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우린 지금, 기다리고 기다리던 수학여행 중이었다.
첫째 날은 롯데월드에 가서 신나게 놀다가
둘째 날, 경주의 불국사를 다녀왔다.
솔직히 좀 지루했다.
돌밖에 없잖아…?
그래도 사진 찍고, 선생님이 사 준 아이스크림 먹고,
기념품 가게에서 이상한 부채 같은 것도 사고… 뭐 나름 재밌었다.
문제는 그날 밤이었다.
"야야, 불 끄지 마! 귀신 나와!!"
"야 미X, 갑자기 왜 무서운 얘기 해!"
"야야 이거 먹을래? 나 몰래 가져온 라면인데!"
숙소 돌아와서도 애들은 잠을 안 자고 정신이 없었다.
컵라면 끓여 먹고, 누가 침대에서 방귀 뀌었다고 난리 나고,
그 와중에 무슨 '경주 불국사 귀신' 얘기까지 꺼내서 소름 돋게 하고.
결국 선생님한테 두 번 혼나고,
그제야 불 끄고 누워 있었지만…
"야 근데… 진짜로, 얼굴 없는 귀신 봤단 애도 있다?"
…응. 그냥 누운 상태로 또 무서운 얘기 시작됐다.
그렇게 중구난방으로 수다 떨다,
나도 모르게 잠들었다.
꿈을 꿨다.
너무 생생해서 깼는지 꿈인지도 헷갈릴 정도로.
장소는 아까 우리가 떠들던 그 숙소.
친구들도 있었고, 선생님 목소리도 들렸다.
“애들아~ 아침밥 먹으러 내려가자~”
나는 눈 비비고 일어나, 애들과 함께 1층 식당으로 향했다.
현실과 똑같았다.
친구들 말소리, 지직거리는 조식기계 소리, 베이컨 냄새까지.
줄을 서서 밥을 받았고, 식판 들고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
탁.
갑자기 전기가 나갔다.
식당 안이 깜깜해졌고,
애들 목소리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야 뭐야…?”
나는 중얼거리며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빛이 돌아왔을 땐,
식당 안엔 나 혼자뿐이었다.
의자도, 친구도, 선생님도 없었다.
그냥 텅 빈 식당.
그리고—
맞은편 문이 천천히 열렸다.
그 문 사이로,
흰옷을 입은 어떤 ‘아이’가 들어왔다.
머리카락은 젖어 있었고,
양손을 앞으로 내밀며, 느릿느릿 걸어왔다.
얼굴이…
얼굴이 없었다.
눈, 코, 입… 아무것도 없이
하얗기만 한 얼굴.
그 아이는 나를 보며 다가왔다.
팔을 뻗은 채로, 소리 하나 없이.
나는 벌떡 일어나 도망쳤다.
문을 열고 복도로 뛰쳐나갔고,
달리고 또 달렸다.
근데…
그 애도 뛰기 시작했다.
복도 끝까지 미친 듯이 따라왔다.
나는 숨이 찼지만, 계속 달렸다.
벽.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다.
돌아서자,
그 아이는 내 눈앞에 있었다.
얼굴 없는 그 애가
손을 들어, 내 이마를 만지려는 그 순간—
“야!! 야!!! 너 뭐냐, 자면서 땀 개쩔어!!”
나는 소리 지르며 눈을 떴다.
현실이었다.
침대 옆에 친구가 놀라서 나를 깨우고 있었다.
내 얼굴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다.
“너… 무슨 꿈 꾼 거야? 무섭냐?”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근데…
그때, 휴대폰 화면이 혼자 켜졌다.
그 안엔,
내가 찍은 적 없는 사진 한 장이 떠 있었다.
식당 복도.
불 꺼진 그 식당의 복도.
그리고 그 가운데—
어딘가 본접한 실루엣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흰옷을 입은 얼굴 없는 아이가,
내가 있는 쪽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그 사진은…
도대체, 언제 찍힌 걸까?
그리고,
그 애는 누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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