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셸드레이크는 어떻게 향수를 만들노?
2011년 시드니 모닝 헤럴드와의 인터뷰를 보자. 셸드레이크가 리뉴얼한 샤넬 넘버19가 막 공개됐을 때였다.
꽤 오래된 인터뷰지만 내용이 좋아서 퍼왔음 ㅇㅇ
ㅇ 반갑다 게이야. 역사적인 샤넬의 No. 5를 게이가 리뉴얼했더라. No.5를 어떻게 재해석했노?
자크 폴주와 협력했어. No.5를 만든 에르네스트 보가 만일 현대 기술을 활용해 향수를 만들었다면 어땠을지 상상해봤지. 현대 기술은 천연 성분을 과거보다 세심하게 다루기 때문에, 좋은 향을 내는 부분만 추출할 수 있고, 향이 좋지 않은 나머지는 제외할 수 있어.
자연 향료를 전체 성분으로 사용해도 좋지만, 모든 향료를 전체 구성요소가 있는 채로 사용한다면 향이 불필요하게 복잡해질 거야. 반면에 좋은 부분만 남기면 결과적으로 향이 더 선명해지겠지. 결국 우리가 한 일은 원본에 충실하되, No.5를 오늘날에 맞게 수정한 거였어.
ㅇ No. 5가 처음 창작된 90년 전과 오늘날은 무슨 차이가 있을노?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환경이 열악했지. 90년 전 사람들은 지금에 비해 덜 위생적이었고, 공기도 맑지 않았고, 가죽과 모피, 파이프 담배와 시가 연기로 가득한 곳에 있었을 거야. 그런 환경에서 만들어진 클래식 향수들은 너무 애니멀릭하고 드라이하거나, 탁하고 무거워서 오늘날의 환경에 맞지 않아.
(셸드레이크(왼쪽)와 자크 폴주(대머리))
ㅇ 이번에 게이가 No. 19도 리뉴얼했더라. 이 향수에 대해 말하자면?
샤넬 여사가 아직 살아있었던 1971년에 마지막으로 관여한 향수야. 푸르고 밝고 세련된 향수였어. 당시의 시대정신과 잘 어울렸다고 생각해. 70년대는 여성해방의 시대였잖아. 나는 그때 학생이었는데, No. 19는 소녀처럼 표준화 된 여성성을 드러내는 향수가 아니었지만, 분명 다른 방식으로 여성적이었어. 바지를 입은 여성이 이 향수를 뿌리고 도시의 거리를 걷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지.
ㅇ 게이는 어쩌다 조향사가 됐노?
사실은 조향사가 될 생각이 없었어. 이쪽 분야를 잘 모르기도 했고, 원래 꿈은 건축가였어. 그런데 우리 아빠가 건축 공부를 하기 전에 유럽 언어와 문화를 배워야 한다고 했고(*태우의 주석- 셸드레이크는 영국인임), 그래서 프랑스 남부에서 일하면서 언어도 배울 수 있는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했어.
그런데 거기가 샤라보라고 하는 향수 회사였어. 나는 3개월의 인턴십 기간 동안 조향사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프랑스어를 배웠는데, 그러다보니 그들과 어울려서 조향을 조금 해보게 됐어. 인턴십이 끝날 무렵 그 중 한 분이 “게이는 조향에 재능이 있는 것 같은데, 더 일해 볼래?”하고 권했고, 그래서 3개월을 더 있게 됐어.
그 후 6개월, 2년, 3년을 더 거기서 지내면서, 결국 이 일이 직업이 되었고, 건축가가 되겠다는 꿈은 과거의 일이 되었지. 그곳을 떠나 샤넬로 가기 전에 로베르테라는 다른 향수회사에서 일했고, 80년대 초에 이미 자크 폴주를 만나 같이 일할 기회를 누렸어. 환상적인 3년이었지.
(셸드레이크의 대표작인 세르주 루텐 셰르귀. 셸드레이크는 일부 예외만 제외하고 모든 세르주 루텐 향수를 만들었음)
ㅇ 샤넬에 가기 전에 퀘스트 인터내셔널에도 가있었더라. 그때를 기억한다면?
그랬어. 그때는 이미 조향사로서의 커리어를 쌓고 있었을 때고, 자크 폴주 같은 조향사가 하는 일을 어깨 너머로 봐버린 때잖아. 나는 나를 더 성장시켜야 했어.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싶었고, 그래서 일본에서 일할 기회를 받아들였지.
퀘스트에서 나는 시세이도의 향수들과 세르주 루텐의 니치 향수들을 도맡아 만들었어. 하지만 나에게 더 기억에 남는 순간은 유니레버 샴푸 ‘럭스 슈퍼 리치’를 위한 향기를 만들 때였어. 장미향에 과일향이 어우러진 대단히 쉬운 향기여야 했는데, 결과물로서는 샴푸지만 그게 당시 퀘스트에서 가장 많이 팔린 프래그런스였어.
