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명작] 병철이 이야기 - 공포이야기 갤러리 (dcinsi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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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역사 버전 패러디 이야기임. 이걸 바탕으로 패러디해서 제작해봄.





이 일은 과인이 용상에 오른 지 11년 중순 즈음에 겪었던 일이다.
나는 그날도 각종 업무 때문에 밤을 지새워야 했다.
특히 그 즈음에 있었던 각종 전란의 조짐 때문에 나는 이와 관련된 상소를 처리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었다.

이런 일로 인해 그날 내가 각종 상소를 처리하던 곳은 창덕궁이었다.

남은 상소들을 마저 전부 처리하면 곧바로 잠자리에 들기 위해서였다.

그날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부엉이가 시끄럽게 울던 밤이었다.


태종 대왕께서는 그토록 부엉이 울음소리가 무서웠다고 하는데,

그 때문에서였을까? 그날따라 난 부엉이 울음소리가 꽤나 무서웠다.


공교롭게도 부엉이 울음소리가 그칠 때 즈음 어느새 내 손에 있었던 상소들을 전부 처리할 수 있었고,
나는 그날 야근을 하던 승정원 승지 정철을 불러 내가 처리한 상소문들을 가지고 가라고 명령했다.


정철은 평소 글을 잘 쓰는 유쾌한 신하다. 대왕마마(명종)의 친구였던 신하였고,

여러번 당쟁 관련해서 시끄럽게 굴긴 하지만 그 근간은 강직하고 충성스러운 신하다.

그러한 정철이었기에 최근 나는 그로 하여금 승정원 승지 자리를 해보라고 하였고,

평소 관직을 많이 거절하던 그는 간만 내 제안을 받고 승정원 승지가 되었다.

그리고 그날은 그가 야근을 하던 날이었다.



저벅 저벅 저벅


정철을 부르라는 명령을 내린 지 정말 얼마 안되었을 무렵이었다.
내가 있던 방 바깥에서 걷는 소리가 나더니 내 방 문 앞에 멈추었다.


"전하! 신 정철이옵니다!"


정철이 왔다는 소리였다. 그 소리에 나는 들라 하라라고 말하려고 했었던 찰나,
무언가 위화감을 느낀 채 잠시 생각하게 되었다.

보통 신하를 부를 때에는 부른 신하가 먼저 말하지 않는다.
내관들이 먼저 신하가 도착했다는 말을 하고, 내가 들라고 하면 신하가 들어온다.

그런데 이건 신하가 먼저 말하는 게 아닌가?
여기에 승정원에서부터 창덕궁까지의 거리를 생각하면
정철이 벌써부터 도착해 있을리가 없는 것이다.


"전하! 신 정철이옵니다!"


또다시 목소리가 들린다. 분명 목소리는 정철의 목소리다.

허나 뭔지 모를 위화감에 나는 말하였다.



"여봐라! 대관은 듣거라! 이 사람이 승정원 승지가 맞는 지 확인하거라!"


"전하! 신 정철이옵니다!"


"여봐라! 대관은 어디 있느냐!"


"전하! 신 정철이옵니다!"



위화감은 더더욱 커졌다. 나는 대관을 불렀지만, 저 목소리는 그저 같은 목소리로 "전하! 신 정철이옵니다!" 라고 말하였다.

마치 굳이 대관 부를 필요도 없이 이 목소리가 내가 부른 그 정철이 아니라고 확인해주는 듯이.



"네 이놈! 네 놈이 누구길래 이런 무례를 범하는가!"


"전하! 신 정철이옵니다!"


"네 놈이 정철이라면 이런 무례를 범할 리가 없다! 어서 예를 갖추지 못하겠느냐!"


"전하! 신 정철이옵니다!"


순간 소름이 팍 돋았다. 사람이란 같은 말을 하더라도 억양도 완전히 똑같이 반복해서 말할 수 없다.
그런데 밖에서 들려오는 음성은 처음부터 끝까지 억양까지도 똑같이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무슨 괴력난신이란 말인가?

"전하! 신 정철이옵니다!"

들으면 들을 수록 더욱 이상했다. 자세히 들어보니 문 앞이 아닌 문 밖 천장 부근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나한테 다가오는 무례한 겁들을 쫓아내겠다는 심정으로 한번 소리를 질러보았다.

"네 이놈!! 닥치지 못하겠느냐!!"


그러자 밖에서 아무소리도 안들렸다. 그럼에도 나는 마음이 가라앉지 않은 채 그저 문이 뚫리도록 쳐다 보았다. 아무 소리도 안들렸다. 그냥 고요히 바람소리만 미세하게 들렸다. 아니 들렸었다.


"으히히히히힉! 이히히힉! 이히히히히히힉!"


심장이 멈추는줄 알았다.

문밖에서 사내인지 아녀자인지 분간이 안되는 숨 넘어갈 듯 한 웃음소리가 내 귀를 강타했다. 손으로 상체만 벌떡 일으킨 나는 온몸에 돋아나는 소름을 느끼면서 그 소름 돋는 소리를 안 들으려고 귀를 손으로 틀어막았다.



"으힉! 켁! 으히히힉! 이히히힉! 이히히히히히힉!"




계속 들려왔다. 숨 너어갈 듯한 웃음소리. 점점 크게 들리는 듯 했다.


"여봐라!! 거기 누구 없느냐!! 여봐라!! 내관 아무도 없느냐!! 여봐라!! 여봐라!!!"


나는 손을 떨면서 내관을 불렀다. 부르고 또 불렀다.


"정말 아무도 없느냐!! 와서 나를 보호하라!! 여봐라!! 여봐라!!!"


나는 내관을 열심히 불렀지만 그저 침묵만이 나에게 돌아왔다.

그저 나는 계속 문을 쳐다보면서 극으로 치닫는 공포를 경험하는 것 밖에는 할 수 없었다.



쿵쿵 쿵쿵 쿵쿵쿵쿵!!


"으힉! 이히히힉! 이히히히히히힉!"


어느새 방문이 크게 흔들렸다. 마치 누군가가 두드리듯이.

문은 열리지 않았으나 계속 흔들렸고, 동시에 계속해서 미친듯한 웃음소리는 들려왔다.

마치 부엉이 울음소리처럼.






기담))송강 정철이 이야기 - 전하, 신 정철옵니다 2 - 공포이야기 갤러리 (dcinsi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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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2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