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 우리 동네 애들은 신기한 놀이가 있었다.

이름이 잘 기억이 안나는데 아오오니였나 그당시 유명한 귀신 이름이었을 거다.

(찾아보니까 아오오니가 맞다)

룰은 걍 간단하다.


우리 아파트 단지의 아파트들은 복도식 아파트였고, 13층까지 있었는데

12명이 있으면 술래 2명 도망자 10명 해서

10명이 먼저 아파트 각 층에 올라가서 숨고

술래 두명이 뒤따라서 올라간 다음 도망자들을 찾아내서 잡아야 했다.

도망자 10명의 목적은 술래에게 들키지 않고  아파트에서 탈출하는 것.

엘리베이터 이용도 됐었다.


그냥 들어 봤을때는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담력을 자랑하기 위해 아이들은 항상 밤 7~8시쯤에 놀이를 하자고 했고

(아파트 주민분들은 착하셔서 아이들이 뛰어다니던 소리지르던 크면서 저러는거라고 양해해주셨다. 나같으면 화났을텐데...)

어린 나이에 어두컴컴한 밤에 친구들과 흩어져 혼자 넓디넓은 아파트에 숨어 술래를 경계하는건 상상이상의 공포였다.


어쨌든 그날도 이 아오오니 게임을 했던 날이다.

그때 내가 학원에 단어시험을 탈락해서 늦게 학원에서 나왔다. 단어시험을 탈락해도 앵간하면 한번에 나오는데 그날에 왜 그렇게 늦게 나왔는지는 기억이 잘 안난다.

아이들은 나와 아오오니 게임을 하기 위해 고맙게도 나를 기다려줬고, 게임은 평소보다 좀 늦은 시간인 9시즈음에 시작하게 되었다.

그때 나와 내 친구들의 스쿼드(?)를 좀 읊어보자면

나 (당시 초 3)

A (초 3) : 동나이대에서 달리기가 제일 빨라서 무리내 발언권이 꽤 강했다. 나랑 제일 친했다.

B (초 3) : 축구를 제일 잘해서 발언권이 A 못지않게 강했다.

C (초 5였나 6이었나 기억이 잘 안난다) : 나이가 많아서 무리에서 리더였다. A도 C 말은 들었다.

D (초 4) : C랑 유독 친한 초등학교 4학년이었다.

나머지 7명은 특별사항 없이 그냥 다 대충 초등학교 3~4학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술래를 정하기 위해 가위바위보를 했다. C와 D가 술래에 당첨되었다. 이 둘이 술래에 당첨되는건 이날이 처음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D가 기분이 좋아서 C한테

"형 우리 같은팀이다ㅋㅋ 이겼다!" 라며 기뻐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C랑 D는 나이가 좀더 많아서 아오오니 실력이 장난이 아니었다. 우리 모두 좆됨을 감지하고 필사적으로 숨기를 다짐했다.


게임이 시작하고 나머지 10명은 건물에 들어갔다. 모두 다 같은 층에 숨는건 당연히 말도 안됐길래 그룹끼리 모여서

야 우리는 몇층 가자! 야 우리는 몇층 가자! 하며 토론이 한창이었다. C와 D가 동시 술래라는 초유의 사태 때문에 그날 토론은 좀더 길었던거 같다.

A와 B가 그중에서는 발언권이 제일 강했기에 자연스레 이 둘을 따라서 그룹이 나눠졌다.

당시 그 게임에서는 A가 위쪽층(7~13)으로 가기로 하고 B가 아랫쪽층(1~6)으로 가기로 했다. 난 A랑 제일 친해서 A를 따라 위쪽층으로 갔다.


A는 나머지 애들한테 계단으로(엘리베이터를 쓰면 술래가 엘베 멈추는걸 보고 몇층에 숨었는지 볼수 있어서 한두명만 쓸수 있었다.)각자 원하는 층으로 숨으라 한 다음

나와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최고층인 13층으로 올라갔다. 애들은 각자 나름대로 발걸음을 죽이면서 숨으러 달려나갔다.

A와 내가 13층에 도착했는데 평소보다 늦은 시간에 하다보니 평소보다 아파트 복도가 존나게 어두웠다.