그러다가 2005년에 샤넬로 이직해 현재의 직책인 향수 연구개발 책임자가 되었고, 샤넬의 3대 마스터 퍼퓨머가 된 자크 폴주를 이곳에서 다시 만났지. 자크와 나는 죽이 잘 맞아. 그는 “둘이 하는 게 혼자 하는 것보다 낫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고, 내 역할을 확실히 존중해주거든.
ㅇ 다시 No. 19에 대해 얘기해보자. 게이는 이 향수를 어떻게 리뉴얼했노?
말했듯이, No. 19는 가브리엘 샤넬이 생전에 자크 폴주의 전임자인 앙리 로베르에게 의뢰한 마지막 향수였어. 이 향수의 강렬한 아이리스와 그린 베티버, 갈바넘 어코드는 이후 구딸의 외르 엑스퀴즈는 물론 디올 옴므에까지도 여러 향수들에 영향을 주었어.
이번에 새로 리뉴얼한 No. 19에서 우리는 아이리스를 핵심 노트로서 더욱 강조했어. 70년대에는 너무 비싸고 희귀해서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던 향료지. 하지만 나는 오리지널 No. 19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일종의 니치 향수로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솔직히 말해서 오리지널 No. 19를 사랑하던 많은 여성분들이 곧장 새 버전으로 바꿀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나는 마케터가 아니고 조향사니까, 있는 그대로를 얘기하는 거야.
No. 19는 No. 5만큼 인기를 누리지는 않았지만 정말 위대한 향수였고, 조향사로서 이 향수가 얼마나 특별한지를 세상에 다시 한번 알1리는 게 내 임무였다고 생각하고 있어. 강화된 아이리스에 더해 새로운 세대의 머스크 향료를 넣었고, 이런 재해석으로 No. 19가 표현하는 여성성을 편안하고 안심이 되는 것으로 연결짓고자 했어.
나는 최근의 향수 트렌드에 꽤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편인데, 지난 10년 간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불안이 커진 만큼, 우리는 향수에서 전보다 더 많은 안심을 찾고자 하는 것 같아. 이런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해. 그런 관점을 새로운 버전의 No. 19에 반영했지.
(No. 19 푸드레, 2011년 리뉴얼판 No. 19와 동시 출시한 플랭커)
ㅇ 그 외에도 눈여겨보는 최근의 경향이 있다면?
또다른 분명한 추세는, 출시되는 향수의 종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반면에, 소수의 니치 브랜드와 고급 향수들을 제외하면 향수의 품질이 눈에 띄게 내려가고 있다는 거야.
이 업계는 오늘날의 시장을 형성하는 다른 업계들과 마찬가지로, 점점 더 돈만 벌려고 하는 회사들이 참여하고 있고, 마케팅 비용을 충당하고도 이윤을 남기는 게 모든 회사들의 강제적 목표가 되어버렸지. 이런 환경에서는 향수가 상품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딱 2년 동안만 지속된다면, 그들은 성공했다고 하지. 하지만, 그게 진짜로 좋은 향수는 아니야.
ㅇ 어떤 향수가 진짜로 좋은 향수임?
요즘 눈여겨보는 재미있는 니치향수 제작자들이 있어. 모든 소비자에게 어필하려고 하지 않고, 그 향수를 시향해본 사람 중 단 5%만 그걸 좋아하더라도 만족하는 그런 니치향수들 말이지. 난 그런 게 좋다고 생각해. 소수만 알아본다고 해도, 그런 향수들은 개성이 넘치고 오랫동안 사랑받을 것 같아. (*태우의 주석- 아직 니치 유행이 퍼지기 전인 2011년 인터뷰였고, 최대 주류인 샤넬의 조향사로서 한 말임)
기회가 된다면 향수 업계에 있는 회사들이 단기적인 재정적 관점보다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라고 촉구하고 싶어. 소비자 시장 조사에 편승해 출시하는 향수는 가장 낮은 수준에 맞춰서 만드는 거야. 샤넬 말고 다른 회사들도, 조향사의 직감에 따라 향수를 만들고, 그 향수를 지지해주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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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봣노 - dc App
맛있는 글 꺼억 개추
연초에는 유익글 없겠네 ㅉ (잘 읽엇어 파딱횽❤+)
오늘 정보를 토하듯 쏟아내네
추워서 집에 잇엇우...
조향사는 어떻게 향수를 만들노 이시리즈 너무 좋다노 프로벤자노편도 보고싶다노
둘이 하는게 혼자 하는것보다 낫지 ㅗㅜㅑ