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세식 화장실입니다.
10대분들 혹은 20대초분들께서는 저딴데서 어떻게 인간이 큰일을 보냐고 질겁을 하실 수 있는데요.
누구나 다 쌀 수 있습니다. 못 싼다는건 그만큼 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손가락 사건 이후로 어머니는 저에게 신경을 더 많이 써주고 형도 미안한 눈치였습니다.
사실 처음 테레비에 반사되어 비친 '무엇인가'를 봤을 때 형에게는 말을 했었거든요.
안방은 부모님 방이고 저는 형과 같은 방을 쓰고 있었으니까요.
허나 어린 제가 했던 말인지 형은 대수롭지 않게 그냥 제가 칭얼거리는 걸로 생각했나봅니다.
형도 내심 반지하 창고(광)를 매우 찜찜하게 여겼었고, 한낮에도 절대로 볕이 들지 않았기에
터널같은 구조인 창고(10M X 3M) 에 있는 아버지 물건을 챙기는 심부름을 할 때면 항상 저와 2인 1조로 들어가야 했던 정도였습니다.
음습하고 서늘한 탓인지 바퀴, 그리마나 잡벌레는 기본이고 심지어 쥐 까지 나온적이 있습니다.
지금 1200여 세대가 사는 평당 오천만원이 넘는 공덕 자이 아파트가 지어진 부지는요
제가 어렸을 적 기준으로 사실상 한옥/판자촌, 슬레이트 가옥, 그런 상그지 동네가 따로 없었을 정도였습니다.
요즘은 장례를 [대학병원 -> 호스피스 or 요양병원 -> 장례식장] -> 화장터 -> 매장지
정도의 일원화된 프로세스로 깔끔하게 처리하지만, 당시만해도 없는집은 그냥 중구난방
섞어찌개식으로 고인이 되시면 집에 모시고 3일 뒤 화장터 혹은 매장지로 모시거나 그런집이 꽤 됐습니다.
형이 사고를 당한 날을 말씀드리자면, 저희가족은 어느정도 면식이 있는 동네 상가집에 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태어나기 전 아버지가 예전에 세들어 살 때 그때 집주인분의 부친께서 돌아가신 것으로 기억하는데,
집 주인 내외분이 새벽에 연탄개스로 돌아가실뻔 한 것을 아버지가 들쳐업고 밖으로 나와 구해낸 것으로 인연이 됐습니다.
그날 이후 집주인분께서 1년간 월세를 받지 않아 아버지가 전세로 갈 수 있는 버팀목이 되는 목돈을 마련 할 수 있다고 말씀 하셨습니다.
사실상 그때 연탄개스로 사람 많이 죽었습니다. 삑하면 사람이 죽어 나자빠져서 사소한일이 된 거니까 뉴스에 일일이 안나올 뿐이죠.
고인이 어떤분인지, 어떻게 돌아가시게 됐는지 그런건 모릅니다. 저는 그냥 상가집에 맛있는 음식이 있을것 같다는
생각에 형과 함께 기뻐했고, 상가집에 있을 동네 친구들과 함께 놀 생각에 기분이 좋았습니다.
상가집에 도착해서 부모님께서는 상주분들께 인사드리고 같이 식사하시고 저는 저대로 음식 먹고 놀고 형은 형대로
나이대가 맞는 아이들과 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상 한다리 건너면 다 동네 친구에요.
장례식장에서 논다니까 언뜻 이해가 안가실 수 있을텐데요. 장례식장이 그냥 마당딸린 한옥주택 뭐 그런곳으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굉장히 어수선하고 시끄럽고 음식과 술이 왔다갔다 거리고요. 일반적으로 병원 등에 딸려있는 요즘 장례식장 분위기가 아닙니다.
부모님께서는 동네 사람들과 술한잔 같이 하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시는것 같고 저는 상가집 대문 밖에서
얼굴도 모르는 친구들과 놀고 있었습니다. 그때쯤인가요. 장례식장에서 난리가 난겁니다.
형이 똥칸에 빠져서 허우적대는걸 본 저는 아무것도 못하고 멍하게 서 있기만 했습니다.
당시 형이 빠진 똥칸은 저 넓이보다 20%쯤 면적이 적고 나무 발받침도 2개 빠져 있는 그런 푸세식 구조였습니다.
상가집은 난리가 났구요. 사람이 물똥이 묻은 상태로 허우적 대며 살려달라 울부짖으니까
그 모습을 본 사람들 그 누구도 가까이 가거나 구해낼 내지 못하고 멀찌감치 떨어진 상태로 웅성대고 구경만 하는거였습니다.
결국 난리통에 한달음에 달려오신 부모님이 형을 구해냈구요.
천만다행으로 장례식 전에 똥풔를 불러 대소변이 1/3 이하로 있었기에 망정이지 형은 정말 똥에 빠져서 죽을뻔했습니다.
상가집 뒤편에서 똥독을 뺀다고 엄마는 다라이에 더운물을 연신 받아 형을 부득부득 씻기고 설거지하듯 때를 볏겼습니다.
아버지는 연신 방문객들과 상주분들께 머리숙여 사과를 하고 계셨고요.
그날 저녁 집에 온 형은 회초리로 종아리를 맞으며 매섭게 혼이 났는데 풀이 죽은 상태로 형은 억울하듯 말하는 겁니다.
자기는 화장실 앞에만 있었는데 어떤 아저씨가 밀어냈다고요.
그게 무슨소리냐며 똑바로 말하라는 부모님의 성화에 형은 정말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친구들과 숨바꼭질하며 놀다보니 상가집 변소칸 앞까지 오게 되어 숨으려 했는데 자기 앞에 어떤 아저씨가 있었고
그 아저씨가 형을 바라보면서 뒤로 좀 물러나라고 말을 했답니다. 그 말을 듣고 형은 조금 물러 났고, 그 아저씨가 다시
거칠게 더 물러서라고 강하게 말을 해서 겁에 질린 형은 한발짜욱 크게 물러선 순간 변소칸 턱에 발 뒤꿈치가 걸리고
연쇄적으로 변소칸 나무 발판 사이로 몸이 그대로 빠진 거라 말을 했습니다.
기묘하게도 형은 그 아저씨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상가방문객 중에 그런 사람이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옷차림과 생김새를 말해보라고 부모님이 닥달해도 형은 그 아저씨가 그냥 검은계통의 옷을 입은건 확실한데
얼굴은 도무지 기억이 안난답니다. 어떻게 생긴건지 머리모양은 어떤지 전반적으로 외모에 관한 것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기에 저도 거기서 너무 놀라 부모님께 얼마전 있었던 자전거 사고, 그리고 처음 테레비에 비쳐 보인 '무엇인가'에 대한 일,
어머니도 찜찜하셨는지 거지가 구걸하면서 웅얼거렸던 말들도 아버지께 다 말씀을 드렸습니다.
아버지는 가만히 있으시더니 형을 혼내는것을 중단하고 그냥 "알겠다"라고 말씀하시고는 더는 말씀이 없으셨어요.
'아버지께서 무슨 생각이 있으시겠지'라고 생각한 후 이렇게 사건이 끝나게 됩니다.
형을 몰아세워 변소칸에 빠지게 한 건 대체 뭐였을까요? 이런 부분은 무속이나 영가에 대해 잘 아시는 분이
답을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아 이해가 어렵네요...
그 이후 제가 2층 높이 난간에서 머리부터 떨어진 것은 다음주의 일이었습니다.
ㄷㄷ 흥미롭네요
ㄷㄷㄷㄱ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