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깊은 산골, 인적 드문 국립공원. 거기엔 산림공익요원들이 교대로 머무는 작은 처소가 있다. 그날도 선배 경민과 후배 진우는 교대근무 중, 산 정상 근처 그늘진 바위 아래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따뜻한 햇살도 잠시, 산그늘이 깔리자 싸늘한 기운이 번졌다.

“이 바위 밑이 바람 안 불어서 좋다.” 경민이 말했다. 진우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침낭을 깔았다.

그날 밤, 경민은 이상한 느낌에 눈을 떴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꿈인가 싶었지만 너무 생생했다. 숨도 쉬기 버거웠다.

그리고— 눈앞에… 누가 누워 있었다.
바로 자신의 몸 위에, 얼굴을 딱 맞대고, 정면을 보며 똑바로 누워 있는… 할머니.
하얀 소복, 창백한 얼굴, 그리고 이상할 정도로 동글동글한 눈. 눈은 마치 인형처럼 크고, 깜박이지 않았다. 그 눈으로, 꼼짝도 하지 않고, 경민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움직이지 마…” 그녀의 입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소리가 머릿속에 울렸다.

시간이 한참 흘렀더니 몸이 풀렸다. 경민은 진우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진우가 아침밥을 먹다 말고, 낮게 말했다. “형… 이상한 꿈 꿨어요.”
경민은 멈칫했다.

진우는 손을 떨며 말했다. “자는데… 누가 제 위에 누워 있었어요. 소복 입은 할머니였는데… 눈이… 눈이 너무 커서… 계속 저를 보고 있었어요…”

둘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같은 ‘그녀’를 본 것이 분명했다.

그날 이후, 그 바위 아래에서 자는 일은 없었다.
지나가는 산행자 중 누군가는 가끔 그 바위 근처에서 이상한 걸 봤다고 한다.
하얀 옷 입은 누군가가, 고요히, 누워 있는 누군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고.
눈도 깜박이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