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방 병원에는 이상한 간호사가 한 명 있었다.
모든 간호사들이 하얀 유니폼을 입는 병원 규칙이 있었지만,
그 간호사만은 언제나 회색 유니폼만 고집했다.

이유를 물으면 딱 한 마디만 했다.

“흰색은 너무 티가 잘 나요.”



의사들은 점점 불편해졌고,
특히 병원장인 윤 의사는 그 간호사를 눈엣가시처럼 여겼다.

“여긴 내 병원이야. 내 말 들어.”

하지만 간호사는 아무 대꾸도 없이 다음 날도 회색 옷을 입고 출근했다.
그날 밤, 윤 의사는 술에 취해 병원에 들렀다.
비틀거리며 간호사 대기실 앞에 서 있던 그는
회색 유니폼을 입은 그 간호사를 보자
손에 들고 있던 술병을 그녀의 머리에 던졌다.

"그만 좀 입으라고 했지, 미친년아…"

유리병은 그녀의 머리에 정통으로 박혔고,
간호사는 바닥에 쓰러져 두개골 골절과 뇌출혈로 사망했다.



윤 의사와 몇몇 간호사들은 회의를 열었다.
“우리가 술 마신 거 들키면 병원 문 닫아.”
“그냥 넘어졌다고 하자.”

결국 보고서에는 이렇게 적혔다.

“간호사 ○○씨, 술을 마시고 계단에서 넘어져 사망.”



이름도 지워지고, 진실도 묻혔다.
회색 간호사의 시신은 조용히 화장되어 산골에 뿌려졌다.



1년 후, 같은 계절, 같은 병원.
밤 11시.
병동 야간조 간호사 두 명이 교대 대기 중이던 그때였다.

병원 복도를 회색 유니폼을 입은 누군가가 천천히 걷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오른쪽은 평범한 인간,
왼쪽은 쭈그러진 해골,
눈은 검게 꺼진 구멍이었다.

그녀는 간호사 대기실 문을 조용히 열고 들어가
아무 말 없이 주사기를 목에 꽂았다.

“꺄아아아—!”

한 명이 도망쳤지만,
복도 끝에 서 있던 회색 간호사는 순식간에 사라졌다가
바로 옆에서 다시 나타나,
의료용 칼로 그녀의 배를 갈랐다.



한편, 윤 의사는 자고 있다가 갑자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퇴마사 친구인 정석이었다.

“야… 너 병원, 뭔 일 생기지 않았냐?”
“왜?”
“지금… 귀신 냄새가 너무 짙어.
회색. 무조건 회색.
그 귀신 없애려면…
병원 자체를 없애야 해.”





윤 의사는 미친 듯이 병원으로 달려갔다.
간호사들은 이미 처참하게 죽어 있었고,
복도에는 회색 간호사가 서 있었다.

눈은 그를 정확히 바라보고 있었다.
오른쪽 눈은 사람처럼 눈물 맺힌 눈이었고,
왼쪽은 꺼진 구멍에서 피가 흘렀다.

“다른 사람들은 입이라도 맞췄는데…
당신은 날 죽였잖아.”



그 순간, 병원 전등이 모두 꺼지고
회색 간호사의 형체는 그의 목을 조르며 속삭였다.

“이제, 당신 차례예요. 병원장님.”





그는 가까스로 병원 밖으로 빠져나와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를 던졌다.
병원은 타오르며 무너졌다.

불길 속에서, 회색 간호사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다가 재처럼 흩어졌다.



그 후, 그 자리에 병원이 다시 세워지진 않았다.
하지만 이따금,
근처 공터에서
회색 옷을 입은 간호사가
가만히, 하얀 유니폼 입은 사람들만 골라서 쳐다본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얀 옷은… 너무 티가 잘 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