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초등학생때, 부모님은 맞벌이셔서 동생이랑 단둘이 오전을 보내던 방학에 있던 일이야. 당시에 나는 섭종된 펀치몬스터라는 게임을 하느라 컴퓨터가 있는 방에 있었고, 동생은 안방에 있는 TV를 보고있었어.

컴퓨터가 문옆에 있어서 안방 문이랑 부엌으로 통하는 길목이 보이는 자리였는데, 열심히 게임을 하는 중에 갑자기 안방에서 후다닥 하고 동생이 뛰어나와서 부엌으로 향하는게 보였어.
정확히 봤다,라고 하기보다는 휙하고 안방을 뛰쳐나와서 부엌으로 들어가는 실루엣을 본거고 맨발이 장판에 닿을때 나는 발소리가 다다다닥! 하고 들렸기 때문에 고개를 돌리지 않고 옆시야로 알 수 있었어.

처음에는 별 신경 안쓰고 부엌쪽에 화장실이 있어서 화장실이 급했나, 하고 다시 게임에 집중했는데 몇분 지나서인지 또 한번 다다다다닥!! 하고 부엌으로 뛰어가는거야.
그때 갑자기 아, 얘 냉장고방에 있는 귤바구니에서 귤을 꺼내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겨울이라 부엌 옆에 냉골인 방이 있었는데 항상 그자리에 귤바구니를 뒀거든. 내가 게임하는 틈에 귤을 몰래 가져가려고 저러나보다 하고서 "너 귤 그만먹어라!!" 대충 이런 뉘앙스로 밖을 향해서 소리질렀어. 그랬더니 막 궁시렁거리는 소리가 났는데 그땐 그냥 동생이 잔소리 들어서 내는 소리라고 생각했어.

근데 얼마지나지 않아서 또 부엌으로 막 뛰어가는거야. 이때는 화가나서 컴퓨터를 하다말고 방에서 나와서 야!! 하고 소리지르며 부엌을 확 하고 봤는데, 너무너무 고요하더라.  그리고 안방을 봤는데, 동생이 안방 구석에 기대 앉아서 조용히 TV를 보고있는거야. 씩씩 거리는 나를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보면서.


갑자기 피가 싹 식는기분 알아? 뭔가 기분이 울렁거리고 이상해져서 그대로 동생 옆으로 가서 미끄러지듯 앉았어.
동생 옆에는 귤껍질 하나 없었어. 그러고 나서야 부엌으로 뛰어 들어간 실루엣은 봤는데, 다시 안방으로 들어가는건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나더라. 게임이 켜져있는 방으로 돌아가지도, 너 부엌에 갔었냐고 묻지도 못했어. 어린나인데도, 뭔가 이상했던걸 느꼈던것 같아.

나중에 물어보니 동생기억에는 내가 방에서 막 소리지르다가 본인을 보더니 옆에 와서 앉더라고만 얘기해주더라. 부엌에는 간적도 없다 하더라고. 스펙타클하지 않아서 미안. 비슷한 일들이 종종 있었는데 궁금하면 몇개 더 풀어볼게. 참고로 뭐있고 막 귀신보는사람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