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가 코앞이었고, 친구들은 금요일 밤이라고 PC방이며 카페며 놀러 다녔지만 준호는 집에서 혼자 책상에 앉아 공부하고 있었다. 마감이 코앞인 수행평가도, 외워야 할 역사 연도도, 풀어야 할 수학 문제도 산더미였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벽시계를 보니 새벽 1시 10분.

그때였다.
"똑… 똑… 똑…"

갑작스레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준호는 고개를 들었다.
두 번, 세 번, 다시금 창문 유리를 두드리는 소리.
밖은 어둡고 커튼 뒤편으로 사람의 형체가 어렴풋이 보였다.

조심스레 창문을 열어보니, 거기엔 허리가 굽은 할머니 한 분이 서 있었다.
긴 흰 머리에 흐릿한 눈동자, 갈라진 입술로 말하길,

“얘야… 병원 장례식장에 가려면 어느 쪽으로 가야 하냐…”

준호는 당황했지만 가까운 병원이 생각나서 대답했다.

“저기요, 이 길 따라 가시다가 모퉁이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돼요.
쭉 가면 병원 장례식장 나와요.”

할머니는 웃지도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고맙다… 고맙다…”
소곤거리며 사라졌다.

준호는 창문을 닫으려다 문득 멈칫했다.

…뭔가 이상했다.
우리 집은 2층인데?
그 할머니는 대체… 어떻게 창문을 두드린 거지?

준호는 얼어붙은 채로 창문을 바라보다가, 결국 책을 덮고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 잠을 청했다

그날 이후 준호는 괜한 공포심 때문인지 밤늦게까지 책상 앞에 앉아 있지 못했다. 창문을 볼 때마다 서늘한 기운이 등골을 타고 내려왔다.

며칠 뒤, 준호는 엄마와 함께 큰이모의 수술 간호차 근처 종합병원에 들르게 되었다. 이모는 회복 중이었고, 간단한 면회만 끝내고 병원 1층을 지나는데, 엄마가 말했다.
“잠깐만, 이모 지인 분이 돌아가셔서 조문만 잠깐 하고 가자.”

조용한 장례식장 안.
준호는 문 앞에서 기다리며 안쪽을 바라봤다.

그런데...
눈에 익은 사진이 영정사진에 걸려 있었다.
며칠 전, 창문을 두드리며 길을 물어봤던 바로 그 할머니였다.

심장이 쿵 내려앉은 듯, 준호는 멍하니 사진을 바라봤다.
그 순간, 옆에 있던 어떤 조문객이 중얼거렸다.
“아이고... 저 할머니, 돌아가신 지는 며칠 됐는데... 돌아가시기 전날 집에서 나오신 이후로 행방이 묘연했다더라구요.”
“그러게 말이야. 시신도 길가 근처에서 발견됐다던데...”

준호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 날 새벽,
그 할머니는 이미 세상 사람이 아니었던 거다.

그 후 준호는 창문 근처에서 자지도 않고, 장례식장도 쉽게 가지 않게 되었다.
그날 새벽, 자신이 알려준 길이 진짜 이승과 저승 사이의 길이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