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2019년 여름, 학교를 자퇴하고 뒹굴거리던 나에게 한 통의 문자메시지가 도착하며 시작된다.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평소 친하게 지내던 분이었는데, 거의 띠동갑 이상의 차이가 나는 분이었다.



문자메시지의 내용은 "내가 지금 육가공장에서 부장 직책을 달고 내 사람들이 좀 필요하다. 네가 와서 조금 도와주었으면 좋겠다" 라는 것이었다.



마침 학교를 자퇴하고 알바 - 퇴근 - 게임을 반복하던 나는, 기회라고 생각하며 즉시 전화를 걸었다.



고졸에, 경력도 없는 나에게 회사에서 제공하는 복지는 대단한 것 같았다.



일단 공장 2층에 휴게실 중 빈 방이 하나 있으니, 거기서 묵어도 된다고 하였고, 1층에는 취사시설이 있으니 식사도 거기서 해결하면 된다고 했다.

초고속 인터넷도 새로 설치해주기로 했었고.  게다가 이 모든 걸 무상으로 제공해주기로 약속했다.



몹시 끌리는 제안이었지만 차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는 시골 동네에 혼자 가기는 적적하고 무섭기도 해서, 고향에서 백수생활을 하던 친구를 하나 꼬드겼다.

그 친구는 차도 있고, 평소에 참 규칙적으로 생활하기에 같이 지내면 내 생활 패턴도 조금은 건강해지지 않을까 하는 이유에서였다.



그렇게 우리는 면접을 보았고, 둘 다 기숙사를 사용해도 된다고 해서 그 다음주에 바로 짐을 옮기고 일을 시작했다.



첫 한달간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 친구와 함께 지내니 전혀 무서운것도 없었고, 저녁에 같이 맥주 한잔하면서 롤을 하는 것이 우리의 일과였다.



하지만 일은 친구가 떠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현장직과 사무직을 절반씩 보던 나와는 달리, 친구는 100% 현장직이었고 그 현장의 대장은 대단히 까칠하며 게으른 몽골여자였다.

(몽골을 비하하는게 아니라 그 사람이 그랬다.)



그 여자는 작업이 끝나면 청소도 하지 않은 채 퇴근하기 바빴고, 친구와 같이 일하는 필리핀 인부에게 모든 일을 떠맡기고 사라지곤 했다.



친구는 그런 부조리에 순응하는 성격이 아니었고, 몇 번 고성이 오가며 다퉈댔다.



그러던 중 친구가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하던 시절 알게 된 이사님이 이직을 제안했고 지금 받는 혜택 + 야간대학 지원을 조건으로 친구는 야반도주를 감행했다.



물론 나는 알고있었지만 말리지 않았다. 내가 보기에는 친구가 당하는 횡포가 너무 심했고, 슬슬 두 명이서 방을 쓰는게 불편하려던 참이었으니까.



그렇게 친구는 떠나갔고 나는 넓은 방을 혼자 차지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몹시 기뻤다.



그렇게 설레는 첫 날을 보내고 퇴근 후 방에 누웠는데, 친구와 함께 있을때는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렸다.



똑- 똑- 하고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였는데, 나는 1층 작업장에서 청소가 끝난 뒤 떨어지는 물소리겠거니 하며 잠을 청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이상한 점이 있었다. 퇴근할때는 항상 작업장에 붙은 문을 통해 2층으로 올라오는데, 여태까지는 한번도 물떨어지는 소리를 듣지 못했었다.



나는 신경을 끄고 잠을 자고싶었지만, 반복적으로 들려오는 그 소리에 이상하리만치 계속 집중이 되었다.



소리에 귀 기울인지 한 시간쯤 되었을 무렵, 나는 오만 가지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대로 내려가서 확인해봐야하나, 혹은 청소한 작업자가 물을 덜 잠근건 아닐까? 하고 깊게 생각에 잠기다 문득 물소리가 들리지 않음을 깨달았다.



나는 마음깊이 안도하며 다시 잠을 청했다. 하지만



저벅- 저벅-



1층 작업장쪽에서 누군가 물 위를 걷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이 시간에 공장에는 나를 제외한 사람은 없었으니까.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부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조금 오래 끌리다가 전화가 연결되었다. 나는 전화가 연결되는 소리에 잠시도 기다리지 않고 이야기했다.

"1층에 사람 발소리가 들립니다. 분명 세X(경비업체) 잠금도 했는데 발소리가 납니다."



그러자 부장님은 도둑이 들었을 수도 있으니 내려가서 확인을 해보라고 했다.

자기도 지금 출발할 준비를 하겠다고, 내려가보고 전화를 다시 달라고했다.



나는 맞은편 2층 휴게실로 발소리를 죽이며 건너가서, 청소용구함을 조심스레 열고 안에 들어있는 나무 대걸레자루를 집어들었다.



