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내가 18살 때 일이다. 지방에서 태어났고 고등학생까지도 쭉 같은 곳에서 살았다. 학교가 산위에 있는지라 시내까지 걸어서는 삼사십분이 걸렸었다. 학교에선 9시까지만 야자하고 그 이후엔 기숙사에서 야자를 했는데, 나랑 룸메이트 한명이랑 둘이서 9시에 째고 시내에서 야식이나 사먹고 올라가는 날이었음. 도시처럼 버스가 많은 것도 아니고 심지어 학교도 산위에 있다 보니까 버스가 없어 걸어 올라갔었다.
한참 둘이서 헛소리나 하면서 걸어 가는데 저 위에 차가 한대 세워져 있는게 보이더라
그 도로로 쭉 가봤자 학교 밖에 없고 더 가면 다른 시로 가는 방향이긴 한데 우리랑 상관도 없으니까 그냥 걸었다. 그러다 그 멀리서 차 운전석에서 한명이 내리곤 뒷자석에서 어떤 할머니를 끌어 내리는게 보였다. 거리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지만 그냥 강제로 내리는걸로 보였고 무엇보다 그 할머니가 말그대로 통곡을 하고 있었는데 나는 여기서부터 좀 불길했다. 아까 운전자는 할머니 데리고 옆에 인도 넘어로 가다 싶더니 혼자 되돌아와 차 타고 가버림. 우리는 그동안 점점 가까워 져서 뭔일인가 싶었는데 그때 할머니가 도로로 나오는데 시발 그딴 소리는 처음 들어봤다. 소리 지르는걸 넘어 가능한거 싶을 정도로 컷고 울음소리랑 섞여 들리는게
그때부턴 친구랑 멈춰서서 되돌아갈까 얘기는 하는데 시발 돌아가봤자 아무것도 없고 학교는 위에 있는데 그럴려면 할머닌 지나쳐야 되고 아무것도 안하고 멈춰서 있었다. 그러다 할머니 무시하고 지나쳐 가기로 하고 이상하다 싶으면 존나 뛰기로 결정함. 다시 걷는데 얼마 안있어 할머니가 다시 보이기 시작함. 근데 시발 진짜 미친사람처럼 소리지르면서 뛰다가 앉다가 기다가 하나도 정상으로 안보여. 친구 얼굴 좀 봤는데 걔도 나 쳐다보고 있더라 마음이 통했나봐 절대 눈 마주치지 말고 걸으래. 지나치는 그 몇분 동안 뒤도 안돌아보고 빠룬 걸음으로 걷다가 할머니 속도론 이정도면 괜찮다 싶을 정도는 지나고서 잠깐 뒤돌아 보기로 하고 걔랑 나랑 같이 뒤돌아봤다. 우리는 할머니 지나치기로 했을 때 길 반대편으로 건너서 걸었는데 우리 바로 뒤쪽에서 걸어오고 있더라. 그거보고 그냥 말도 없이 둘이서 존나 뛰었다 학교까지. 학교 앞 골목에서도 뛰고 정문에서도 뛰고 뛰어서 기숙사 안에 들어오고 사람들 보니까 정신이 들더라 그렇게 그날은 지쳐 쓰러졌다.
- dc official App
가족들이 할머니 부양하기싫어서 버린거 아냐? 경찰에 신고좀해주지 도망가버렸노
나쁘노좀 도와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