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암벽등반 동아리 '블루체인'엔 다섯 명이 있었다.
리더인 진우, 조용한 성격의 현석, 장난기 많은 태호, 의외로 겁 많은 성재,
그리고 홍일점, 씩씩하고 밝은 유진.
그날은 험한 절벽으로 유명한 '검은 바위산'에 원정을 간 날이었다.
낮 동안은 힘들지만 멋진 등반을 마치고, 산 중턱에 텐트를 치고 야영을 시작했다.
어둠이 내리고 저녁을 준비할 무렵, 태호가 말한다.
"나 땔감 좀 더 구해올게. 좀만 기다려."
그렇게 태호는 손전등 하나 들고 산 속으로 들어갔다.
30분… 1시간…
태호는 돌아오지 않았다.
"여긴 밤 되면 시야가 1m도 안 보이잖아…"
불안해진 진우, 현석, 성재는 결국 유진을 텐트에 남겨두고 태호를 찾으러 나섰다.
유진은 불빛 하나 없는 텐트 안에서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세 남자가 돌아왔다. 숨을 헐떡이며 얼굴은 창백했고, 땀이 맺혀 있었다.
진우가 말한다.
"그 애는 죽었어. 우리가 찾았을 땐 이미 절벽 아래였어."
"그리고… 혹시라도 그 애가 널 부르면 절대로 따라가면 안 돼. 절대."
유진은 이해할 수 없었다.
눈물도 나오지 않았고, 설명도 없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진아… 나야… 나 여기 있어… 유진아…"
분명 태호였다. 어둠 속에서 그녀를 부르고 있었다.
그 순간 진우가 막아선다.
"가지 마!! 그건… 진짜 태호가 아니야."
하지만 유진은 귀기 어린 직감 속에서도,
그 목소리가 단순한 유혹이 아니라 진짜 구조 요청 같다고 느꼈다.
결국 유진은 그 목소리를 따라 어둠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그리고…
어둠 속 바위 아래에서, 태호를 발견했다.
온몸에 상처투성이였지만 살아 있었다.
태호는 떨리는 손으로 유진을 붙잡고 말했다.
"다행이다… 유진아, 들어. 나 길 잃고 절벽에서 미끄러졌는데,
저 셋이… 절벽 아래에서 죽었어. 내가 직접 봤어.**
지금 저 위에 있는 진우, 현석, 성재… 그건 귀신이야.
내가 죽은 줄 알고 먼저 떨어진 거 같아…
그 뒤부터… 내가 아무리 소리쳐도 올라가질 못했어."
유진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다.
산 능선 위, 세 개의 그림자가 텐트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태호와 유진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처럼.
후일담
그 사건 이후, ‘검은 바위산’은 등산 금지 구역이 되었다.
그리고 간혹 캠핑 온 사람들이 말하곤 한다.
“밤이면 절벽 아래서 누군가 이름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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