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k55a1 자주포 부대에서 포수로 근무했었다.

자주포 부대에서 포수라는 직책을 보면
포반장-사수-부사수-1번포수-n번포수 식으로 직책이 부여되는데,
보통 간부가 포반장을 맡지만 간부 인원이 부족하면 병사가 맡는 경우도 있었음.

나는 그때 당시 여단 합동훈련에 여섯포 병사 포반장으로 자주포 이동 간 선탑자 역할도 하면서 훈련에 임했었다.

군필은 알겠지만 선탑<이라는 용어가 있음.

운전자를 제외한 사람이 그 차량의 통제를 하는건데,
자주포의 선탑자세는 쉽게말해 탱크 윗부분에 뚜껑(해치)2개가 달려서 그 뚜껑에 사람이 둘 튀어나와있는 상황이라 보면 되고
포반장은 고정, 이동 간에는 사수까지 선탑을 함.
가슴 위까지 나와있어야 하니 당연히 내부에 있는 의자를 밟고 올라가서 있어야 하는 구조다.

이게 이동 간 이나 자주포가 진지를 구축할때, 자주포 위에 설치된 k-6로 경계를 설때 항상 서 있어야 하는 구조다 보니까 몇 시간씩 선탑해야하는 포반장들은 훈련때마다 항상 다리가 저릴 수 밖에 없었다.

이 여단합동훈련이 씹 FM이라서 이동할때 경계설 때마다 고통을 받다가 복귀날이 왔음.

아마 새벽 5시쯤인가 였을거다.

돌아가면서 선탑자세로 경계근무를 서는데, 다리가 너무 저려서 일병한테 짬때릴려고 자주포 내에서 판초우의 깔고 모포덮고 자고있던 후임을 깨우려고 자주포 내로 내려왔음.

"야 일어나 니 근무시간 다됬어 임마" 하고 모포를 걷으니까
일병 상병 할거없이 세명이 전부 땀인지 눈물인지 모르겠다만 얼굴이 물범벅이되서 나를 보면서 엉엉 우는거임.

이 미친새끼들이 미쳤나 싶었는데, 컴컴한 새벽5시 반경 10m내엔 아무것도 없고 우리 자주포만 있는상황에 밑에 있던 후임3명이 나보고 울고있으니까 온몸에 소름이 쫙 돋더라.

얘들이 지 할말만 하고 웅얼웅얼대서 일단 진정시킨다음 한명씩 얘기를 들어보려고 했는데, 갑자기 사수새끼가 통신기를 붙잡더니 지통실로 무전을 보내는거임.

"당소 하늘소 통소라 알리고 가나다(대충 지통실 통소) 수신양호한지?"
진짜 찰나의 순간이라 말릴 틈도 없었지.

당연히 새벽5시에 지통실에 있는 간부가 깨어있을리가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바로 수신양호 날라오더라.. 목소리만 들어도 알겠는데 갓 중위 진급한 돼지국밥 육수충 작전장교였음.
아마 얘도 새벽5시에 뭔 상황이 터졌나 싶어서 바로 연락을 했을텐데, 문제는 이게 아니였음.
이 사수새끼가 수신기(헤드셋)을 잡고
"살려주십쇼 너무 무섭습니다 저희 여기서 못잡니다 제발 살려주십쇼" 뭐 이런식으로 애원을 했었음.

지통실에선 하늘소통소 무슨일 있는지? 수신양호한지? 만 반복하고,
내 밑에선 두놈 울고 한놈은 수신기잡고 발작을 하니까 아까 느꼈던 공포심보다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더라고.

"야 이 개새끼들아 일단 우는거 멈추고 너는 수신기 넘겨 씨발년아"
이건 순화한거고, 온갖 쌍욕을 다 박고 사수한테서 수신기를 뺏었음.
그리고 지통실에 상황수습하려고 무전을 치는데, 갑자기 무전이 안터짐.
자주포 내 무전기는 먹통이되면 치-----소리가 나는데, 뭘 해도 계속
치-------소리만 나는거임.

하 씨발 꼭 내가 병포반장일때 이런일이 일어나나..이런 생각하면서
지통실 뛰어가서 설명 좀 하려고 위 뚜껑(해치) 통해서 자주포 위로 올라가려니까 후임 세명이 동시에 내 다리를 잡더니

"절대 안됩니다 송병장님 절대 나가면 안됩니다 나가면 안됩니다" 울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었음.
그쯤 되니까 나도 무서워지더라고. 일단 내려와서 윗 해치 닫아버리고 얘들 진정시킨다음 얘기를 했었음.
근데 얘들이 지껄이는게 가관이였다.

나랑 근무교대한 일병이 내려와서 자려고 자리에 누웠는데, 내가 위에서
"막내야 거수자 출현했는데 간부들인거 같으니까 너 빨리 사수선탑자리(포반장 선탑자리 맞은편) 올라와서 총들고 경계해라"
이렇게 말했다는거임.

그래서 일병이 급하게 문 따고 올라와서 경계자세 취하니까 간부는 고사하고 불빛 하나도 안보였고, 뭔가 싶어서 내쪽을 봤는데 목만 있는 할아버지가 자기를 노려보고 있었다네?

