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된 아파트에 산다.
그리고 그곳에는 누구도 피해 가지 못하는 존재가 하나 있다.

윗층 할아버지.

그는 매일 새벽 3시나 4시쯤이면 어김없이 일어난다.
그리고 시작된다.
혼잣말. 욕설. 중얼거림.

“거기 있잖아… 보고 있어…”

그 목소리는 벽을 타고, 천장을 뚫고, 내 귀에 들어온다.
처음엔 그냥 치매거나 정신병인가 싶었다.
하지만 10년 넘게,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단 10초도 쉬지 않고
내 동선을 따라다니는 기척이 이어지자,
나는 알게 되었다.

그건 병이 아니었다. 의지였다.

내가 거실로 가면, 천장에서 쿵 하고 따라오는 발소리.
내가 주방에 서면, 그 위에서 가구를 끄는 소리.
내가 욕실에 들어가 물을 틀면,
그 위에선 변기 물 내리는 소리,
세면대에서 물을 채웠다 비우는 소리,
무려 서른 번 넘게.

마치,
내가 ‘지금’ 뭘 하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지켜보는 것처럼.

그는 절대 우리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일이 일어난다.
그는 꿈속으로 들어온다.

처음엔 단순히 기분 나쁜 꿈이었다.
복도 어딘가에서 나를 바라보는 뒷모습.
어둡고 낡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멈춰선 채,
뒤돌아보지도 않고 중얼거리는 그 모습.

“거기 있네. 너지?”

가위에 눌릴 때는 더 명확했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의 무게가 가슴 위에 눌러왔고,
그 위에선 할아버지가 뻣뻣하게 말라붙은 다리로
내 허리를 감고 올라앉아 있었다.

눈을 뜨면, 그가 내 코 앞에 있었다.
눈동자는 흐려졌지만, 절대 나를 놓지 않았다.

“어디 가려고 그래… 떨어지면 안 돼… 나는 네가 좋아…”

어떤 날은 목을 조였다.
목 안쪽에 손톱이 파고들어
꿈에서 깼을 때조차 따끔거리는 통증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진짜 무서운 건 따로 있다.

깨어나도,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들린다.
천장에서, 벽에서, 베개 아래에서까지.

“너 아직 깬 거 아냐…”



그는 실제로 집 안에 들어온 적은 없다.
하지만 그보다 더 깊은 곳에 들어왔다.
머릿속, 꿈속, 심장 깊은 곳까지.

그리고 나는 요즘 이상한 걸 느낀다.
거울 속 내 뒷모습,
엘리베이터 안 내 그림자,
침대 위 내 팔목에 생긴 검붉은 멍…
모두 할아버지의 것과 닮아간다.

내가 누구였는지
점점 흐려지고 있다.

그는 절대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그가 되어가고 있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