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중이었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 마을, 도심 외곽에 자리한 오래된 모텔.
프런트엔 사람도 없고, 카운터 벨을 몇 번이나 눌러야 주인 할머니가 나왔다.
방은 503호. 꽤 높은 층인데, 엘리베이터도 삐걱거렸다.

처음 방에 들어갔을 땐, 특별한 느낌은 없었다.
다만 욕실 비데가 새 것치고는 너무 깨끗했다.



그날 밤 11시.
샤워하고 누워서 TV를 보다가 불 끄고 잤다.
그런데… 30분쯤 지났을까?
비데에서 물 나오는 소리가 났다.

“쉭—— 쩝… 콰악.”

처음엔 잘못 눌렀나 싶어 무시했다.
그런데 정확히 30분 간격으로,
밤새도록 비데가 혼자 작동했다.
한두 번도 아니고, 거의 다섯 번쯤.

기분이 이상했다.
마치 누가 화장실에 있다는 기분.
그래도 피곤해서 억지로 다시 잠을 청했다.



그러다 갑자기,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가위에 눌린 거다.

눈을 떴는데,
분명히 불을 끄고 잤는데, 방 안은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뒤에서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가 내 머리를 도끼로 내리찍었다.

“죽었구나.”
그게 딱 드는 첫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숨이 터지듯 눈이 번쩍 떠졌다.
불은 꺼져 있었고, 방 안은 깜깜했다.
정신이 혼미했다.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 생생했다.



겨우 다시 잠이 들었는데,
두 번째 가위에 눌렸다.

이번엔 움직일 수는 없었지만, 눈은 떠졌다.
그리고 침대 맡, 바로 내 옆에서
시커먼 실루엣 하나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흐릿한 형체,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르겠는
그 그림자는 움직이지 않고
오직 ‘존재감’만으로 방을 짓눌렀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온몸이 얼어붙은 채, 시간은 계속 흘렀다.



그 그림자가 사라졌을 때쯤,
밖은 서서히 밝아지고 있었다.
새벽 5시.
나는 더는 못 버틸 것 같아 짐을 챙겨 나왔다.

복도엔 누군가의 젖은 발자국이
내 방문 앞에서 엘리베이터까지 이어져 있었다.



며칠 뒤, 모텔 후기를 찾아봤다.
503호 관련된 글 하나가 눈에 띄었다.

“비데 혼자 작동하고, 방 안에 자꾸 불 켜져요.
새벽마다 누가 자꾸 머리 누르는 꿈 꿔요.
절대 다시 안 갑니다.”



그 글의 마지막엔
사진이 하나 올라와 있었다.

그 방 침대 위, 어둠 속에서 찍힌 사진.
침대 맡에,
뭔가 시커먼 형체가 서 있었다.



503호, 절대 다시 가지 마.
그 방엔 아직 누가… 남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