막상 나는 층에 도착해보니 뒤지게 무서워서 A에게 계속 같이 있자고 했고 A도 ㅇㅋ 했다.

근데 숨고 한 5분이 지나니 아오오니 씹고수 C와 D가 계단을 타고 13층까지 올라와서 나와 A가 잡힐뻔했다. 그때 어케 탈출했는지도 잘 모르겠다.

술래한테서 정신없이 도망치며 계단을 내려가다 보니 나는 A와 떨어지고 혼자가 되었다.

몇층까지 내려왔는지는 기억도 안나는 상황이었고 일단 C와 D가 언제올지 모르니 대충 빨리 숨어야했다.


다른애들은 모두 다른층에 숨었는지 숨을곳을 찾으면서 한명정도는 층에서 만날만 했는데 긴 복도에 아무도 숨어있지 않았다.

나는 뒤지게 무서웠지만 일단 잡히긴 싫어서 계단기준 오른쪽 맨끝 집 앞(그때 당시에는 호수가 기억났는데 지금은 기억이 잘 안난다.)  박스채로 쌓아놓은 짐들이 있기에

그 사이에 재빨리 숨었다.


몇분 숨었을까 도망자들을 찾는듯이 빠르게 계단을 내려가는 C와 D로 추정되는 발소리가 들렸고,

발소리가 멀어지자 안전하다 싶었던 나는 박스들 틈새로 바깥을 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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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 틈 사이로 큰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이 뒤지게 컸다.

사람이 너무 무서우면 소리도 안난다고 흔히 말하듯이 걍 소리 지를 용기도 안나고 호흡곤란 온듯이 헙! 하면서 숨이 안쉬어지더라

너무 무서워서 제대로 못봤기 때문에 잘은 기억 안나는데 분명 피부색도 비정상이었다. 파란색이었던거 같다.

아까 말했듯이 게임 이름이 아오오니였는데 난 시발 내가 진짜 아오오니를 본줄 알았다 진짜 존나게 무서웠다

한 10초 그렇게 있다가 정신차리고 몸부림치면서 박스 다 넘어뜨리니까 아무것도 앞에 없더라.

아니 씨발 내가 봤던건 뭐지..? 하면서 멍때리고 있는 참에 계단에서 쿵쿵소리가 들리길래 진짜 혼비백산해서 내려갔다.

층 세개정도를 내려가니까 갑자기 사람이 많아서 놀라서 소리지르면서 주저앉았다. 근데 자세히 보니 내 친구들인거 아닌가.

알고보니 게임은 이미 10분전에 끝났고 애들은 다 모여서 나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애들이 날 보니까 내가 무슨 미친놈처럼 눈물 줄줄 흘리면서 넋이 나간 얼굴을 하고 있으니까 뭔일인지 물었고

난 내가 뭔일을 겪고 왔는지 설명해줬다.

애들은 처음에 내가 구라까는줄 알고 웃었는데 내 표정을 보니 하나둘씩 구라가 아니라는걸 눈치깠다.

그렇게 10분간 애들끼리 내가 본 것의 정체에 대해 열심히 토론하다가 집으로 해산했다.

A가 나를 집으로 데려다줬고 그 날은 엄마랑 같이 잤다.


다음날 학교에서는 내가 겪은 일이 이미 소문으로 다 퍼져있었고 애들이 나한테 귀신을 본 집 동호수를 묻길래 아무생각 없이 말해줬다.

그런데 그다음날 학교에서 애들끼리 난리가 나서 등교하고 무슨일인지 물었는데 

알고보니 그 집 주인이 옛날에 극단적 선택을 했던 사람이고 그 집은 예전부터 방치되어 있었다는 거다...

마침 생각해보니 사람 집 앞에 초 3짜리가 숨을수 있을정도로 박스가 많이 쌓여있던것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소름이 돋았었던 기억이 난다.

박스안에 담겨있던건 뭐였고 내가 본 눈깔은 대체 뭐였을까...

그 사건 이후로 아오오니 게임은 인기가 존나 많아져서 20명 30명씩 아오오니 게임을 하다가 좆노잼화 되어서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주작 하나도 없이 진짜 내가 기억하는대로 적었다.

내 친구크루가 하도 깝쳐서 이 일 말고도 다른 일이 한두개가 아닌데 반응이 좋으면 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