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나는 이혼 후 혼자서 네 살배기 딸을 키우고 있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아르바이트를 나가려고 급하게 나서던 중이었다.
잠깐, 정말 단 10초만 눈을 돌린 사이였다.
“쿵… 쿵쿵쿵—!”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딸은 그대로 기절했고,
나는 정신없이 구급차를 탔다.
MRI와 엑스레이를 찍고, 의사는 말했다.
“다행히 다리뼈는 금방 붙습니다. 아이들은 회복이 빠르니까요.”
“하지만… 머리를 심하게 부딪혔습니다.”
“혹시라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으면, 수술을 고려해야 합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울고 싶었지만, 울 틈도 없이 현실이 닥쳐왔다.
딸은 병원에 입원했고,
나는 일을 쉬지 못해 낮엔 언니에게 간병을 부탁하게 됐다.
언니는 “괜찮아, 애 키우는 게 원래 이런 거야.” 하며 내 등을 토닥였다.
“너무 자책하지 마. 사람은 실수하잖아.”
그 말이 고마우면서도, 너무 미안했다.
나는 밤마다 병실 옆 침대에서 기도했다.
어느 날 밤
새벽 2시쯤이었을까—
병실 복도에서 “또각, 또각” 구두 소리가 났다.
처음엔 간호사 순찰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발소리는 병실 문 앞에서 멈췄고,
곧 “더그럭, 더그럭”
문을 열려는 소리가 났다.
나는 겁이 났지만,
혹시 간호사가 무슨 일로 왔나 싶어 문을 열었다.
…아무도 없었다.
며칠 뒤, 딸은 끝내 의식을 찾지 못했고
의사는 뇌압 수치가 비정상이라며 수술을 권했다.
“솔직히… 가능성은 반반입니다.”
“하지만 안 하면 더 위험할 수 있어요.”
나는 울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밤도 나 혼자 딸 옆에 있었다.
새벽,
또 다시 “또각, 또각”
그 발소리가 들렸다.
“더그럭… 더그럭…”
그런데 이번에도 문을 열려고 했다.
나는 벌떡 일어나 막으려 했다.
하지만… 그 손은 문을 통과해 들어왔다.
문을 통과해 들어온 건,
하얀 간호사복을 입은 여자였다.
그녀는 말이 없었고,
천천히 딸아이에게 다가가
그 작은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기 시작했다.
나는 큰소리로 외치고 싶었지만 무서워서 속에서만 맴돌았다.
“제발… 부탁이에요. 제 딸은 안 돼요. 그만해 주세요…”
그러고는 정신을 잃었다.
아침.
눈을 떴을 때,
딸아이가 나를 보며 말했다.
“엄마…”
의식이 돌아온 것이다.
검사 결과도 정상이었고, 뇌압도 모두 떨어져 있었다.
의사도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로 기적적인 일이었다.
딸은 며칠 뒤 퇴원했고, 그날 이후로 다시는 병원에 가지 않았다.
20년이 지났다.
딸은 지금 간호사가 되었다.
나는 아직도 가끔 생각한다.
그 밤,
내 딸의 머리를 쓰다듬던 그 간호사는 누구였을까.
혹시 그녀도,
누군가의 아이를 그렇게 떠나보냈던 엄마였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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