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선 지칠 대로 지쳤고, 사람도, 일도, 전부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그냥 배낭 하나 메고 무작정 기차를 탔다. 목적지 없이, 가는 데까지 가보자—그런 마음으로.

몇 번의 환승 끝에 도착한 곳은 이름도 처음 듣는 작은 시골 마을이었다.
맑은 공기와 조용한 풍경이 좋았다. 나는 지도도 없이 산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걷다 보니 해는 어느새 저물고, 하늘은 보랏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문제는 숙소였다.
근처엔 민가도, 펜션도, 여관도 보이지 않았다. 핸드폰도 터지지 않았다.
슬슬 불안해지던 그때, 산허리쯤에서 기이한 집 하나를 발견했다.
폐가처럼 보였지만, 분명 안에서는 어렴풋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나는 고민하다가 문을 두드렸다.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문은 잠겨 있지 않았고, 나는 결국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먼지가 가득했지만, 이상하게 거실 한가운데 촛불이 켜져 있었다.
누가 최근까지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몸이 너무 지쳐 있었고, 비도 곧 쏟아질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하룻밤만"이라 스스로를 타일렀고, 구석에 담요처럼 생긴 걸 깔고 누웠다.

깊은 밤, 나는 이상한 소리에 눈을 떴다.
어디선가 발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귓가에서—
"여기… 누구야…"
쉰 목소리. 여자의 목소리였다.
나는 몸을 일으켰고, 순간 거실 한쪽에서 움직이는 그림자를 봤다.
머리는 길고, 팔다리는 기형적으로 길며, 무릎이 뒤로 꺾여 있었다.
그 형체는 나를 보더니, 꿈틀거리며 다가왔다.

공포에 질려 도망치려는데 문이 잠겨 있었다.
그 존재는 벽을 기어와 천장에 매달려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자빠졌고, 그 순간—
문이 벌컥 열리며 한 노인이 나타났다.

"거기서 나와!"

할아버지는 염주를 쥔 손으로 나를 끌어냈다.
우리는 둘 다 뛰었고, 어느샌가 산 아래쪽의 외딴 집까지 내려오게 되었다.
그제야 할아버지는 말했다.

"그 집은… 30년 전 화재로 죽은 여자가 살던 곳이야.
밤마다 지나가는 사람을 잡아먹으려 해.
간신히 빠져나왔구먼… 운이 좋았어."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 후 나는 그 마을을 벗어나 다시 도시에 돌아왔다.
가끔 밤에 눈을 감으면, 그 집 천장에 매달려 나를 내려다보던 그 얼굴이 떠오른다.
입이 찢어지도록 웃으며, 이렇게 속삭인다.

"다음엔… 못 도망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