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실제로 겪은 이야기다.
서울 외곽, 산자락 근처에 있는 학교였고, 저녁 자율학습이 끝나면 항상 쪽문으로 나가 집으로 향하곤 했다.
그날도 평소처럼 밤 10시가 좀 넘은 시간, 친구들이랑 웃고 떠들며 쪽문으로 가고 있었는데,
그날 따라 유독 쪽문 앞 가로등이 꺼져 있었다.
원래 학교 근처는 어두컴컴해서, 쪽문 앞 가로등이 꺼지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마치 거기만 시간이 멈춘 것처럼 고요하고, 이상하게 습한 기운이 돌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쪽문 근처에 누군가 서 있었다.
처음엔 선생님인가 싶었는데, 가까이 다가갈수록 이상했다.
그 사람은 교복도, 체육복도 아닌... 마치 무명천 같은 소복을 입고,
긴 머리로 얼굴을 가린 채, 쪽문 옆 전봇대에 기대 서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멈췄고, 친구들도 갑자기 조용해졌다.
“야, 뭐야 저 사람...?”
“...우리, 정문으로 돌아갈까?”
우리가 돌아서려는 순간, 그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정확히는, 얼굴을 가린 머리 사이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걸음으로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내 아이 못 봤어? 내 아이 못 봤어? 내 아이 못 봤어?”
쉰 목소리로, 숨 쉴 틈도 없이 반복하면서.
우리는 비명을 지르며 뛰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급식실 쪽 야간 경비실로 향했다.
그 와중에도 그 여자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내 아이 못 봤어? 내 아이 못 봤어?”
경비실 문을 두드리자 경비 아저씨가 깜짝 놀라 문을 열어줬고,
우리는 헐떡이며 방금 있었던 일을 전했다.
그런데, 경비 아저씨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그 여자, 봤구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7년 전에... 학교 근처 놀이터에서 실종된 여학생이 하나 있었어.
그 아이 어머니가 매일 같이 학교 쪽문 근처를 배회했지.
결국 실종된 딸을 못 찾고, 몇 달 뒤 그 쪽문 앞 전봇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더라.”
“…그럼 그 사람은…”
“사람이 아니지."
그날 이후, 학교는 쪽문 쪽으로 야자 끝나고 나가는 걸 금지시켰다.
가로등도 바꿔 달았고, CCTV도 생겼지만, 누군가는 밤마다 쪽문 앞에서 '그 여자'를 봤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그날 이후 단 한 번도 쪽문으로 나가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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