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린 바렐은 이솝의 의뢰를 받는 단 두 명의 조향사 중 한 명이자, 이솝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태싯(2015)을 만든 사람임.
하지만 그녀는 주요 조향사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왔는데, 그 이야기는 디시인사이드 향수갤러리에 있는 이 글을 참고하면 되고
(셀린 바렐의 전작 이솝 태싯)
ㅇ 가장 오래된 후각 관련 기억이 뭐노?
할아버지의 텃밭에 오렌지색 꽃이 있었어. 향기가 정말 좋았어. 매년 2월 축제 기간을 앞두고 있을 때, 겨울에 피는 미모사 향도 정말 좋아했어. 마을 사람들과 파티도 했었는데, 어린 시절에는 마법 같았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었지.
ㅇ 향수계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순간은 언제였노?
어릴 때부터 그랬던 것 같아.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90년대 프랑스는 매혹적인 향수 광고 캠페인을 어디서나 볼 수 있었거든.
수요일마다 버스 정류장에서 포스터를 바꾸는 사람을 기다리곤 했어. 향수 포스터는 내가 가져가게 해 달라고 애원했어.
어린 시절 나는 그 포스터에 매료되어 있었어. 사실 조향사가 되기 보다는 그런 광고 이미지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 당시에는 그게 어떤 일인지도 몰랐지만 말야.
(모델 제리 홀이 나온 뮈글러 앤젤 포스터 1998년판)
ㅇ 그럼 향수 포스터를 수집했겠노?
당연하지! 정말 좋아했다고. 내가 가진 것 중 최고는 제리 홀이 나온 뮈글러 앤젤 포스터야. 아직도 가지고 있어. 샤넬, 바카라, 니나 리치, 라리끄 포스터도. 거기에 보이는 향수의 이미지는 마치 조각 작품 같았어. 그러다가 서서히 미니어처나 중고 향수를 수집하게 되었지.
(*태우의 주석: 셀린 바렐이 언급한 바카라는 지금은 망해서 없어진 90년대 프랑스 브랜드임. 커정의 바카라 루즈 540은 원래 바카라에서 루즈 540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했던 향수를 개량한 것임)
ㅇ 조향은 어디서 어떻게 배웠노? (*태우의 주석: 셀린 바렐은 조향학교 출신이 아니기에 이 질문은 일진의 깔보기 질문임)
나는 대학에서 마케팅을 공부했고 IFF에서 인턴쉽을 했어. 그때 조향사라는 사람들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를 알게 됐지. 나도 그들처럼 되고 싶었어. 마케팅이나 이미지 메이킹이 아닌 그 일을 하고 싶었어.
열정이 넘쳤기에 이탈리아 IFF에서 기회를 주었어. 네덜란드의 힐베르쉼, 뉴욕, 그리고 그라스 등을 떠돌며 수년간 시다바리로 살았어. 하지만 어깨 너머로 기본 원리를 배운 긴 과정이었어.
(조향사 피에르 바르니에. 2020년에 짱개 바이러스로 일가족이 다 죽음)
ㅇ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한 롤모델이 있었노?
피에르 바르니에. 남성 향수로 매우 유명한 조향사였지. 기 라로쉬 드라카 느와, 입생로랑 옴므, 지방시 이레지스터블 포 맨 등등… 한때 최고의 향수로 손꼽히던 작품들이 그의 손에서 나왔어. 나도 그런 조향사가 되고 싶었어.
ㅇ 조향사로서, 이솝이 향기에 접근하는 방식이 어떻다고 생각하노? (*태우의 주석: 셀린 바렐은 완전 무명 아싸였다가 이솝 태싯 하나로 확 뜬 조향사이므로 이것도 일진식 깔보기 질문임)
일반적인 향수 업체와는 다르겠지만, 그들은 무엇을 하든 매우 파격적인 방식으로 일해. 그러면서도 아주 날카롭지. 이솝은 조용하지만 진정한 럭셔리 브랜드이기 때문에 품격이 있고 목적이 분명해. 이솝과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하는 것은 조향사로서 나에게도 매우 중요한 일이야.
(이솝 오르너. 셀린 바렐이 10년 만에 이솝과 함께 만든 향수)
ㅇ 이번 신작인 오르너를 어떻게 만들었노?
사실 이솝과의 창작 과정은 꽤 복잡했어. 처음엔 멋진 브리핑으로 시작했지. 이솝의 디렉터는 문학, 음악, 그리고 모든 종류의 예술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야. 감각이 겹치는 공감각을 느끼는 사람이기도 해.
그의 팀에서 니나 시몬의 노래 '라일락 와인'을 제시했어. 사랑과 분노를 동시에 노래하는 노래야. 가사 때문만은 아니고, 멜로디와 그녀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이 있어.
또 사랑과 친밀감을 탐구한 중국 시인 리칭자오의 작품들도 보내주었어. 리칭자오는 중세 중국에서 매우 파괴적인 사상을 지녔던 시인이야. (*태우의 주석- 송나라 때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남편이 일찍 죽은 후 어렵게 살았던 여류 시인임)
이솝에서 제시한 세번째는 색깔이었어. 독특하게 빛나는 옥색이었어. 그 세가지를 받은 나는 동아시아의 정서를 담은 원재료에 끌렸고, 결국 중국 목련을 선택했어. 하지만 꽃 자체보다는 잎사귀를 골랐어. 예상 밖의 느낌이 났고 이솝에 더 잘 어울린다고 느꼈거든.
