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서로를 끔찍이도 사랑하던 부부가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들을 두고 천생연분이라 불렀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죽을 병에 걸렸다.
남편은 할 수 있는 건 뭐든 해봤지만, 병은 천천히 그녀를 갉아먹었다.
죽음을 앞둔 아내는 남편에게 유언을 남겼다.
“여보, 내 관엔 작은 방울, 식칼, 그리고 나막신을 넣어줘…
그리고… 절대 재혼하지 마.”
남편은 눈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내가 세상을 떠났고,
그녀의 유언대로 장례를 치렀다.
관에는 방울과 식칼, 나막신이 함께 묻혔다.
아내가 떠난 후 남편은 한동안 망가진 사람이었다.
매일 밤 그녀를 떠올리며 술에 취해 울었다.
하지만 세월은 사람을 무디게 한다.
몇 년이 지나자, 어느새 남편의 마음에도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는 재혼했다.
새로운 아내는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남편은 다시 웃을 수 있게 되었고,
두 사람은 행복한 삶을 살았다.
그렇게 아내의 기억도, 유언도
점점 흐릿해져갔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전처의 기일이었다.
남편은 피곤에 지쳐 일찍 잠이 들었다.
밤이 깊어질 무렵, 집 안에 이상한 소리가 퍼지기 시작했다.
딸랑… 딸랑… 퍽… 퍽… 히히히히히…
점점 가까워지는 듯한 소리.
현재의 아내는 그 소리가 나는 쪽으로 조심스레 다가갔다.
그리고 거실 창문 너머로 봤다.
흰 소복을 입은 여자가 서 있었다.
한 손엔 작은 방울,
다른 손엔 녹슨 식칼,
발에는 낡은 나막신.
그 여자는 천천히 웃으며 다가왔고—
다음 순간, 식칼이 허공을 갈랐다.
아내는 비명을 지르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잠에서 깬 남편은 피범벅이 된 거실에서
아내의 싸늘한 시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곧장 알아챘다.
전처가 돌아온 것이다.
다음 날, 그는 곧장 그녀의 묘지로 달려갔다.
그리고 절규했다.
“왜 그랬어! 왜… 대체 왜!”
그 순간—
묘지가 갈라졌다.
썩은 천 조각이 흩날리며
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 손엔 식칼, 다른 손엔 방울.
입술은 찢어지듯 웃고 있었다.
“내 말… 안 지켰잖아.
재혼하지 말랬지…?”
그리고 그녀는 천천히 칼을 들어올렸다.
마지막으로 들린 건,
딸랑… 딸랑… 퍽.
다음 날 마을 사람들은
부부의 시신을 함께 발견했다.
눈이 뒤집힌 채,
마치 무언가에 끌려간 듯한 표정으로.
그리고 그 이후—
그 집 앞을 지날 때면
어디선가 들려온다.
딸랑… 딸랑… 히히히히…
나만 기대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