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어느 시골 마을.
산줄기에 가려져 해가 빨리 지는 곳.
버스는 하루 두 번뿐이고, 도로 끝엔 늘 안개가 깔려 있었다.
수진은 서른도 되기 전에 남편을 잃었다.
교통사고였다.
장례를 치르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거실 구석에 방금 돌 지난 아기 하나가 멍하니 앉아 있었다.
울지도 않고, 그냥 그녀를 바라보던 그 눈빛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수진은 아이를 업은 채로 살았다.
누가 돌봐줄 사람도, 데려갈 곳도 없었다.
하우스 일, 고추 따기, 벌레 잡기… 일이라고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하지만 생계는 여전히 벼랑 끝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마을의 상수 아저씨가 말을 걸었다.
“그… 마을 어귀 나무 아시죠? 장승 있는 데.
거기서 귀신이 나온단 말이 있어요.
오늘 밤 자정에 한 번 가봐요.
귀신이 정말 나오는지, 보고 내일 얘기 해줘요.
내가 10만원 줄게.”
수진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아기의 젖병도 떨어졌고, 기저귀도 이제는 걸레 조각처럼 해졌다.
"10만원" 이라는 말이 귓속에서 맴돌았다.
그날 밤.
수진은 등에 아이를 단단히 업었다.
비닐 끈으로 고정하고, 작은 낫 하나를 품에 넣었다.
허리에 묶은 손전등은 오래된 배터리 탓인지 점점 빛이 약해지고 있었다.
그녀는 중얼거렸다.
“…10만원 벌러 간다… 10만원 벌러 간다…”
밤공기는 으스스했다.
바람이 논둑을 훑고 지나가면서 마치 어디선가 속삭임이 들리는 듯했다.
조금씩 다가가는 그 장승 옆 느티나무—
수진은 딱 그 앞에서 멈췄다.
그 순간.
나무 뒤에서 ‘무언가’가 고개를 내밀었다.
사람 같기도 하고, 이상하게 꼬인 고양이 같기도 했다.
눈이 있었다. 확실히 있었다.
작고 검고, 번들거리며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수진은 더는 못 버텼다.
비명을 지르며 돌아섰다.
그 순간, 등에 뭔가가 확 잡아당겼다.
무거운 무언가가 목덜미를 덥석 움켜잡는 듯한 감각.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낫을 마구 휘둘렀다.
무엇인가 “툭” 하고 부러지는 느낌.
곧장 도망쳤다. 미친 듯이.
얼마나 달렸는지도 모른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을 때, 그녀는 논두렁 한가운데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문득—
등 뒤가 너무 가벼웠다.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손전등을 떨리는 손으로 비췄다.
등 뒤엔…
피투성이 천 조각 사이로, 목 없는 아기의 몸이 축 늘어져 있었다.
수진은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고꾸라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