(라일락 와인을 부른 가수 니나 시몬은 목소리가 슬픈 니거였음)
ㅇ 너도 공감각을 경험하는노?
맞아. 향수를 만들기 전에, 그 향기를 떠올리기도 전에, 나는 분명히 향기를 봐. 색깔이나 질감으로 보기도 하고, 가끔은 향기의 소리를 들을 때도 있어. 그런데 이솝의 스타일은 시끄럽지 않아. 난 이솝의 향수들이 아주 개인적이고 아련한 느낌을 준다고 생각해.
ㅇ 나는 모든 조향사가 그런 현상을 경험하는지, 아니면 네가 특별한 것인지 궁금하다노.
사실 모르겠어. 조향사마다 다르겠지.
ㅇ 오르너를 한 문장으로 설명하자면?
반항적으로 피어나는, 관습에 거스르는 꽃.
(반항적인 자세의 셀린 바렐)
ㅇ 오르너를 만들 때 얼마나 오래 걸렸노? 여러 번 수정했을노?
정확한 숫자는 모르겠지만, 중간 단계에서 폐기한 포뮬러만 해도 수백 개는 될 거라고 말할 수 있어. 이 향수 하나를 만들기 위해 꼬박 3년을 갈아 넣었어.
조향사로서 나는 서랍 안에 있는 기존 향료를 쓰기보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하는 걸 좋아해. 오르너에 들어간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추출하고 이 향수에 맞게 만들었어. 이솝이 제시한 주문이 매우 정확하기 때문일 거야.
ㅇ 이솝 말고 네가 오르너를 통해 전하고 싶은 스토리는 뭐노?
목련 잎이 이 향의 메인이야. 다른 향수에서 맡아본 적 없는 특별한 향기일 거야. 나는 이걸 기초로, 이솝이 처음에 브리핑했던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싶었어.
우선 시더와 베티버 같은 고전적인 노트를 가진 우디 어코드를 만들었지만, 중간 과정에서는 새롭거나 흥미로운 향이 아니더라고. 그래서 증류와 추출 방식을 다양하게 시도해봤어.
그래서 하나하나의 개별 노트들을 잘라내어 흥미로운 부분만 남겨두는 느낌으로 진행했지. 건조함을 제거한다든지, 향을 조금씩 밝게 만들어본다든지 하면서, 우디 어코드에서 크리미하거나, 얇거나, 날카롭게 느껴지는 부분을 줄였어. 최종 결과물은 여전히 향기롭고 성별 구분이 없지만, 초기 버전보다 훨씬 더 부드러워.
작업 중간에 이 포뮬러에 대해 막막함을 느낀 적이 많았어. 어느 날 저녁, 이솝 블루 캐모마일 하이드레이팅 페이셜 마스크를 바르다가, 캐모마일이 빠진 성분이라는 것을 깨달았어. 이름에 캐모마일이 들어가 있는데도 말이지!
캐모마일은 잊혀진 꽃이야. 요즘은 예전처럼 고급 향수에 자주 쓰이고 있지 않아. 샤를 보들레르의 명언 중 “낯설음은 아름다움의 필수 요소”라는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어. 캐모마일이 바로 그 부족한 요소였어.
이솝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눈 후, 우리는 이 부분을 과감하게 밀어붙였고, 결국 완벽한 결과를 얻었어. 캐모마일은 이솝 브랜드가 지향하는 식물성 DNA와 매우 가까워.
(척추 건강을 위한 스트레칭)
ㅇ 조향사가 되려면 뛰어난 후각을 타고나야 한다고 생각하노? 아니면 후천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노?
잘 모르겠네. 음악가들에게는 좋은 청력을 타고났는지, 아니면 노력으로 키운 건지 물어보지 않잖아. 그래도 아마 교육과 양육 방식의 영향은 있었을 것 같아.
예를 들어, 내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오감을 모두 활용해 자연의 소리를 들어보라고 하곤 했어. 할아버지는 그저 시골의 정원사였을 따름이지만, 자연을 만지고,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를 맡아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어.
나는 그런 가르침 속에서 자랐어. 음식이나 와인을 즐길 때도, 나는 모든 감각을 열어 모든 것을 경험하는 걸 좋아해.
ㅇ 마지막 질문이다노. 매일 향수를 쓰노? 개인적으로 어떤 향수를 쓰노?
일단 일할 땐 안 써. 양 팔을 자유롭게 써야 하니까. 하지만 하루 일과를 마치고 그날그날 내가 만든 샘플을 집에 가져가서 써보곤 해. 그럴 때 정말 즐거워.
토요일에는 가끔 도시로 나갈 때가 있어. 그때 향수가게에 들러서 새로 나온 향수를 뿌려보기도 해. 그러면 이제 일요일만 남겠지. 일요일에 뿌리는 향수가 궁금한 거야?
어쨌든 지난 몇 년간 내 시그니처 향수는 오르너였어. 완성해가는 중간 과정의 모든 오르너를 직접 입고 다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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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너개조음
오르너 노트 맛나보이네
모야 왤케 유익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