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 온 지 한 달쯤 되었을 무렵, 소연은 학교에 가는 것이 점점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단순한 착각이라 생각했다.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발자국 소리가 따라오거나, 사물함에 걸어둔 교복치마가 젖어 있거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뒤에 누군가가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돌아보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점점 이상한 일이 반복됐다. 한밤중에 누군가 창문을 두드린다거나, 교실 불이 꺼졌는데 혼자 켜지는 일도 있었다.
그리고 문제의 날, 친구 미진이 소연에게 말했다.
“너, 알고 있어? 우리 학교에 빨간 치마 귀신 있다는 거.”
소연은 피식 웃었지만 미진의 얼굴은 진지했다.
“우리 반 뒤편 창고... 거기 원래는 보건실이었대. 근데 수년 전 전학생 한 명이 실종된 후로 문을 닫았대.”
“왜?”
“그 애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장소가 보건실이었대. 근데 CCTV도 없고, 학교는 그냥 가출로 처리했지. 하지만 그날 이후 밤마다 교복에 ‘붉은치마’ 입은 여학생이 돌아다닌다고...”
소연은 그 이야기를 흘려들었지만, 그날 밤 학교에 남게 되었다. 시험 준비로 늦게까지 자율학습을 하다가, 엘리베이터가 멈춘 탓에 혼자 교무실 복도를 지나가야 했던 것이다.
그때였다.
“...쓱... 쓱...”
복도 저편에서 천천히 질질 끌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연은 멈춰 섰다.
“거기, 누구 있어요?”
대답은 없고, 대신 교복 스커트 자락이 슬쩍 바닥을 스치며 나타났다.
붉은색 치마였다.
그 아래로 맨발이 보였다. 살결이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그리고 치마 위로 시커멓게 그을린 듯한 자국과 함께, 얼굴이 반쯤 녹은 여학생의 형상이 나타났다.
소연은 숨이 막힐 듯한 공포 속에 도망치려 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 순간, 귀신이 가까이 다가오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엄마가... 날 보건실에 데려다줬어... 내가 아프다고 했거든...”
그 말이 끝나자, 귀신의 반쯤 녹아내린 얼굴이 소연 코앞까지 다가왔다.
“근데... 문이 잠겼어. 아무도 열어주지 않았어. 선생님도, 간호사도, 아무도... 날 보지 않았어...”
귀신의 눈동자에서 핏물이 또르르 흘렀다.
“그 안에서... 난... 혼자 죽었어.”
순간, 소연의 눈앞에 오래된 보건실 풍경이 겹쳐졌다. 썩어가는 도시락 냄새, 창문에 찍힌 손바닥 자국, 침대 아래 숨은 누군가의 눈동자.
귀신이 미소를 지었다.
“너, 아프지? 나랑... 같이 있으면 괜찮아질 거야.”
그 말과 함께 붉은 치마 자락이 소연의 발목을 휘감았다. 찬 기운이 몸을 뚫고 들어왔다.
다음 날 아침, 교실에선 소연의 책상 위에 낡은 보건실 출입증이 놓여 있었다. 누구도 그 출입증을 본 적이 없었고, 보건실은 폐쇄된 지 오래였다. 하지만 그날 이후, 한 명씩… 학교를 그만두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말했다.
“그 보건실, 가끔 문이 열려. 그 안에… 누군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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