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이야기 갤러리 - 무지성인간 씀
"하아.. 개운하네."
아영이는 오늘도 샤워를 막 마치고, 목에 타월을 두르고 컴퓨터를 켜고 디시인사이드 공포이야기 갤러리에 접속했다.
한달도 넘게 아영이의 일과가 되어버린 일이다.
요즘 아영이의 낙은 그녀가 쓴 짤막한 공포 소설에 달린 몇 안되는 선플을 보는 일이었다.
본인이 보아도 별 것 없는 필력이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에게 읽히는게 어디인지, 아무래도 좋았다.
"어...?"
그녀의 눈 앞 컴퓨터 스크린에는, 닉네임 '무지성인간' 이라는 유저가 올린 자작 소설이 보였다.
"이건... 똑같아도 너무 똑같잖아..? 결말도 그렇고, 등장인물 이름도 그렇고!! 뭐야.. 지명까지 똑같아 따라한거야?"
분명했다. 그녀가 서너달 전 쯤 올린 소설이 거의 복붙 수준으로 올라와 있었다.
평소에 코멘트에 아주 민감했기에, 그 글이 개념글은 커녕 댓글 단 한개조차 달리지 않은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다.
반면에 이 글은 글을 그냥 복사해서 올린 것 뿐인데 무려 40추천, 거기에 댓글 수는 무려 30 개나 되었다.
-소름돋는다 ㅋㅋㅋㅋ 대체 이런 생각은 어떻게 하는거임??
-우와, 정말 잘 읽었습니다. 프로 작가 하셔도 될 것 같아요!!
아아, 모두가 칭찬 일색이었다. 너무나도 열이 받아서, 글에 댓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최대한 그녀가 원작자인 티를 내지 않고, 타인인 척 해 사람들을 동조하게 만들 심산이었다.
-이거 예전에 다른 사람이 비슷한 내용으로 자작 소설 써서 올린 거 아니여?.. 링크 첨부할게. 확인 해 봐!
ww.dcinside···...
일단은 안심이었다. 사람들이 내 댓글을 읽고 글에 비추천을 눌러서 글은 곧 묻히겠지...?
그리고 아영이가 거실에 나가 물을 한 잔 떠다오는 시간에,
대댓글이 2 개나 남겨져 있었다
ㄴ 이 링크 누르면 모모귀신년 면상 뜨네 ㅋㅋㅋ
ㄴ 시발년아
이럴 리가 없었다. 이러면 안 되는 거였다. 링크를 누르니 비명소리와 함께 정말 모모 귀신의 얼굴이 대문짝하게 나왔다.
"이게 무슨.."
그녀는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 없고 무서웠지만, 그래도 갤러리에서 인정 받는것이 더 중요했다. 워드를 켜고, 빠르게 새로운 공포 소설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번엔 정말 재미있을 것이었다. 완벽한 스토리에, 평소에 부족했다고 생각한 통일되지 않은 문체 또한 의식해서 고쳤다.
정말로, 웬만한 소설가들이 쓴 글과 비슷해 보여 매우 흡족했다.
짧은 시간만에 썼지만, 소재도 좋았다. 스토리 진행 중 아무도 유추하지 못할 완벽한 반전도 결말에 넣었다.
그녀는 그렇게 흡족해하면서 바로 업로드 버튼을 눌렀다. 분명 반응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났을까, 그녀는 너무 떨리는 마음에 손톱을 물어뜯었다. 어찌나 초조했는지, 다리를 떨다가 물컵을 쏟기까지 했다.
반응이 없다. 새벽 3시에 올린 탓일까. 조회수 3에 댓글 0. 추천은 당연히 0개.
아무래도 좀 늦긴 했다 - 라고 생각했던 찰나였다.
또다시 닉네임 '무지성인간' 유저가 글을 썼다.
"한낮의 공포...? 이거 내가 지금 쓴 글이잖아!"
자신이 방금 쓴 글이, 단 3분만에 거의 똑같이 올라왔다. 하지만 복붙이라기에는 이상했다. 중간에 오탈자와, 약간 다른 쉼표의 배치.
그리고 줄과 줄 사이의 간격 또한 다른곳이 많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확실한 증거다. 내가 글을 쓰자 마자 바로 다음 글에 내 글을 베껴?
