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 동창이던 지현과 오랜만에 술을 마셨다.
나는 많이 취했고, 집에 가긴 늦어 근처 작은 비즈니스 호텔에 묵기로 했다.
방은 좁았지만 침대는 넓었고, 둘이서 누울 만했다.
나는 침대에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완전히 정신을 잃듯이 잤다.

얼마나 지났을까.
누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지현이었다.
눈을 겨우 뜨니 그녀는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불 좀 켜봐."



“왜 그래?”라고 물으니,

"아무 말 말고... 불 좀 켜봐."



나는 몸을 일으켜 조명을 켰다.
노란 불빛이 방 안을 채우자 지현은 천장 한 구석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기 봐... 천장 구석 말야."



나는 그녀가 가리킨 곳을 올려다봤다.
그냥 낡은 천장. 얼룩이 좀 있고, 거미줄처럼 보이는 자국이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데?"라고 말하자,
지현은 내 손을 뿌리치고 일어나 짐을 챙겼다.

"미안... 나 그냥 나갈래."



그녀는 대답도 없이 방을 나가려 했고,
나는 당황해서 따라 짐을 챙기고 그녀를 따라 호텔을 빠져나왔다.
새벽 어스름한 시간, 택시를 잡아타고 내 집으로 향했다.

나는 계속 물었다. “도대체 뭐야,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하지만 지현은 입을 열지 않았다.



집에 도착하고 나서야 그녀는 입을 열었다.
얼굴은 창백했고, 손은 계속 떨리고 있었다.

"처음엔... 그냥 소리가 들렸어. 누가 속삭이는 소리.
그리고 카세트플레이어에서... 이상한 울음소리가 나더라.
꺼지지도 않았어. 가까이 가니까... 여자의 울음소리였어.
'도와줘요… 제발요…' 그렇게 말했어."



지현의 눈동자가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장을 봤는데...
구석이 시커멓게 번지더니… 거기서…
여자의 목이 쑥, 나왔어.
밧줄에 매달린 목이… 나를 보고 있었어."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말.
그래서 나는 꿈을 꾼 거라고, 헛것을 본 거라고 말했다.



며칠 후, 뉴스에 작은 기사가 떴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 바로 그 건물 윗층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고.
젊은 여성이 목을 졸려 숨진 채로 발견됐다고.
경찰은 남자친구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 중이라 했다.

나는 멍하니 그 뉴스를 보다…
문득 떠올랐다.
지현이 가리킨 천장의 바로 위—
살인이 일어났던 그 방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