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 기말 준비했냐?”
“아니... 나 중간고사 망했잖아. 기말도 망치면 진짜 끝이야...”

학교 복도에서 쉬는 시간, 민재는 반 친구 재훈이랑 기말고사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너 요즘 밤늦게까지 공부하잖아.”
“응. 커피에 박카스까지 먹으면서 버티고 있어.”
“...야, 근데 그거 알아?”

재훈이 갑자기 목소리를 낮췄다.

“밤 12시 넘어서 공부할 땐... 절대 뒤돌아보지 마.”

민재는 피식 웃었다.
“뭐야, 괴담이냐?”
“진짜야. 예전에 우리 반 선배 중에 하나가, 밤 12시에 뒤돌아보다가... 이상한 걸 봤대.”
“이상한 거?”
“응, 자기 영혼이 빠져나오는 걸 봤다나 뭐라나... 그리고 며칠 동안 가위 눌리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잖아.”
“에이, 그런 게 어딨어.”



그날 밤.

민재는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중간고사 때 받은 처참한 점수표가 벽에 붙어 있었다.

‘이번 기말은 잘 봐야 해. 진짜로.’

졸음을 떨치려고 커피에 박카스를 세 병이나 들이켰다.
몸이 덜덜 떨리고 속도 살짝 메스꺼웠지만, 눈은 말똥말똥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핸드폰 시계가 11시 59분을 지나... 12시 00분, 그리고 12시 01분이 되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등 뒤에서 바스락... 하는 소리가 났다.

에어컨도 꺼져 있고 창문도 닫혀 있는데.
왜, 소리가 나지?

그리고, 그 순간.
낮에 재훈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절대 뒤돌아보지 마."

민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심장은 콩콩 뛰고, 목덜미에 소름이 쫙 돋았다.

그런데.
그럴수록...
더 궁금했다.

‘그냥... 한 번만 보면 되잖아.’

민재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
책상 너머로, 희미하고 투명한 아지랑이 같은 무언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연기처럼, 안개처럼,
하지만 분명히 사람 형태였다.
그리고 그 얼굴은…

민재 본인이었다.

눈은 감겨 있었고, 입은 희미하게 움직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민재는 온몸이 굳었다.
손가락 하나, 발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마치 가위에 눌린 것처럼.

그 투명한 형체는 민재의 얼굴을 조용히 내려다보다가
스르륵, 공기 속으로 스며들 듯 사라졌다.



“헉!”

민재는 자신의 입에서 터져나온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책상 불이 여전히 켜져 있었고, 핸드폰 시계는 12시 09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식은땀이 흥건했다.
더는 공부고 뭐고 할 수 없었다.

그날 이후, 민재는 절대 밤 12시까지 공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