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 8살, 9살 때 겪은 실화임.


그 당시, 우리 가족은 5층빌라에 살았음. 당시에 같은 동 사람들 중 대부분이 아이 키우는 집이라 엄마들끼리 애기 데리고 서로 집에 놀러다녔음. 난 그 중 가장 맏이라 엄마들끼리 차마시면 애들 놀아주고 챙기는 역할이었음. 지금은 상상 못할 일이지만 당시 우리 동은 대부분 낮에 집문을 열어놨었음. 애들끼리 몰려다니면서 이 집 저 집 놀러다니기도 했고 당시 여름이어서 그랬을 수도?

친한 엄마들 중에는 특이하게 무당이 있었음. 정확히 무당인지는 모르지만 무슨 신을 모시는 사람이었음. 기억으로는 그 집에 아빠는 없었던걸로 기억함. 그 집에 가면 향냄새도 나고 이런저런 불상들도 있었음. 그래서 항상 그 집 애랑 아줌마한테 향냄새가 났음. 분위기도 약간 무서우니까 애들도 웬만하면 그 집에는 안 놀러갔음. 분위기도 분위기였지만 내가 무서웠던건 그 집에 가끔씩 가면 그 아줌마가 조용히 눈감고 불경같은걸 외우고있음. 속닥속닥 거리는 소리? 난 그게 좀 무서웠음.

그리고 우리 빌라 앞에 큰 보도가 있었는데 거긴 신호등이 없었음. 집 앞이 군부대라 길이 엄청 길어서 신호등이 띄엄띄엄 있어서 그랬나봄. 그래서 우리는 그 길을 건널 때 걍 무단횡단을 했지. 그게 문제였어. 언제서부턴가 무당집 아이가 같이 안어울리고 엄마들 사이 분위기도 엄청 어두웠는데 나중에 알고보니까 그 무당집애가 혼자 횡단보도에서 왔다갔다 장난치다 사고나서 죽은거임. 아무래도 충격이다보니 애엄마들이 애들한테는 말 안하고 어디 멀리 갔다고 거짓말한걸로 기억함.
그리고 그 후 한동안 무당집 아줌마도 안보였음.

그 비극이 있고나서부턴가 애엄마들끼리도 잘 안모이고 애들끼리도 잘 안뭉친거같음. 아무래도 애들끼리 놀다가 또 사고날까봐 싶었나봐. 그리고 어느날, 난 여느때처럼 학교 갔다가 집에 와서 숙제를 하고 있었지. 엄마는 시장에 간다면서 문 앞 방충망만 닫고 집 문은 열어두고 갔음. 당시 여름이라 집이 너무 덥긴했거든.


그러다가 내가 졸려서 낮잠을 잤거든? 근데 자다가 거실에서 뭔 소리가 들려서 깼음. 내가 소리에 민감해서 소리나면 깨거든. 근데 자세히 들어보니까 볼륨 낮게 틀어놓은 tv소리 같았음. 그래서 난 엄마가 tv를 안끄고 갔나싶어 tv를 끄러 거실에 나갔지. 근데 tv는 꺼져있었음. 그래서 어디서 들리는 소린가싶어서 쳐다보니까 문 앞에 무당집 아줌마가 향냄새를 풍기면서 지나가는거야. 뭐라 중얼중얼 거리면서. 한동안 안보여서 난 엄청 반갑기도했는데 중얼거리는게 무서워서 부를까말까 고민했음.

그러다가 그냥 큰맘먹고 아줌마 ! 어디가세요? 라고 물어본거같음. 그러니까 아줌마는 잠시 멈췄다가 갈 길 가대. 그리고나서 저녁에 식탁에 앉아서 가족끼리 저녁을 먹는데 아까 아줌마 본 이야기를 했지. 어디가는거같다고. 그랬더니 엄마가 다른 아줌마겠지하는거야. 그래서 난 아니야, 아줌마 냄새도 나고 그냥 아줌마였다 그러니까 엄마는 그제서야 놀라시더라구. 근데 밥먹던 누나가 그러더라. 그 아줌마 자살했다고.

엄마는 누나한테 쓸데없는 소리한다고 혼냈고 나 괜히 무서워할까봐 이런저런 핑계댐. 다른 아줌마다, 향은 다른집에서 난다 하는데 난 또렷히 기억함. 중얼거리는 소리며 향냄새며 그 아줌마였음. 물론 어렸을때라 착각했을수도 있는데 난 아직도 그 생각하면 무서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