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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를 하던 시절 겪었던 이상한 일입니다.



자정이 넘은 시각.


저는 침대에 누워 만화책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문자 한 통이 도착했습니다.



"문 열어놔."



발신자의 번호는 모르는 사람의 번호였습니다.


그래서 잘못 보낸 문자라고 생각하여


답장을 할까 말까 고민을 하고 있는데


그런 고민이 무색하게도 곧바로 또


한 통의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비밀번호 말해 봐"



아마도 현관문의 비밀번호가 뭐냐고 묻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저희 집의 현관문은 열쇠로 여닫는 문이었고


따로 비밀번호 형태의 잠금장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잘못 온 문자임을 확신하고


답장을 보내려는데 다시 문자 한 통이 도착했습니다.



"칼 좀 줘, 칼."



그 뜬금없는 내용에 제가 조금 당황을 하며


도대체 무슨 맥락에서 나온 얘기인지 알 수가 없어서


저는 발신자에게 번호가 잘못된 것을 알려주기 위해


답장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계속 휴대폰이 울려서 귀찮기도 했고요.




하지만 문자는 쉬지도 않고 바로 연이어 왔습니다.



"야 니네 집 부엌 창문 열려있어."



그 구체적인 내용에 저는 순간적으로


고개를 들어 부엌 쪽을 쳐다봤습니다.


정말로 창문은 휑하니 열려있었습니다.



사실 그때는 여름이었고


더운 여름밤의 일이니 당연한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뭔지 모를 찝찝함에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닫고 잠궈버렸습니다.



슬슬 기분이 나빠진 저는 재빨리 휴대폰 자판을 눌러



"문자 잘못 보내신 것 같습니다. 번호 다시 확인해보세요."



하고 답장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잠시 동안 핸드폰이 조용하길래


드디어 이 사람이 제대로 된 곳에 문자를 보냈나 싶어


보던 만화책이나 마저 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또다시 휴대폰이 드르륵하고 울렸습니다.



"보낼게."




영문을 알 수 없는 내용에 저는 다시 한번



"문자 잘못 보내셨다니까요."



하고 답장을 보냈습니다.



조금 짜증이 나서 휴대폰을 침대에 툭 던져버렸는데.


그 순간 곧바로 또 문자가 왔습니다.



드르륵 거리는 소리가 징그러울 지경이었지만


그래도 뭐라고 했을지 궁금해서


결국 저는 휴대폰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런데 문자의 내용이 조금 이상했습니다.



"잘못 보낸 거 아니까 니네 집 간다."



문자의 내용은 전반적으로 다 기분이 나빴지만


가장 이상한 것은 접속사 부분이었습니다.



도대체 잘못 보낸 걸 아는데


그게 왜 우리 집에 온다는 문장으로


연결이 되는 건지 당최 이해할 수가 없었죠.



저는 잠시 망설이다가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 당시 유행하던 컬러링조차 없는


평범한 통화음이 잠시 이어지다가



"고객이 지금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샘으로 연결..."



된다는 그런 안내 메시지가 들려왔습니다.


경험상 그런 메시지는 상대 쪽에서


통화를 거부할 때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화가 난 저는 타닥거리면서 휴대폰 자판을 눌러



"장난치지 말고 발 닦고 잠이나 자라"



는 내용의 타이핑을 하다, 갑자기 문득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엌문이 열려있다는 걸 알고 있다면 그 사람이


정말로 우리 집에 찾아올 수도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집안을 돌아다니며 문 단속을 하고


신발장에서 장우산을 꺼내서 침대 옆에 기대어 놓았습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어설프지만 호신 도구를 준비해놓은 것입니다.



휴대폰 너머에 그 낯선 이가 정말로


우리 집에 찾아온다면 적어도


무방비로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기다려도 누군가


제 자취방을 찾아오는 일은 없었습니다.



다만 한 시간쯤 지나



"죄송한데 저 좀 그냥 내버려 두세요"



라는 영문 모를 문자가 한통 왔을 뿐입니다.


그 건 차라리 제가 하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잠도 못 잔 채로 오지도 않던


침입자 때문에 긴장을 잔뜩 하고 있던


저는 분통이 터져 휴대폰을 집어 들어



"꼭 와라, 오면 나한테 뒤진다."



하고 문자를 보내려다가


괜히 미친 사람을 더 건드리는 게 아닌가


싶어 그만두었습니다.



근데 그러다가 또 화가 나서


다시 한번 전화를 걸어 볼까 하다가


결국 야밤에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어


그냥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물론 왠지 모를 걱정에 집 문은 꼭꼭 잠가두고


우산을 품에 끌어안은 채였죠.




하지만 그날은 물론이고


그 후로도 낯선 이가 새벽에 문뜩


저희 집 문을 두드리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 문자는 아마도


그냥 누군가의 장난이었겠죠.


처음에 진짜로 잘못 보낸 것이었지만,


나중엔 그냥 장난삼아 저를 골려 주려고


보낸 것이라 생각됩니다.



물론 그 진위는 알 수 없습니다.


정말로 괴상한 사이코가 보낸


문자였을 수도 있겠죠.




그때 당시엔 경찰에 신고할 일이 아니라


생각해 가볍게 넘어갔지만


요즘같이 흉흉한 때에 비슷한 일이 생기면 분명


그때와는 다른 무게감으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그건 그렇고 오늘은 어쩐지


부엌 창문을 괜히 닫아 놓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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