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에 다니던 시절, 나는 처음으로 자취를 시작했다. 오래된 빌라였지만 학교랑 가까웠고 월세도 저렴했다.
처음엔 아무 일도 없었다. 아니, 아무 일도 아닌 줄 알았다.
바쁜 주말 알바를 마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오면, 거실 테이블 위 재떨이가 가끔 뒤집혀 있었다.
담배꽁초와 재가 테이블 위에 널려 있었고, 처음엔 내가 실수했겠거니 했다. 하지만 그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들어왔더니 방안이 완전히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누가 들어온 흔적도 없었고, 문도 창문도 그대로였다. 도둑이라기엔 이상한 점이 너무 많았다.
찝찝한 마음에 친구에게 털어놨다.
“재떨이가 자꾸 뒤집혀 있어… 뭔가 이상해.”
친구는 농담처럼 웃으며 “그건 담배 끊으라는 신의 계시야” 하고 말했다.
나는 진지하게 말하며 친구에게 집에 같이 가달라고 부탁했고, 친구는 마지못해 따라와 주었다.
집에서 우리는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친구가 이제 가겠다고 그래서 나는 맥주 한캔 더 하자며 친구를 붙잡았다. 그런데 내가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고 돌아왔을 때, 친구는 책장을 뒤적이며 만화책을 보고 있었고…
거실 테이블의 재떨이는 또다시 뒤집혀 있었다.
나는 멍하니 테이블을 보며 중얼거렸다.
“…담배 끊어야겠네.”
친구도 테이블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나, 안 뒤집었어.”
“알아.”
그 순간, 친구의 얼굴이 굳었다.
“…너… 지금… 뒤에…”
나는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려 했지만 친구가 벌떡 일어나 말했다.
“미안… 나 그냥 갈게.”
“야, 무슨 소리야. 맥주 한 캔 더 마시고—”
하지만 친구는 내 손을 뿌리치고 현관문을 열더니, 다급하게 도망치듯 사라졌다.
그 순간이었다.
현관문이 ‘꽈당’ 닫히는 동시에, 누군가 내 등을 세게 밀어버렸다.
나는 비틀거리며 집 밖으로 넘어졌고, 현관문은 덜컥 닫혔다.
며칠 뒤, 학교 탈의실에서 그 친구를 다시 만났다.
친구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미안하다. 근데… 그 집에… 진짜 뭔가 있어.”
나도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나 바로 이사했어.”
내가 옷을 갈아입기 위해 상의를 벗었을 때, 친구는 다시 굳어버렸다.
“…야. 너 등에… 손자국이 있어. 손가락 자국. 선명하게 다섯 개…”
그 집엔…
정말 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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