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내가 스무 살이었을 때,
진짜로 겪은 일입니다.

그날은 애인이랑 심야 드라이브를 즐기고 있었어요.
시험 끝나고 별거 없던 날이라, 새벽까지 그냥 차로 이곳저곳 떠돌았죠.

어느 순간, 애인이 말했어요.

“재밌는 데 가보자.”



“재밌는 데?”

“응. 좀 무섭긴 한데, 유명해. 귀신 나오는 데야.”



그가 데려간 곳은 경기도 남양주 근처 외곽 도로였어요.
사람도 차도 거의 없는 시골길…
이상하게도, 가로등 불빛도 중간중간 꺼져 있더라고요.

“이 근처 어딘가에 ‘언니’라고 써진 글씨가 있대.”



“…뭐?”

“아기 귀신이 남겼다는 글씨. ‘언니’라고.”



저는 킥킥 웃었어요. 귀신이 낙서라도 해놨단 말이야?

“소문엔, 사고로 죽은 여자아이가 언니를 부르면서 죽었다고 하더라고. 언니… 하면서…”



“흠…”

“들리는 대로라면… 여기쯤일걸?”



그는 차를 세우고, 손전등을 들고 도로 옆 풀숲으로 들어갔어요.
저는 창밖으로만 멀뚱히 보고 있었죠.

“수진아!”



제 이름을 부르며 그가 손짓했어요.

가보니,
그는 도로 한편에 서 있었고,
그 앞엔 평소 보기 힘든 느낌표(!) 표지판이 하나 서 있었습니다.

“뭔데 그거?”

“이거, 신기하지 않아? 미끄럼 주의, 낙석 주의 같은 건 많이 봤지?”



“응.”

“근데 이건 ‘그 외 여러 가지 주의’래.”



“…그 외?”

“무슨 말인진 모르겠는데, 실제로 무덤 근처나 사고다발지역에 종종 세워진대. 그리고…”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조용히 말했어요.

“…가끔, 그 근처에서 나오는 것도 있대.”



"…나온다고?"

“응. 그게 뭔진 몰라도, 분명히 이 근처 어딘가에 있다는 뜻이겠지.”



그때였어요.
그가 제 팔을 확 잡아끌었어요.

“저기 봐봐.”



도로 가장자리에 꽃다발이 몇 다발 놓여 있었어요.
비닐이 바람에 날리고 있었고, 몇 개는 시들고 말라 있었죠.

“여기야. 아마 그 아이의 언니는 이쪽에 서 있었을 거고…”



그는 도로 반대편을 가리켰어요.

“그 아이는 건너편에서 언니를 발견하고, ‘언니!’ 하면서 도로로 뛰어든 거야.”



저는 눈을 감았어요.
왠지 슬펐어요.
그리고…
그 꽃다발을 바라보며 두 손을 모아 잠깐이나마 명복을 빌어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피.

바닥에 진하게 번진 얼룩이 보였어요.
말라붙은 피 같았어요.

그걸 본 순간, 소름이 쫙 돋았어요.

“진우야…  돌아가자.”

“갑자기 왜 그래?”



“그냥… 이젠 싫어.”

“너 재밌을 거라며. 처음엔 가보자고 했잖아.”



“그건 그냥… 너 맞춰주려고 한 거였어.”

그는 아쉬워했지만, 우리는 결국 차에 다시 올라탔습니다.
돌아가는 길,
그는 계속 제 눈치를 봤고…

“아직도 화났어? 응? 수진아~”



그 순간,
뭔가가 머리를 스쳐 지나갔어요.

“멈춰!!”

“뭐?!”



“멈춰! 지금!!”

차는 급하게 서행했고,
우린 근처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 차를 댔어요.
거기선 아무 말 없이,
단지 내가 느낀 무언가 때문이었어요.

그가 물었어요.

“왜 그래? 무슨 일이야?”



그 순간—
저는 아파트 외벽을 올려다봤어요.

하얀 벽면,
4층쯤 높이에…

무언가가…
빨간색으로…

‘언니’

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페인트도 아니고,
낙서도 아니고…

무언가 진짜 ‘살아있는 시선’처럼…
그 글자가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