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대학교 1학기 기말고사 시즌.
나는 회기동의 오래된 원룸촌에 자취 중인 20학번. 조용한 골목에 위치한 4층짜리 원룸 건물의 3층, 303호에서 살고 있다. 에어컨도 없고 방음도 잘 안 되는, 싸구려 벽지로 덧대진 콘크리트 벽 하나 사이로 옆방과 연결된 구조다.
기말 리포트 제출 마감과 전공 시험이 겹친 날이었다.
밤새우며 집중하려 애쓰는 도중, 갑자기 쿵, 쿵, 쿵…
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에어팟을 껴도 느껴질 만큼의 진동.
연속적으로 들리는 그 두드림은 간헐적이면서도 이상하게 리듬감이 있었다.
‘또 옆방 싸우나 보네…’
나는 피곤한 얼굴로 한숨을 쉬었다.
303호 바로 옆, 304호엔 중년 부부가 살고 있었다. 밤늦게 싸우는 건 하루이틀 일이 아니었다.
이번엔 좀 길긴 했지만, 나는 무시하려고 했다.
하지만 소리는 끊이지 않고 계속됐다.
심지어 더 격해졌다.
쿵! 쿵! 쿵!!
나는 결국 짜증이 폭발해 벽을 주먹으로 세게 쳤다.
“좀 조용히 좀 해요!”
소리가 멈췄다.
그 후 나는 리포트를 마치고 새벽 4시에 겨우 잠들었다.
그리고, 오전 6시 반.
현관 초인종 소리와 함께 웅성거림에 깼다.
경찰들이 304호 앞에 모여 있었다.
“어젯밤 9시에서 10시 사이쯤,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 후 도주했다가 오늘 아침 5시쯤 경찰서로 자수했어요.”
관리인 아주머니가 건너뛰며 내게 말했다.
나는 말이 막혔다.
어젯밤 벽 두드리는 소리… 그게 11시였는데?
경찰에게 상황을 설명했더니, 한 형사가 말없이 내 얼굴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데요, 그 두드리는 소리 들은 시각이 11시라고 하셨죠?
그건 이상하네요. 부검 결과 사망 추정 시각은… 밤 10시 이전입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밤, 내 방 벽을 두드린 것은 도대체 뭐였을까?
군 제대 후, 복학해서 새로 만난 과 선배에게 이 이야기를 했다.
선배는 담배를 피우다 말고 나를 쳐다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그거… 귀신이면 차라리 다행이지.”
“…네?”
“그 아줌마, 혹시 아직 안 죽고 있었는데… 살려달라고 벽 두드린 거였으면 어쩌냐?
근데 너는 벽만 치고 그냥 잤잖아.
그 여자가 죽으면서 마지막으로 기억한 게… 네가 무시한 그 소리였다면?”
그날 밤 나는 자려고 불을 끄자,
다시 쿵… 쿵… 하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착각을 느꼈다.
혹시… 아직도 그 벽 너머에,
누군가가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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