계단 끝에 붙어있는 세X 잠금장치를 확인해봤지만, 화면에는 파란색 문구로 경비중이라는 글자만 띄워져 있었다.



나는 잠금을 해제하고 계단의 불을 끈 채로 작업장의 문앞에 섰다.



발소리는 아직도 들리고 있었다. 조금씩 작아졌다 커졌다 하는걸로 봐서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모양이었다.



나는 한손에 휴대폰 후레시를 켜고 대걸레자루를 든채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문을 끝까지 열었지만, 눈 앞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문이 열리는 방향을 따라 오른쪽 먼저 확인을 하고, 왼쪽으로 후레시를 돌리는 순간 거뭇한 물체가 사무실 방향으로 휙 지나가는것을 봤다.



순간 머리털이 쭈뼛 서며 그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리고는 다시 부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누가 있는것같습니다. 지금 사무실쪽으로 휙하고 지나갔습니다."

나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추고 이야기했다.

저 어둠 너머에서 혹시나 그 물체가 내 통화소리를 엿듣고 있진 않을지 걱정되었다.



부장님은 사무실쪽으로 다시 가보라고 말씀하셨다. 사내녀석이 덩치도 큰게 뭐가 그리 무섭다고 그러냐며.

지금 차에 탔으니 15분이면 도착하니까 사무실까지 가보고 자기가 도착하면 CCTV를 돌려보자고 했다.

나는 떨리는 마음을 다잡고 알겠습니다- 하고 끊은 후 한발 한발 사무실쪽으로 다가갔다.



사무실로 가는 길은 짙은 어둠밖에 보이지 않았다.

후레시를 비춰가며 조심스레 걸어가다가, 복도 끝 사무실쪽으로 꺾이는 코너를 도는순간 열린 사무실 문으로 휙 들어가는 물체를 또 보게되었다.



나는 이 상황을 빨리 끝내고 싶기도 하고 어디선가 알 수 없는 용기가 샘솟아서 막대기를 휘두를 준비를 하고는 이때부터는

사무실로 최대한 빨리 접근했다.



사무실 문에서 조금 떨어져 입구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나는, 빠른속도로 사무실로 진입함과 동시에 후레시를 비췄다.



그러나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텅 빈 어둠과 사무실 옆 식당에서 들리는 윙윙거리는 냉장고 소음만이 나를 반겼다.



나는 혹시나 책상밑에 숨지는 않았는지, 최대한 안전한 곳에서 후레시를 곳곳에 비추며

꼼꼼하게 확인했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

탕비실이며 캐비넷이며 곳곳을 전부 확인해봤지만 사람이 있었던 흔적조차 없었다.



머리가 멍해진 나는 사무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담배 한개비를 물었다.

빨갛게 타오르며 올라오는 매케한 연기가 내 머리를 더욱 흐리게 했다.



연달아 담배를 세개피쯤 피웠을때, 부장님의 차가 들어왔다.



부장님은 도둑이 있었냐고 물었지만, 나는 아무도 없었다고 차마 말할수가 없었다.

내가 본 것들이 나조차도 믿기가 힘들었으니까.



부장님은 곧바로 들어가서 CCTV를 확인했다.

나도 피우던 담배를 툭하고 던진 뒤 따라 들어가서 화면을 응시했다.



내가 전화를 한 시간보다 5분 빠르게 설정된 CCTV 화면은,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다.

텅 빈 작업장과 지직거리는 노이즈만을 보여주고 있었다.



부장님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마치 야밤에 내가 장난으로 불러낸 것이라고 생각하는 매서운 눈초리였다.



나는 필사적으로 항변했다. 분명히 발소리가 들렸고, 누군가 휙하고 지나갔다고.

내가 내려온 뒤에 복도 화면을 보면 분명히 나올거라고 했다.



하지만 CCTV에 비친 내가 작업장을 둘러보는 때에, 복도 화면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복도에는 소화전의 불빛만이 간헐적으로 반짝였고, 온통 검은색 천지였다.



그러다 CCTV속의 내가 멈칫- 하고 멈춰섰다. 아마 휙 지나가는 무언가를 봤을 때일 것이다.
하지만 그때에도 복도 CCTV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사무실로 들어오는 것 까지 CCTV로 확인한 후, 부장님은 크게 한숨을 쉬었다.



나는 계속해서 무언가 있었다고 말했으나 부장님은 전혀 믿지않는 눈치였고,

그저 네가 요즘 기가 허한가보다 하고는, 같이 담배 한대를 태우고 떠나셨다.



나는 정말 내가 헛것을 본것인가 몇번이나 고민하며, 다시 문을 잠그고 2층으로 올라갔다.



너무 길어서 여기서 1부 끝.
메모장에 정리했다가 글로 옮기려니 글이 좀 어색한 건 감안하고 봐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