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때, 범어사에서 사생대회가 있었다.
햇살 좋고 바람 선선한 날이었다.
그림을 다 그린 뒤 선생님께 제출했고, 해산이라는 말이 떨어지자 친구들은 삼삼오오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때, 내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흐읍… 흐에엑… 엄마아아… 엄마아…

어린아이 울음소리였다.
분명히 또렷하게 들렸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모두들 웃고 떠들며 내려가고 있었고, 이상하게도 나만 그 소리를 듣는 듯했다.

나는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절에서 조금 떨어진 무덤가였고, 거기서 6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울고 있었다.
“엄마… 엄마… 어디 있어…”

나는 당황했지만, 아이가 너무 애처롭게 울고 있어서 차마 외면할 수 없었다.
"괜찮아. 내가 엄마 찾아줄게."
아이를 다독이며 다시 절 쪽으로 향했다.

절 앞에 도착해 큰 소리로 말했다.
“실례합니다! 이 아이 엄마 찾고 있어요!”

잠시 후, 스님 한 분이 나왔다.
"무슨 일이냐?"
"이 아이가 미아가 된 것 같아서요."

그런데 스님이 물으셨다.
“…그 아이는 어디 있느냐?”

나는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봤다.
바로 옆에 있던 아이가 사라진 것이다.
눈을 휘둥그레 뜨고 주변을 둘러보다가 절 구석 난간 쪽에서 쪼그리고 있는 아이를 발견했다.
“여기요! 저기 숨어 있어요!”

스님은 아이쪽을 가만히 보시더니, 머뭇거리며 말씀하셨다.
“그러냐… 그럼 둘 다 이리 오너라.”

스님은 방석 두 개를 내주셨다.
“여기 앉아라.”

“저… 왜 여기 앉는 거예요? 전 이 아이 엄마를 찾아주려고—”

스님은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잠시 기다려보거라. 여긴 절이잖니. 경 한 구절 들어보려무나.”

그리고 스님은 경을 읊기 시작했다.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조견오온개공…도일체고액…”

반야심경의 음절 하나하나가 절 안에 메아리쳤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스님이 눈을 감은 채 마지막 구절을 읊조리셨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자, 그만 되었다.”
스님이 눈을 뜨시며 말했다.

나는 주변을 살폈다.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스님… 그 아이는 어디 갔나요?”

스님은 조용히 웃으며 말씀하셨다.
“안심하거라. 그 아이라면 무사히… 엄마 품으로 갔을 테니까.”

나는 순간 이해할 수 없었다.
무사히 갔다니? 어디로?

스님은 마지막으로 조용히 말했다.
“잘 들어라. 처음부터… 나에겐 그 남자아이가 보이지 않았단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왜 스님이 처음부터 “그 아이는 어디 있느냐”고 물으셨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