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김씨는 평소와 다르게 기분이 좋았다. 손님도 없는 한산한 밤, 오랜만에 장거리 손님을 태웠기 때문이다. 검은 옷을 입고 긴 머리로 얼굴을 가린 여자였다. 앞좌석에는 타지 않고 뒷좌석에 조용히 앉았다.
"어디로 모실까요?"
여자는 작게 읊조리듯 말했다.
"......."
차는 도시의 불빛을 점점 벗어나 어두운 산길로 접어들었다. 밤바람은 쌀쌀했고, 히터를 틀었지만 김씨는 왠지 모르게 소름이 끼쳤다.
"정말 여기 맞습니까?"
그가 조심스레 물었다.
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창밖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 손짓을 따라 비포장도로로 들어섰고, 점점 길은 좁아지고 나무들만 무성해졌다. 아무리 봐도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은 곳이었다.
다시 물어보려 뒤를 돌아본 순간—
여자 손님은 사라져 있었다.
"어...? 뭐야...!"
놀란 김씨가 앞을 돌아보자—
눈앞엔 끝도 없는 낭떠러지였다.
비명을 지르며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고,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소리와 함께 차는 절벽 끝에 간신히 멈췄다. 숨을 잠시 돌리고 몇초쯤 지났을까, 바로 옆에서 들려온 낮고 찬 목소리.
"죽었으면... 좋았을 텐데."
여자 손님이 어느새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창백한 얼굴이 고개를 틀며 김씨를 바라보았다. 눈이 없었다.
그 순간 김씨는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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