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우리는 고향집에 가기 위해 인적 드문 산길을 타고 가고 있었다.
국도에서 빠져나와 좁고 구불구불한 도로에 접어든 건 새벽 1시쯤.
라디오는 잡음만 들렸고, 도로엔 가로등 하나 없었다.
어두운 나무들 사이로 헤드라이트만이 길을 비췄다.
“형, 이상한 거 안 보여?”
조수석에 앉은 동생이 말했다.
처음엔 나무 그림자인 줄 알았다.
하지만 분명히… 그건 사람이었다.
비탈 아래, 하얀 소복을 입은 여자가 어정어정 산길 옆을 걷고 있었다.
“이 시간에, 저길 왜…?”
스쳐 지나갔다. 우린 말없이 고개만 돌려 그녀를 한 번 더 봤다.
뒤통수가 서늘했다. 여자는 우리 쪽을 보고 서 있었다.
2분쯤 더 달렸을까.
갑자기 동생이 소리를 질렀다.
“형! 앞에 또 있어!!”
브레이크를 밟을 틈도 없이,
그 여자가 도로 옆에 또 서 있었다.
정확히 방금 전에 본 그 여자.
똑같은 소복, 똑같은 자세.
우린 서로 눈을 마주쳤다.
말도 안 돼. 저 여자가…
우리를 앞질렀을 리가 없었다.
이상한 건, 이번엔 여자의 얼굴이 더 잘 보였다는 점이다.
눈이 너무 컸다.
그리고 고개가 왼쪽으로 꺾인 채 천천히,
삐—그덕, 삐—그덕
기계처럼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고 있었다.
“형… 고개 꺾이는 거 봤지…?”
동생의 목소리는 떨렸다.
속도를 높였다.
다시 비탈길을 돌고, 다음 커브를 지날 때
우린 다시 봤다.
이번엔, 도로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고개는 반쯤 떨어질 듯 꺾여 있었고,
입은 천천히 열리며
말소리 없는 울음을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차 안엔 아무 소리도 없었다.
그녀의 입이 정확히 우리를 향해 열렸다.
그 순간, 차 안 라디오가
스스로 켜졌다.
“그만… 지나가…”
차는 멈추지 않고 지나쳤고,
우린 무작정 산을 내려와 마을 근처 큰길까지 나왔다.
도로에 불빛이 들어오자, 여자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이후,
내 블랙박스에는 이상한 소리가 녹음되어 있었다.
삐—그덕…
…그만… 지나가…
…내가 먼저 지나갔어…
밤 늦게 산길을 지나가야 한다면,
혹시 누군가 걷고 있지 않나… 꼭 확인해.
한 번 봤던 사람은… 두 번 보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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