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인 나는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다짐했다.
모의고사는 매번 참패. 성적표를 받을 때마다 선생님은 한숨 쉬었고,
부모님 얼굴은 점점 굳어갔다.

"이번 수능만 잘 보면..."

마지막 희망이었다.



그날도, 모의고사를 망치고 학교를 나왔다.
가는 길, 슬리퍼를 신은 어떤 낡은 차림의 할머니가 길가에 앉아 있었다.

그 할머니는 다 죽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무슨 걱정거리가 그리 많을꼬... 시험을 매번 못보는가 보군."

나는 깜짝 놀라 멈춰섰다.

할머니는 내 얼굴을 똑바로 보며 천천히 말했다.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마지막 시험은 잘 볼 텐데... 어쩌겠느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어떻게 하면 되나요?"



할머니는 씨익 웃더니 낮고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밤, 열두 시 정각에,
강아지 머리와 고양이 머리를 잘라 합쳐서...
푸세식 화장실 똥통에 집어넣거라."

나는 굳어버렸다.

"…그게 무슨…?"

할머니는 다시 중얼거렸다.

"주의사항이 있다.
절대,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거라.
약속 안 지키면... 넌 끝이다."



나는 망설였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대학' 두 글자밖에 없었다.

밤이 되자,
나는 동네를 돌아다니며 유기견과 떠도는 고양이를 찾았다.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지만, 결국...
나는 둘의 목을 잘라냈다.

핏물에 젖은 머리 둘을 가방에 쑤셔넣고,
마을 외곽의 낡은 푸세식 화장실로 갔다.



12시 정각.

나는 떨리는 손으로 강아지와 고양이 머리를 하나로 붙여 똥통 속으로 떨어뜨렸다.
축축한 소리와 함께, 똥과 피가 뒤엉켰다.



그런데.

'왜 뒤를 보면 안 될까?'

의문이 터져 나왔다.

긴장한 채로 등을 돌리지 않고 버텼지만,
문득,
"쓱..."
누군가 내 뒤를 스치는 기분이 들었다.



참을 수 없었다.

나는 결국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나는 봤다.

그 할머니가
기괴하게 입을 터질 듯이 벌리고,
강아지와 고양이의 잘린 머리를 입 안에 꾸역꾸역 집어넣고 있었다.

피와 털이 흘러내리는데도,
할머니는 마치 꿀이라도 삼키듯 머리를 씹고, 삼켰다.

그런 할머니가
눈알만 굴려
나를 바라보더니,
입가에 피를 묻힌 채 중얼거렸다.



"봤구나..."



할머니의 몸이 갑자기 기괴하게 일그러지더니,
발톱이 길게 자라나고, 입은 귀까지 찢어졌다.

"이제... 너를 살려줄 수 없겠다."



내가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그 괴물은 내게 달려들어
나를 붙잡고
뼈를 부수며
살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사람들은 내가 그냥 가출했다고 생각했지만,
밤늦게, 그 푸세식 화장실을 지나던 몇몇 사람들은 들었다고 했다.

깊고 깊은 구덩이 아래에서,
끊임없이,

"이번엔 잘 볼 수 있었을까..."
"이번엔... 좋은 대학 갈 수 있을까..."

하는 울먹이는 목소리가,
비명과 함께 섞여 나온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