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파트 2층에 산다.
베란다에 나가면 바로 앞에 B동이 있고, 그 너머로 학교 본관이 살짝 보인다.
그 옆 횡단보도만 건너면 있는 슈퍼마켓은 나와 동생 둘 다 자주 이용하는 곳이다.
오늘은 동생이 우리 집에 묵으러 왔다.
“간만에 같이 술 한 잔 할까?”라는 말이 나왔고,
동생이 먼저 슈퍼에 간다고 나섰다.
나는 그동안 집 청소나 해둘 생각으로 방을 정리했다.
대충 정리가 끝나고, 한숨 돌릴 겸 베란다로 나가 담배를 물었다.
차가운 밤공기 속에서 연기를 내뿜고 있는데도, 동생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몸이 슬슬 추워지던 찰나, 멀리서 익숙한 점퍼를 입은 동생이 슈퍼에서 나오는 게 보였다.
나는 괜히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야! 보이냐!”
하지만 동생은 눈치채지 못한 듯, 신호 대기 중이었다.
나는 다시 한번 팔을 크게 흔들며 소리치려는 찰나…
무언가, 이상한 기척을 느꼈다.
내가 마주 보는 B동 2층.
딱 내 눈높이에 있는, 오래전부터 사람이 안 산다는 빈집.
그 창문 안쪽에서 누군가— 검은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순간 몸이 굳었다.
그 방은 내가 이사 올 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곳이었다.
하루 종일 불 꺼진 채, 빨래도, 가구도, 인기척도 전혀 없는 집.
그런데도 이상하게 밤 11시 44분만 되면 가끔 불이 켜졌다.
늘, 그 시간만.
그리고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불이 켜진 그 창 안, 그 여학생은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애가 교복을 입고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내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우리 아파트 맞은편, 내가 다녔던 학교의 2학년 2반 교실과 정확히 같은 창 배치.
하지만 그 교실은 오래전에, ‘가스 누출 사고’로 폐쇄된 곳이다.
“어이!”
아래에서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동생이었다.
장바구니를 흔들며, “잔뜩 샀어~” 하고 웃고 있었다.
나는 애써 태연한 척하며, “네가 한턱 쏘는 거지~?”라고 외쳤다.
머릿속은 온통 혼란이었다.
혹시 방금 내 목소리를 듣고, 그 방에서 누군가 나왔다면?
그 학생은 내가 부른 줄 알고, 창으로 나왔던 걸까?
그 생각에 나는 두려움을 애써 눌러 담으며 방으로 돌아왔다.
동생에게 들으라는 듯, 일부러 말하듯 중얼거렸다.
“A야, 빨리 들어와. 추우니까.”
조금 진정된 나는, 방금의 일이 내 착각이었기를 바라며 커튼을 젖혔다.
정면의 창문을 다시 보기 위해.
하지만…
거기선 불이 초당 수십 번씩 깜빡이고 있었다.
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
무언가 일부러 껐다 켰다 하는 듯한 리듬.
절대 기계적인 게 아니었다.
나는 커튼을 세차게 닫은 뒤, 돌아온 동생에게 달라붙었다.
그리고 아이처럼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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