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이에 심장병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된 '수연이'는, 또래 친구 하나 없는 병실에서 매일이 지루하고 답답하기만 했다.
병원은 오래된 건물이라 신관과 구관이 따로 있었고, 구관은 사용하지 않아 항상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 수연이는 병실 창 너머로 병원 옥상 쪽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그곳에서 본 건, 자신보다 조금 나이가 많아 보이는 어떤 여자아이.
언니는 다정하게 웃으며 수연이를 손짓해 불렀다.
다음 날부터 둘은 구관에서 자주 만났다.
희미한 형광등 불빛 아래, 언니는 병실처럼 생긴 방들 사이를 누비며 숨바꼭질을 하자고 했다.
신기하게도 구관 내부는 밝고 깨끗했고, 오래된 느낌이 전혀 없었다.
수연이는 언니와 노는 시간이 너무 좋아, 매일 구관으로 몰래 빠져나갔다.
하지만 그럴수록 점점 몸이 쇠약해지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엄마는 걱정스레 물었다.
“수연아, 요즘 왜 이렇게 안 좋아 보여? 어디 다녀오는 거야?”
“언니랑 놀았어…”
“언니? 병원에 또래 아이는 없는데…”
걱정한 엄마는 더 이상 놀러가지 못하게 했다.
수연이는 아쉬운 마음에, 언니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러 구관으로 갔다.
그런데 이번엔 무언가가 달랐다.
그토록 깨끗하던 구관이 불 꺼진 폐허처럼 변해 있었던 것이다.
책상은 부러져 나뒹굴고, 병상은 거미줄에 뒤덮였고,
복도 한켠엔 타다 남은 병원용 참대가 녹슨 채로 방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끝에서 언니가 나왔다.
하지만 언니의 얼굴은…
피부가 녹아내리고, 눈동자는 뒤틀려 있었다.
타버린 피부처럼 새까만 흔적이 목까지 퍼져 있었고,
입꼬리는 찢어진 듯 웃고 있었다.
“왜 가려고? 나랑 더 놀자…”
수연이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신관 쪽 출입문을 향해 달렸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언니의 발소리가 바로 뒤까지 따라붙는 순간—
문이 덜컥 열리며, 간호사 언니가 수연이를 끌어당겼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이 문은 항상 잠겨 있는데… 어떻게 들어간 거야!”
뒤를 돌아보자… 언니는 사라져 있었다.
그 후 수연이는 다시는 그곳에 가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고, 건강을 되찾은 수연이는 성인이 되어 병원을 다시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간호사에게 조심스레 구관 이야기를 꺼내자, 한숨 섞인 대답이 돌아왔다.
“그 구관은… 오래전 화재가 있었던 곳이야.
몇몇 어린 환자들이 불에 갇혀 죽었지…
그 중 하나가, 심장병으로 오래 입원했던 여자아이였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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