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둘러싼 조용한 마을.
그 마을엔 대학교 같은 과 친구인 윤호와 민지가 살았다.
윤호는 방학을 맞아 민지의 고향 마을로 놀러 왔고,
둘은 오랜만에 만나 산책을 나섰다.
"여긴 진짜 공기 좋다."
"좋지. 나 어릴 때 이 산 다 내 놀이터였어."
그렇게 산 속 오솔길을 따라 걷던 중,
나무 사이로 무언가 웅장한 그림자가 보였다.
유럽풍 저택.
돌담에 이끼가 끼고, 창틀은 녹이 슬어 있었지만
전체적인 건물은 이상하리만치 멀쩡해 보였다.
"야, 저 집 뭐냐?"
"아… 저기? 1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 살았는데
그 이후론 비었어. 아무도 안 살아. 그냥 가자."
"이상하네… 방금, 창문에 사람 있었는데?"
"뭐?"
"진짜야. 누가 날 보고 있었어."
민지는 약간 불안해 보였다.
"진짜… 그냥 가지 말자. 집도 가까우니까 먼저 갈게."
그녀는 곧장 돌아섰고,
윤호는 그 집 쪽으로 다가갔다.
누군가… 창문 너머로 자신을 확실히 보고 있었다.
대문 앞에 다다르자,
문이 삐걱 열리며 한 여성이 나왔다.
윤호 또래의 젊은 여자였다.
"여기… 놀러왔어요?"
"어, 네… 그게… 그냥 산책하다가—"
"낯익은 얼굴이다 했더니. 들어와요. 구경시켜줄게요."
이상하게 이끌리듯, 윤호는 그 집 안으로 들어섰다.
저택 안은 오래됐지만
너무나도 잘 정돈돼 있었다.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고,
오히려 사람이 사는 집처럼 생기가 돌았다.
둘은 벽에 걸린 액자, 피아노, 오래된 시계 등을 이야기하며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윤호는 문득 이렇게 물었다.
"근데… 이상한 게…
내 친구 말로는, 여기 1년 전부터 사람이 안 산다고 했거든요?"
여성은 잠시 고개를 숙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맞아요.
그때… 부모님이 여행 가셨다가…
비행기 사고로 돌아가셨어요."
"…비행기 사고?"
"뉴스에 나왔을 거예요.
탑승자 전원 사망.
…사실 나도… 그 비행기에 탔었어요."
그 순간, 윤호의 뒷목에 소름이 돋았다.
여자의 얼굴이 이상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눈동자가 좌우로 길게 찢어지며 커졌고,
입꼬리는 귀 밑까지 찢어진 듯 올라갔다.
귀는 뾰족하게 솟고, 목소리는 울리는 듯한 잔향이 맴돌았다.
“그래도… 이렇게 오랜만에 누가 찾아와 줘서, 너무 기뻐요.”
민지는 그날 밤, 아무리 윤호에게 연락해도 받지 않았다.
그 집을 다시 찾아갔을 땐,
대문조차 닫혀 있었고, 집 안은 텅 비어 있었다.
그날 이후 윤호는 마을에서 사라졌다.
다만 이상한 건…
민지가 집으로 돌아가던 날,
마을 초입에서 눈이 이상하게 큰 여자를 봤다는 마을 사람들의 말이었다.
“피곤해서 그런가 봐요…
근데… 진짜 사람 눈이 그렇게 클 수 있나?”
그 집은 지금도 그 자리에 있다.
다만, 다시 그 문을 열고 들어간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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