갤러리 유저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내가 오리지널 작가라는 것을 입증 할 수 있었다.
바로 댓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너 왜 내가 글 쓰자마자 바로 베껴감? 자존심도 없냐. 멍청한건지, 바로 전 글을 베껴가네.
너무나도 열이 받았지만, 이제는 모두가 내가 오리지널임을 알게 될 것이었다. 이만한 또라이를 떼어내는 데에 이정도의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던 찰나였다.
'무지성인간' 유저의 글에 대댓글이 하나 달렸다.
ㄴ 얘는 뭐라냐. 전 글은 이미 5시간전 글에, 이런 내용도 아니고 공포 짤 설명해주는 글이잖아. 너야말로 어디 아프냐?
뭐지? 내가 업로드를 누르지 않았나? 아니면.. 내가 수정 버튼을 누른다는게 삭제 버튼을 눌러버린 건가? 아닌데.. 분명 그럴리가 없는데.
아영이는 패닉에 빠졌다. 이미 사람들은 이 글을 '무지성인간' 유저의 글로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내가 이 갤러리에서 인정받을 길은 하나였다.
정말 완벽한 글을 다시 써서, 이번에는 실수 없이 업로드 하는 것 이었다. 그것이면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만회 할 수 있을 것 처럼 보였다.
이전에 메모장에 적어두었던, 글로 풀어내기 너무나도 난해하지만 그에 비례한 만큼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건들기조차 어려웠던 소재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그 내용은 남의 글을 베끼는 놈이 알고보면 살인자였다는 내용으로, 인터넷 상에서 남의 글을 표절하고, 아이디어를 갈취하는 '무지성인간' 이라는 유저를 향한 비판이 될 수도 있을 것이었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어떤 연출부터..? 그래, 컴퓨터에 앉는 것 부터 시작하자. 그러면 샤워를 막 끝마친.. 민수, 민수라고 하자! "
아영이는 바로 워드를 열어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 하아.. 개운하네 .. 민수는 오늘도 샤워를 막 마치고……
몇 시간이나 써 내려갔을까, 꽤 많은 분량이 쓰여졌다. 아영이는 '무지성인간' 유저가 쓴 글에 어떤 코멘트가 달렸나 궁금해서 디시인사이드에 접속했다.
아영이는 거대한 망치에 머리를 얻어 맞은 것만 같은 충격을 받았다. 그녀를 놀리듯 이번에는 '무지성인간' 유저의 원작임이 명확히 표기된 채, 그녀가 쓰고 있는 도중의 글에, 결말까지 그럴듯하게 추가해서 업로드 된 것이다.
얼마나 뻔뻔하면, 남의 글을, 그것도 쓰고 있는 와중에 해킹해서 털어가는가? 너무 놀랐지만, 내가 쓴 글의 뒷부분부터 찬찬히 읽어보기로 했다.
아영이는 고개를 앞으로 쭉 내밀고, 글을 읽어 내려갔다.
- ...... 그렇게 민수는 침대 밑에 엎드려 아영이의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손짓 하나마저 너무 사랑스러워서, 그녀가 타이핑하는 한 글자도 놓칠 수 없었다.
민수는 꼭 따라 적어야만 한다. 그렇게 한다면 그녀와 민수가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같은 세계에 단 둘이만 빠져 있는 것만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영이가 쓰기를 멈췄다. 이제까지는 아영이의 세계에 민수가 따라가 줬으니, 이제는 아영이가 민수에게 따라와줬으면 하는 차례였다.
민수는 아영이의 머리 속 까지 구석구석 탐험하고 싶었다. 그녀의 글주제에 너무나도 매료되어서, 그것을 완벽히 받아들이고 싶어하는 마음, 정말 완벽한 '순수한 사랑' 에 가까웠다.
민수는 슬그머니 침대 밑에서 기어나와, 번뜩이는 칼날로 아영이의 정수리를 찍었다.
그 안은 정말, 민수가 매료된 것이 단박에 납득이 가는, 그런 매혹적인 세계였다.
이거 예전에 다른 사람이 비슷한 내용으로 자작 소설 써서 올린 거 아니여?.. 링크 첨부할게. 확인 해 봐!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lostark&no=3167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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