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한여름밤
우리부대는 영내에서 저녁12시까지 야간훈련(전반야)을 진행중이었다
나랑 맞선임은 10시부터 경계근무가 잡혀있어서
소대장에게 보고하고 같이 행정반으로 복귀했다
장구류 착용하고, 화기 꺼내고, 초소로 향했다
훈련을 열외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초소 위치가 막사랑 훈련장 사이에 위치한 초소라서
중대장이나 대대장이 계속 지나다니면서 쳐다보는바람에
각잡고 FM으로 근무서야했다..
한시간쯤 지나서 훈련이 끝났는지
모든인원들이 훈련장 정리하느라 바삐움직이고있었다
빛의 속도(?)로 모든 장비와 인원들이 막사로 복귀했고
훈련장이랑 초소 주변은 매우 고요했다
그러다 저 멀리 훈련장 가로등이 하나씩 꺼지더니
우리가 서있는 경계초소 서치라이트도 전부 꺼지는게 아닌가..
주변이 완전 어두컴컴해져서 뭔가 조치를 취해야했고
사수랑 나는 초소 차단기가 내려간줄알고 차단함을 찾고있었는데
때마침 누군가 훈련장 철문을 잠그고 나오고있었다
그들은 하하호호 떠들면서 복귀하고있었는데
그 목소리는 틀림없이 옆중대 소대장 목소리였다
나는 수하를 생략하고 다가가서 꺼진 가로등에 대해 물었다
자기들은 훈련장을 정리하고 나오면서 불도 꺼야하니
훈련장에 있던 차단기를 다 내렸다고 했다
근데 초소 경계등도 꺼질 줄 몰랐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훈련장 열쇠를 줄테니 나보고 직접 가서 다시 켜라면서 넘겨줬다
열쇠는 사용하고 지통실에 돌려주면 된다고 했다
그리고 뒤돌아서며 "아 그리고 귀신 조심해라" 라며 내게 농담을 던졌다
Q.밤에 불꺼진 집에서 화장실을 갈때 무서웠던 적이 있는가?
Q.늦은 밤 항상 다니던 길이 무서웠던 적이 있는가?
Q.눈을 감고 머리를 감다가 무서웠던 적이 있는가?
평소라면 무섭지 않을 상황이지만
직전에 공포영화를 한편 봤다거나 무서운 이야기를 들었거나 등등
'무서운 것' 에 대해 자각을 하고 난 뒤
위와 같은 상황에 놓이면 느낌이 매우매우매우 다르다
내가 딱 이 상황이었다
달빛은 거의 없는데다가
주변은 전부 산이라 금방이라도 풀숲에서 뭔가 튀어나올것 같았고
주변에 기분 나쁜 비석같은것도 있었다
나는 그런 농담을 한 소대장을 원망하면서 훈련장으로 들어갔다
차단기를 올리려면 2층높이의 통제탑을 들어가야했는데
통제탑 계단을 타고 올라가보니 철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아무리 힘줘서 밀어보고 발로 걷어차도 열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주변에 다른 잠금장치가 되어있나 찾아도 봤지만 전혀 없었다
그렇게 철문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지쳐서 계단에 주저앉았다
숨 좀 돌리고 포기하고 돌아가려던 그때
철문이 지 혼자 스르륵 열리는게 아닌가?
나는 재빨리 일어나 통제탑 내부에 후레쉬를 비췄다
좁디 좁은 통제탑 내부에는 아무도 없었다
후레쉬를 비추는 내 모습이 큰 창문에 반사되어 무섭게 보일 뿐이었다
꿈적도 안하던 문이 왜 스스로 열렸는지 의문이었지만
얼른 차단기를 올리고 나가자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문 바로 뒤에 있던 차단기는 전부 이름이 표시되어있지 않았는데
메인 스위치 하나와 그 아래에 작은 스위치 세 개가 있었다
메인 스위치를 올리니 전기가 흐르는듯 움~ 하는 소리가 났고
첫번째 스위치를 올리니 훈련장 외등이 켜졌다
두번째 스위치를 올리니 사격장 외등이 켜졌다
마지막 세번째 스위치를 올리니 무반응이었다
다시 세번째 스위치를 올리고 내리기를 여러번 반복했지만
저 멀리 초소 외등은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차단기가 고장났다고 판단하여
모든 차단기를 내리고 통제탑을 빠져나왔다
계단을 내려가고있었는데
순간 뒤에서 다른 발소리가 들렸고
멈춰서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발소리는 계속 들리는게 아닌가?
겁에 질려 초소까지 뒤도 보지않고 달렸다
초소에 도착하여 사수에게
소대장이 차단기를 내린것과, 차단기가 고장난것 같다고 보고했다
그러자 사수는 나를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봤는데
사수가 하는 말은 나를 더 혼란하게 만들었다
내가 초소등을 계속 껐다 켰다 장난을 쳤다는 것이다
통제탑과 초소의 거리는 100미터쯤 됐지만
초소등이 들어왔다면 통제탑에서 분명 보였을건데..
사수와는 맞선임이라 친했기때문에
나를 골탕먹이려고 거짓말 치는거라 생각했고
거짓말치지 말라며 대들었다
사수는 얼굴이 시뻘게지면서 극대노했고
그제서야 장난이 아니라는게 상황파악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아까 겪었던 기이한 일들 때문에
때려죽여도 다시 못가겠다고 버텼고
사수는 방방뛰면서 막무가내로 다시 가라고 했다
그렇게 10분이 넘도록 싸우다가 사수가 포기했는지
지통실에 연락해 외등이 고장났다고 보고했다
당직부관은 한숨을 쉬더니 직접 가볼테니 기다리라고했다
몇분 지나서 당직부관이 초소로 올라왔고
사수는 남아서 초소를 지키고 나보고 따라오라고했다
혼자서는 절대 못가지만 둘이서 같이가니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당직부관이 차단기를 올리자 거짓말같이 초소등이 들어왔다
당직부관은 잘만 들어오는데 왜 안된다고해서 헛걸음 시키냐며 짜증을 냈다
근무가 끝나고 복귀해서 당직사관에게 이 일을 보고하니 그저 웃기만 했다
나중에 알게됐는데
그곳이 2004년에 대전차화기 오발사고로 3명이 사망한 장소였다
기분 나쁜 비석은 그들을 추모하는 위령비였던것
전에는 제사도 지내고 관리도 잘 했다는데
시간이 지나 잊혀진듯 주변엔 풀이 무성하고
위령비도 군데군데 흉하게 깨져있었다
그 초소에서 귀신을 봤다는 사람도 있었고 여러 괴담도 많았다
그동안 귀신을 믿지 않았지만
그날 이후 귀신은 있다고 믿고있다
이 이야기를 같은 중대 선후임들에게 해줬는데
몇달 지나니 많이 와전되어서 그저 그런 군대 괴담으로 바뀌어있었다..
한동안 그곳을 지날때마다 건강하게 전역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빌었다
내 기도를 들어준것인지 나는 건강하게 전역할 수 있었다
선배님들 감사합니다 편히쉬세요
현재는 8사단에서 무슨 보급부대로 갈아엎었다고 들었는데
아직도 그 위령비가 남아있는지 궁금하다..
별 거 아닌 내용이지만 디테일이 굿!
군대 괴담 개추
념글가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