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삼촌이 어릴 적 살던 집에는 ‘청방’이라 불리는 방이 하나 있었다. 햇볕 한 줄기도 들지 않는 어두운 방. 난방도 되지 않아 겨울엔 얼음장처럼 차가운 그 방은, 가족 누구도 잘 드나들지 않았고, 주로 잡동사니만 쌓여 있었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이었다. 땡볕에 더위를 피해, 외삼촌은 시원한 청방에서 낮잠을 청했다. 처음엔 쾌적했지만, 곧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몸이 땅에 짓눌리는 듯 무거웠고, 팔끝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가위에 눌린 것이다.
희미하게 눈을 뜨자, 누군가 방 안에 서 있는 게 보였다. 형체는 어렴풋했고,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존재는 분명 외삼촌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움직일 수 없는 몸과 점점 다가오는 인기척에 외삼촌은 공포에 질렸다.
정확히 확인하고 싶다는 오기가 올라왔다. 간신히 시선을 아래로 내렸을 때, 외삼촌은 그 존재가 입고 있는 옷을 봤다. 그것은 알록달록한 색동저고리였다. 어린아이의 것이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아이 같지 않았다. 냉기와 어둠이 함께 느껴졌다.
그날 이후 외삼촌은 다시는 청방에서 잠을 자지 않았다. 그저 방문만 지나쳐도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고 한다.
지금도 그 집은 그대로다. 외삼촌은 가끔 말한다.
“그 방엔... 아직도 그 애가 있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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