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너네… 홍콩할매귀신 들어봤어?”
5학년 준호는 쉬는 시간, 뒷자리 친구들한테 다가와 조용히 속삭였다.
“진짜 무서운 이야기인데… 잘 들어. 이건 우리 사촌형이 실제로 겪은 거래.”
아이들은 얼떨떨하면서도 준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옛날에 어떤 할머니가 대한항공 타고 홍콩 가다가 비행기 사고로 죽을 뻔했대.
근데 그 할머니가 데리고 가던 검은 고양이랑 합쳐져서 반인반묘(半人半猫)가 됐대.
눈은 고양이처럼 초록색이고, 손톱은 막 길어. 귀도 뾰족하고, 말할 땐 끄르릉대는 숨소리가 들린대.”
“귀신이 되니까, 자기 모국인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이상하게 어른은 안 건드리고…
하굣길의 초딩들만 노린대. 그것도 꼭 혼자 가는 애들.
그 귀신은 100미터를 10초도 안 되게 뛴대. 진짜로.
도망가도 소용없어. 등 뒤에서 “냐아아아…” 하면서 바로 뛰어와.”
아이들 몇몇은 웃었지만, 민지는 벌써 팔에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애한테 질문을 해. 예를 들면,
‘어디 가니?’
‘너, 내 얼굴 안 무서워?’
이럴 때 대답할 때 말 끝에 "홍콩"을 붙이면 살 수 있대.”
“그러니까, ‘집에 가는 중이에요… 홍콩.’ 이런 식으로.”
“만약 그냥 ‘네’라고 하면… 바로 뒤에서 ‘냐아아아아!!!’ 하면서 확…”
종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로 준호가 말을 끊자, 분위기가 순간 싸해졌다.
민지는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진짜면, 오늘 집에 갈 때 홍콩 백 번 붙여야겠다.”
그날 오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하굣길.
민지는 우산도 없이 우비만 입고 혼자 집에 가고 있었다.
친구들이 다들 학원 간다고 먼저 가버린 뒤였다.
그런데 골목 어귀에서, 낡은 가로등 아래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 고양이는 고양이답지 않게 양쪽 눈동자가 색이 달랐다.
그리고... 고양이 얼굴 뒤에 사람 얼굴이 어렴풋이 보였다.
“어디 가니…?”
민지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났지만, 입에서 반사적으로 나왔다.
“집…에… 가는… 중이요… 홍…콩…”
“그렇구나…”
고양이의 형상이 흐릿해지더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민지는 온몸에 식은땀이 흥건하게 젖었다.
그날 밤, 그녀는 꿈속에서 다시 그 반묘 얼굴을 한 할매 귀신을 보았다.
이번엔 아주 가까이서… 귀에 대고 속삭였다.
“다음엔… 말 안 붙이면…
혀부터 뽑을 거야… 홍콩…”
다음 날, 준호는 민지가 아무 말도 없이 창가에서 멍하니 앉아있는 걸 봤다.
그녀의 책상 위엔, 검은 고양이 털 한 가닥이 얹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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