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준혁은 그날도 야자를 마치고 늦은 밤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매일 다니던 익숙한 골목길.
그날따라 유난히 조용했고, 가로등 불빛도 희미하게 깜빡였다.
길모퉁이를 돌아설 때쯤이었다.
어딘가 낯선, 그러나 오래된 느낌이 드는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
평소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집이었다.
하지만 그날따라 이상하게 눈에 띄었다.
그 순간—
지붕 위에 무언가가 앉아 있는 걸 발견했다.
처음엔 까마귀나 고양이인 줄 알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그건 사람이었다.
백발의 할머니.
Birdy 영화 포스터처럼, 마치 새처럼, 지붕 끝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등은 굽고, 두 손은 발등 위에 올려져 있었고,
무엇보다도…
눈이 비정상적으로 크고, 동그랗게 떠 있었다.
그 할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준혁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가위에 눌린 것처럼, 온몸이 마비된 채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꿈속에서 귀신에게 쫓길 때처럼
몸이 말을 듣지 않았고,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겨우겨우, 젖먹던 힘을 다해 한 발, 또 한 발 내딛었다.
집까지 고작 5분 거리.
하지만 그 길은 한없이 길고 축축하고, 무거웠다.
겨우 집 문 앞에 도착했을 땐
온몸이 땀에 젖어 있었고, 심장은 터질 듯 뛰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준혁은 어제 본 그 집을 다시 찾았다.
기묘한 느낌에 이끌리듯 발걸음을 옮겼다.
그 집 문 앞에는 작은 상이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고인의 영정사진이 세워져 있었다.
사진 속 그 할머니.
바로, 어젯밤 지붕 위에 앉아 있던 그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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