존나 놀라서 아래로 내려가 모포 뒤집어쓰니까 옆에있던 일병 상병이 덩달아 깨고, 막내는 "위에 귀신있습니다..귀신있습니다" 만 미친듯이 중얼거렸다고함.

일병 상병이 화가 나서 포반장 선탑자리에서 근무서고있던 내 다리를 툭툭 쳤는데, 몇번을 쳐도 내가 반응을 안했었다했음.

그래서 상병(사수)이 "송xx병장님! 막내 이상한소리 합니다. 내려와서 좀 봐주십쇼" 라고 말하니까

내 몸통 사이를 비집고 바깥에서 그 구멍으로 목만 길게 뺀 할아버지가
안을 미친듯이 둘러보고 다시 스르륵 빠져나갔다고 함.

일병 상병은 자지러졌고, 그렇게 내가 후임을 깨울때까지 셋이서 모포 뒤집어쓰고 엉엉 울고있던거였음.
그리고 내가 나갈라하니까 나를 미친듯이 붙잡은거고.

얘내가 하는 말을 다 듣고 나도 존나 오싹해졌는데, 언제 깬 지 모르겠는 조종수석에 있던 조종수가 자기가 한번 나가보겠다는거임.
이 새끼 덩치가 존나 커서 겁대가리도 없고 담력도 쎈놈이라
나는 얘라도 내보내야겠다라고 생각해서, 나가서 지통실에 아무 일
없다 라고 보고하고 오라고 짬을 때렸음.

조종수는 예 알겠습니다~ 하고 나갈준비하고, 나는 아직도 질질짜는 새끼들 진정시키고 있었음. 조종수가 준비 끝내고 해치 열고 나갈려는데 안나가대?
해치가 안열린다는거임. 누가 위에서 잠궈놓지 않는이상 조종수 해치는 안에서 무조건 열 수 있게되어있는데.

이쯤되니까 우리 다섯명 다 패닉이 왔었는데, 그 상황에서도 나는 이거 지통실에 연락못하면 지통실에서 순찰나올거고 경계근무 태만에 나는 징계다, 무조건 막아야된다 생각만 나더라.

그래서 마지막 남은 뒷문해치로 나갈려고 잠궈놓은 뒷문해치 잠금을 풀고 문을 열었음.
이 새끼들이 본 목만남은 할아버지가 있었는데,
얼굴은 보라색이고 주름이 너무 깊어서 칼로 자국낸거마냥 푹 패이고, 목 아래로는 피부가 찢겨서 피가 떨어지고 있었음.
이 할아버지를 보고나선 기억이 없음.

일어나니까 나하고 상병(사수)는 자주포 위에 엎드려있었고, 상황파악하려고 밑을 보니 일병 두놈하고 조종수는 셋이 서로 붙어서 자고있었음.
아침에 깬 것도 아니고 시계를 보니까 6시 10분이였음.

이거 진짜 개 좆됬다 싶어서 바로 무전기 잡고 지통실에 무전을 쳤는데,
차리포대 행보관이 받더라고.
경황이 없어서 그냥 통소고 뭐고 다 생략하고 "통신보안 병장 송xx입니다 혹시 아까 무전 받으신 xx 작전장교님 주무십니까?" 하니까
"아니 xx작전장교님 아까 근무서시고 지금 주무시는데?"
"인수인계에 특이사항 있었습니까?
"아니 딱히 없었는데? 뭔 일 있었냐?"

할 말이 없더라.
아닙니다. 지통실 가서 보고드리겠습니다. 하고 무전 끊고, 다섯명 다 모여서 아까 본 귀신이랑 무전 하나하나 이야기를 다 맞춰봤음.
막내가 귀신본거, 밑에 세명이 내쪽 해치에서 목 내민 귀신을 본거, 뒷문해치에서 전원 다 귀신 본 거 전부 말이 맞더라고.
무전한 것도 나하고 사수가 기억하는게 일치했었음.

근데 이걸 지통실에 보고하자니 훈련종료로 몇시간후면 부대복귀하고 무전혼선에 경계태만까지 밝혀야하니 차라리 우리 다섯명 다 피곤해서 헛거본거로 넘기는게 더 이득일거 같은거야.
그래서 이것도 저번에 쓴 위병조장 귀신처럼 다섯명이 합의해서
묻어버렸음.

이후에 후일담이 있는데, 귀신 본 화포에서 즉각대기(자주포 부대는 5대기 개념을 3주에 한번(7일)씩 함. 부바부) 를 몇번을 하자니 사람이 미쳐버릴거같더라고.
그래서 우리 포반은 즉각대기 할때 23시 넘어가면 내가 소주 갖고와서 짬 상관없이 자주포 해치 싹 다 열어놓고 자주포 위에서 과자먹으면서 술파티 했음.
여섯포라 부대 끝에 짱박혀있어서 간부순찰 오는거 아니면 절대 들킬 일이 없었거든..

군생활동안 내 눈으로 귀신을 직접본건 위병조장실 귀신과 이 귀신이 끝임. 우연찮게 전부 병장때 귀신을 봄
앞으론 공이갤 올라오는 글들 눈팅 할겡
ㅂ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