빠져있는겁니다.

컴컴하고 오싹해서 빨리 가고싶은데 체인은 빠져있지..

이걸 다시 어떻게 꽂으려다보니 손에 기름이 묻겠다 싶어서 주변에 풀떼기 같은걸 꺾어다가 장갑대용으로 쓰려고 했는데 여의치 않아 손으로 잡고 슬슬 맞추고 있는데..

저쪽 어딘가 컴컴한 논두렁 쪽에서,

"이기 어디갔노....."

"이기 어디갔....을까?" 라며 저음으로 중얼중얼 거리는 늙은 아줌마 음성이 들리는겁니다.

'뭐꼬, 누가 있는데 뭐 찾으시는거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소리 나는쪽을 쳐다보니..

누가 반대편으로 허릴 숙인채 땅을 슬슬 뒤집고 있는거예요.  

체인 끼우다가 괜시리 그 아줌마가 신경쓰이고 무섭기도 해서 확인차 저쪽 너머로..

"아지매 뭐 찾고 계십니꺼..?"  라고 묻는 순간,

고개를 휙 돌려서 저를 딱 쳐다보는데..

'사람이 절대 아니다' 라는 느낌이 꽤 먼 거리에서도 확 느껴질 정도였는데, 심장이 멎을것 같았습니다.

그 상태로 저를 몇초간 쳐다보다가..    

" 거-있었네!!!!!!!!!!!!" 라고 외치며 허리는 그대로 숙인채,

고개는 빳빳히 쳐들고,

"찾았다. 찾았다. 거 그대로 있그라, 거 있그라"

이러면서 이쪽으로 미친듯이 뛰어오는겁니다.

정말 발이 안 떨어진다고 하는게 뭔지 그때 알았습니다.

그러다 순식간에 정신이 확 들면서 양조장방향으로 튀었습니다.

뛰면서 뒤를보니.. 이젠 허리를 펴고 쫓아오고 있었습니다.

고개는 통제가 안돼는건지 저를 봤다가, 뒤로 휙 꺾여지기도 하고, 그저 매달려있다 라고 느껴지더군요.

그 와중에 "어디가!!! 어디가!!" 하면서 뛰어오는데 허리를 펴서 그런지 키가 180이 넘어보였습니다.

온갖 쌍욕을 하면서 도망가다가,
급하니 저도 모르게 반야심경을 계속 외게 되더군요.
마하반야 바라밀다 밖에 모르지만..


숨은 턱턱 막히고..

뒤엔 계속 고개를 꺾었다 날 봤다 하는 이상한게 목을 꺾을때마다 지 혼자 '으악 거거거걱' 하는 닭모가지 비트는 소리까지 내면서 쫓아오는데 죽겠다 싶다가..

갑자기 주변이 낯선겁니다.

뛰면서 주변을 급하게 둘러 보니, 양조장 가는 길이 아니라
어디로 틀었는지 전혀 모르는 다른길을 뛰고 있었습니다..

앞쪽에는 양조장 뒷편에 있었던 것 같은 산이 다가오고 있고, 저걸 넘으면 왠지 양조장이 나올것 같긴한데, 체력도 바닥이난지 오래고..

다친 다리는 시큰거리는걸 넘어 저려오는 순간, 산 위로 그리 높지 않은 지점에서 희미한 호롱불이 하나 보이는겁니다.

'살았다! 저기 가면 산다!' 라는 일념과 희망으로 무작정 눈앞의 산으로 뛰어 올라갔습니다.

그 산길이 호롱불로 가는 길인지는 모르겠으나 조금만 속력을 늦추면 뒤에 꺽꺽거리는것에 잡힐 것 같아서 목이 말라 비틀어지는걸 붙잡고 뛰었습니다.

그 와중에 내가 그 호롱불로 뛰는것을 눈치 챈건지..

뒤에서 이젠..

" 거 서라. 거 서면@/&/):&다. 거 서라 거 서면 @/&다."

이런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하면서, 거의 다 쫓아온듯..

뒷 목덜미에 귀신 손가락이 자꾸 닿았는데,

산을 오르는 도중 그 귀신 얼굴이 바로 뒤에 있을까봐 한번도 뒤를 돌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사력을 다 해 뛰다가,

어떤 길을 휙 돌아서니.. 호롱불이 안쪽 입구쯤을 희미하게 밝히고 있는 다 썩어가는 기와집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순간.. '아.. 이건 절도 아니고 뭣도 아니니 여기엔 저것을 떼내어줄 어떤것도 없겠다 큰일이다.. 큰일이다..'

이런 생각을 속으로 하면서 순식간에 마당을 건너 그 낡은 기와집의 대청마루를 뛰어 올라 갔는데,

난데없이 아무도 없는 허공에서..

" 이 개 잡것이 여기가 어디라고 여기까지 기어올라오노 ! "

하는 호통소리에 깜짝 놀라 뛰어 올라갔던 마루에서 튕기듯이 뒤로 나뒹굴었습니다.

이건 또 무슨소린가..

누가 이렇게 호통을 치나 싶어 앞을 보니..



눈 앞에 자전거가 엎어져 있고, 저는 양조장 가는길의 석골에 떨어져 돌을 기대고 앉아있는겁니다.

머리가 아프고 다리가 시큰거리는 느낌도 같아서 혹시나 싶은 마음에 가만히 앉아 '어디갔을까' 라는 말이 또 들려올까 싶어 몇분간 경계하다가..

아무소리도 안 들리길래 냅다 눈앞에 자전거를 들고 올라가 양조장으로 달렸습니다..

양조장에 도착했을 무렵에도 주변이 컴컴했기에 무서워서 들어갈 엄두가 안나, 종종 차가 다니는 도롯가의 가로등 밑에 있다가 동이 틀 무렵 경운기 소리가 들리길래 그제서야 양조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주조실에 가보니.. 역시나 온도를 내려줘야 했는데 못 내려줘서 밤새 쉬어버린 술이 있었습니다.

아침 일찍 나오시는 아저씨께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될지 몰랐는데, 아침에 오셔서 저를 보자마자 니 얼굴이 와 이러냐길래..

이래이래 됐다고 쭉 설명을 드리니..  

거 어디쯤에서 얼마전에 아줌마 한분이 혼자 경운기 내리겠다고 하시다가 깔려서 즉사하셨었는데, 니가 거기 씌인것같다 하시곤 무당집가서 부적하나 쓰고 왔습니다.. ㅎ

마무리가 이상하네.. 두ㅣ에 더 쓰고싶은데 너무 길게 적어서 여기까지만 할께요 죄송하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커뮤니티에 제가 올렸던게 생각나서 가지고 왔습니다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wrap_cop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