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 이야기는 모든 것을 걸고 실화임을 말할게. 때는 고3 수능 끝난 시절, 나는 친구와 동네 뒷산을 밤이고 낮이고 슬리퍼만 신은채로 뛰어다니며 수험기간동안 찐 살을 빼는 데 집중하던 시기였어. 그날도 저녁 9시쯤 뒷산 산 꼭대기에 있는 산스장까지 누가 먼저 가나 내기를 하면서 정상을 향해 뛰어가고 있었지. 나는 뒷산 지리를 잘 알고 있었기에 등산로를 벗어나 지름길로 산을 가로질러 올라가고 있는데 저쪽 봉우리에서 불빛 몇개가 보였고 그들의 불빛을 이용해 잘 보니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 서너명에 곡갱이와 삽으로 땅을 파고 있는거야. 겨울이라 잘 파지지도 않을텐데 한명이 곡괭이로 땅을 내리치면 다른 몇 명이 삽으로 땅을 파내고 하면서 말야. 나는 ‘왜 이 시간에 저 복장으로 땅을 파지?’ 하고 그 사람들 옆을 보니 검은 천으로 둘둘 말린 무언가가 그 사람들 옆에 있더라고. 나는 ‘씨발 사람 아냐?’ 이렇게 생각하며 그들을 더욱 자세히 관찰하고 있는데 그 때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어. 평소에 무음으로 해 놓는데 그 날은 벨소리가 울렸어. 난 급하게 핸드폰을 껐지만 산이어서 그런지 평소보다 내 벨소리는 훨씬 크게 울렸고 그 순간 반대편의 불빛들은 일제히 나를 향했지. 나는 정말 미친 듯이 도망쳤어. 내가 도망치는 걸 눈치챈 그 불빛들도 일제히 나를 따라왔고 말야. 그 불빛들은 일제히 함께 움직이더니 몇개씩 뿔뿔이 흩어졌다 사라지더라고. ( 아마 내가 불빛을 보고 도망칠까봐 헤드렌턴 같은 것을 끈 것 같았어 ) 나는 도망 쳐 봐야 소용 없을 것 같아 숨기로 마음을 먹고 등산로 옆 개천가로 뛰어 내렸어. 길과 개천 둑 높이가 적어도 3m 정도는 된 것 같은데 그 때는 그게 높은 줄도, 떨어져서도 아픈 줄도 몰랐어. 나는 개천의 둑 그림자를 따라 숨을 죽이고 천천히 집을 향해 가고 있는데 둑 위에서 남자들 서너명 목소리가 들렸지.
“이 새끼 어디 갔어?”
“모르겠습니다”
“흩어져서 찾고 이 씹새끼 찾으면 연락해”
나는 벽에 딱 붙어서 혹여 숨소리라도 새어 나갈까 입과 코를 막고 그들이 가기만을 빌면서 어렸을 적 말고는 믿은 적도 없는 하나님한테 제발 살려달라 빌고 또 빌었지. 한 10여분쯤 지났을까? 나는 천천히 강 둑 그림자를 따라 집으로 천천히 향했고 다행히 그들을 피해 집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어. 집에 도착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도 그 사람들이 따라오는 건 아닐까 벌써 우리 집에 도착해서 우리 가족을 해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만 같았지. 떨리는 마음으로 집에 들어가니 가족들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나에게 밥 먹으라고 마침 잘 왔다며 앉으라고 하더라. 그 순간 나는 안도감과 고마움에 눈물을 얼마나 흘렸는지 몰라. 부모님은 나한테 왜 우냐고 하고 나는 아무말도 못 하고. 그래서 그 후에 신고했냐고? 아니 보복이 두려워서 신고는 커녕 그 때 같이 갔던 친구에게도 말하지 못했어. 얼마 안 있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기도 했고…

벌써 1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그 때로 돌아간다면 그들이 파묻던게 무엇인지 확인이라도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