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상한 꿈을 꾸고 중얼거리며 눈을 떴다.
수십 명의 아이들이 나를 둘러싸고, 집까지 데려다 달라고 졸랐던 꿈이었다.
그날따라 몸이 유난히 무겁고, 현실과 꿈의 경계가 흐릿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분명 집에서 잔 줄 알았는데,
서울 근교 망우리 공동묘지 근처, 버려진 놀이터에 혼자 서 있었다.
그 주말,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 나는 지하철을 타고 새벽까지 쇼핑을 하고 돌아왔다.
그날도 좀 피곤해서인지, 귀가하는 길에 차 안에서 잠이 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뜬 곳은... 이번엔 구리시 외곽의 오래된 다세대주택 앞이었다.
거기까지 가는 데 걸린 시간은 전혀 기억이 없었고, 핸드폰도 꺼져 있었다.
그날 밤 꿈에 다시 나타난 그 여자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그리고는 환하게 웃었다.
이상하게도 그날 이후로는 더 이상 꿈도, 이상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단 두 번, 그렇게 집에 데려다 준 일로 모든 게 끝난 듯했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며칠 후, 늦은 밤 쇼핑을 마치고 다시 돌아오던 길.
나는 천호동 로터리 근처 한 복잡한 골목에서 또다시 잠에 빠져들었고,
이번엔 30명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나타났다.
내 주위를 둘러싸고는 울 듯한 얼굴로, 집까지 데려다 달라고 졸랐다.
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멍하니 서 있다가,
어떻게든 부모님에게 연락하라 하자
초등학교 1학년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어른이면서… 인색하네, 정말."
그 말이 너무 또렷하고, 무서웠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알았어, 알았다고…"라고 말했고,
그 순간 꿈에서 깼다.
지금도 난 그날의 그 꿈이 정말 '꿈'이었는지 확신하지 못한다.
가끔 새벽이 되면 창밖에서 작은 손바닥들이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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